INNO.SIGHT

Interview

이노시안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법

Artistic Well-being

악기를 추상화한 일러스트

Beautiful Days

이노시안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법

 

일상에 한 떨기 여유를 주는 건 다름 아닌 무용한 것들이다. 손길 닿는 오브제, 귀를 타고 흐르는 선율, 점 찍어둔 장면. 그것을 내 안으로 들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삶은 한층 더 깊어진다. 이노시안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의 모양을 이곳에 모아보았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도록

김초아  아트디렉터 | INNOCEAN

 

작은 전시 공간

 

나는 아트디렉터다. 어려서부터 예쁘고 멋진 걸 따르고 수집 하기를 좋아했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직업으로 이어 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처럼 마음 편히 작품을 즐길 수 없게 됐다는 것. 작품이 주는 영감을 어떻게 광고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전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시각적 영감과 자극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집 안에 작은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 공간이라 해서 대단한 건 아니고 그때그때 내가 좋아하는 작품과 분위기를 함께 연출해 두는 것인데, 갖고 있던 포스터와 오브제 등을 한데 모아두기 위해 제작한 지류함 공간이 시발점이 되었다.

한 평 남짓한 이 공간을 채우는 일은 언제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좋아하는 작가나 디자이너의 작품, 영화 포스터, 책 한 권, 사진 한 장, 여행지에서 사 온 엽서 등 무엇이든 좋다. 고른 작품은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고, 작품 분위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오브제들을 옆에 배치한다. 마지막으로 조명이나 향, 음악 등을 활용해 작품의 현장감을 더해주면 된다. 작은 공간에 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꾸미고 나면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전시장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좋아하는 작품을 더 좋아하고 충분히 즐기기 위해 공간으로 만들어 경험하는 것은 일상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꽤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집에서 가장 아끼는 공간이자 새로운 일상이 된 집에서의 작은 전시. 아트디렉터로서 그리고 누구보다 예쁘고 멋진 모든 것을 동경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작품과 영감을 삶에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은 넣어둬, 그냥 재밌음 돼!

이상우 캠페인플래너 | INNOCEAN

 

팝업스토어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전시와 팝업 스토어로 채워진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공간을 갔고 미술전이나 사진전처럼 ‘예술’ 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곳들도 있었지만,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도 정말 많았다. 그렇기에 누군가 예술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명확하게 답하진 못할 것 같다. 지난주 방문했던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가 거장들의 사진 작품, 미디어 아트 등 예술이 넘쳐나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리타분한 공간일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예술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한다. 나라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과 브랜드의 관점을 경험하며 그들의 고민, 의도를 생각해보는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신선한 것보다는 내가 일상 속에서 겪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는 전시나 팝업 스토어들을 더 많이 가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Object X Project)〉의 굿즈 전시는 매번 인상 깊었다. 굿즈가 과거의 행사 사은품 또는 구색 맞춘 증정품을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미디어, 매체가 되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전시에서 당근마켓의 슬리퍼와 장바구니를 통해 당근마켓이 사용자들의 일상 속 니즈를 고민한 모습이 보였고, 올해 전시에서는 안주야의 펀치쉐킷을 알게 되며 타깃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한 것이 참신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기에, 쉽게 놓칠 수 있는 그 작은 디테일의 차이를 이런 전시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인사이트를 나만의 것으로 정리하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내 브랜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라는 고민에서 재미를 느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다행히 매주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시야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넓어지는 관점 만큼 그냥 재미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더욱더 성장하고 싶다. 다양한 예술은 모르지만, 다양한 관점은 재밌기에 이번 주도 어떤 전시, 팝업 스토어를 가볼지 고민해 본다.


멜로디를 붙여 말해봐

분명 행복해질 거야♪

이지선 카피라이터 | INNOCEAN

 

극장 입구

 

한때 저녁 8시만 되면 대학로 극장 한구석 자리에서 사연 있는 사람처럼 펑펑 울던 직장인이 있더랬는데, 그게 바로 회전문* 뮤지컬 덕후 나야 나. 어른을 위한 발칙한 공연, 지옥의 웃음보따리로 수식되는 이 공연은 러닝타임 내내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B급 유머 풍자 뮤지컬 〈난쟁이들〉이다. 그런 유쾌한 극의 시작부터 왜 홀로 대환장 눈물 파티를 벌여야 했는가 하면, ‘지금부터 환상적인 동화 나라 이야기가 시작될 거야’라는 포부를 가진 멜로디가 감성을 건드려준 덕분만은 아니었다.
* 회전문 : 같은 공연 여러 번 보느라 공연장 문을 자꾸 열어제끼는 행위를 일컬음.

 

♪ 사는 게 힘들 땐 아이처럼 동화책을 펼쳐봐. 멋있는 왕자 공주 나오는 동화나라 이야기. 하루를 견디게 하는 건, 행복한 사랑의 이야기. 마법 같은 사랑을 기대해 ♪ 라는 넘버로 시작해서 모든 왕자공주를 우습게 만드는 이 공연은 ‘인간세상 살기 쉽지 않지? 야, 이쪽도 만만찮게 힘들다’라며, 이리 저리 치이며 하루를 견뎌낸 직장인 A를 무대 위 평행세계를 통해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뮤지컬로 인해 받은 영향은, 퇴근 시간의 위로에 그치지 않았다. 〈맨 오브 라만차〉의 ♪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오 ♪ 라는 노래는 주인공 알론조 할아버지가 라만차에서 키워온 꿈을 함께 목격하고 싶게 만들었고, 〈유럽블로그〉의 ♪ 세상이 내게 알려준 것은, 길은 다시 길로 이어진다는 것 ♪ 이라는 노래는 계획 없는 여행의 자유로움과 두 발을 믿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마틸다〉의 ♪ 쬐끄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쬐끄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 ♪ 라는 노래는 극내향인 직장인 A가 회의 시간에 한마디라도 더 내뱉게 해줬다. 대사에 음률이 붙고 이야기가 더해지니,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명언이 되는 마법이 일어났다.

수많은 뮤지컬의 매력 중에 두 가지를 꼽아 이야기해 보자면, 먼저 내 눈이 카메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이 찍은 화각과 카메라워크를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극 속의 사건을 내 눈을 카메라 삼아 줌인, 줌아웃, 틸트업 하며 맘대로 컷 편집시킬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주인공 뒤, 암흑 속 앙상블에게 카메라를 포커스 해서, 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매 회차가 100% 라이브인 점이다. 러닝 타임 내내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 않겠다는 의지로 긴장도를 끌어올린 배우와 관련 스태프들을 보면, 매 순간 목숨이 달린 전장에 나서는 용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영상도 아닐뿐더러, 앞 회차와 뒷 회차를 얼마나 잘 해내든 상관이 없다. 매 회차가 최고의 극을 완성해 내야 하는 실전일 테고, 러닝타임 안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 모습들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 긴장감을 얻기도 한다. 예술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살아보고자 한 적은 없지 만, 작디작은 덕후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준 뮤지컬에게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준 다섯 살짜리 마틸다의 대사로 (내적 흥분을 가득 담아) 마무리하고자 한다.

♪ 험한 세상 휩쓸려 휘둘려 날 잡아 잡수라고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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