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re All
Ordinary People
좋은 광고 너머로 보이는 사람, 허진웅 CD
허진웅 CD는 올 초 CD가 됐다. 두 시간 남짓한 대화를 통해 직무와 더불어 일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직위가 높아지면 흔히들 범한다는 서열의식이나 귀천의식은 지양하고 정반대로 움직이고 사고하고 있었다. 그는 일로 만난 사람 모두를 ‘행복을 꿈꾸는 보통의 존재’라 칭했다. 그와 나눈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 가운데 이 한마디가 유독 오래 남는다. “좋은 사람이 좋은 광고를 만드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Interview
Q. 짧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6년째 이노션에서 일하고 있고, 올해 초 CD가 된 허진웅이라고 합니다.
Q.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CD가 된 후 직무나 환경이 실제로 좀 바뀌었나요?
CD가 되기 전에는 카피라이터로 일했어요. 같은 광고 일일지라도 카피라이터는 혼자 일하는 과정이 긴 직업이죠. 그런데 CD는 굳이 따지자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우선 팀원과의 소통이 많고요. 외부팀과도 협업하거나 클라이언트와도 자주 만나고 있어요. 원래 외부회의에서 별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듣는 게 주로 하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좀 많이 떠들고, 대화하는 상대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흥미로운 거라는 걸 요즘 새삼 깨닫고 있거든요.
Q. 보통은 업무적인 소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나요?
아직 초반이라 신기해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팀원들과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듣는 과정이 즐거워요. 방향성은 같은데 개인들의 주관과 가치관이 더해지면 다른 안이 되잖아요. 서로의 성격이 묻어나는 안을 볼 때 재밌고, 이 사람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때 사람이 달리 보이고(꼭 그게 좋은 면이라곤 안 했어요.) 신기해요. 어떤 사람은 되게 맹해 보이는데, 아주 지적인 안을 가져올 때가 있고, 여우처럼 안을 짜는 사람도 있고, 곰처럼 짜는 사람도 있고. 그걸 얘기하고 정리하면서 곰 탈을 쓴 여우 같은 안을 만들 때, 많은 재미를 느껴요.
Q.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는 어떤 점이 흥미로운가요?
예전에 저는 클라이언트보다 광고인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포인트를 풀어내는 방식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전문가니까. 그런데 그게 틀린 생각이라는 걸 겨우 깨닫게 된 시점이 요즘이에요. 사실, 제품을 만든 사람보다 제품에 애정을 갖거나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웃긴 이야기잖아요. 클라이언트들과 만나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쓰는 언어를 쓰지 않을 뿐이지, 정말 자기 일 좋아하는 사람들 많아요. 물론 그게 다 저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건 저로 서는 큰 발전인 것 같아요.
Q. 새로운 롤에 빨리 적응하신 것 같아요.
과거 함께 일하던 CD님들을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또 실제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제가 해나가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곱씹게 되죠. 예를 들자면, 한번은 박준호 제작센터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네가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람 아이디어는 안 보일 거야.” 전 사실 CD님들이 아이디어 내는걸 잘하지 못해서 아이디어를 안 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CD가 되고 나서 아이데이션을 해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고요 . 객관적으로 다른 안을 보기가 힘들어요. 아무래도 자기 안에 애정이 가고, 그게 온에어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니까, 다른 안들의 장점이 덜 보여요. 또, 팀원 분들만큼 안 하나를 깊게 고민하지 않으니까 퀄리티도 낮아져서 부끄러워져서 못 보여 주겠어요 대신 안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지가 눈에 들어오는건 좀 좋아진 점? 그런데 아이데이션을 하지 않다 보면 감 떨어질까 겁나기도 하고. 뒤죽박죽인데, 지금 하는 방법은 팀원들 의견을 잘 들으려고 해요. 지금은 그런데… 모르죠 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이라.
“시대의 흐름은 광고인들에게 좋은 광고를 만드는 건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도 좋은 직업인, 좋은 사람이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중요하겠어요.
그렇죠.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사실 제작은 답이 없는 작업이에요.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면 정말 한없이 밤새면서 할 수 있죠. 전 CD가 된 지 얼마 안 돼서 팀원들과 연차 차이가 없어요.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시니어 팀원분들과는 거의 또래고, 친구고 그래요. 그래서 더욱, 이건 맞고, 저건 틀렸다. 혹은 오늘 밤에 다시 보자. 이런 말 못 해요. 그런데 CD가 권위가 없고, 믿음을 주지 못하니까 팀원들이 알아서 아이디어에 대해 집중도도 완성도도 높이더라고요. 이게 진정한 선순환이지 않나... 네. 사실 지금은 프로젝트마다 팀원들끼리 서로 안을 도와준다는 개념 없고, ‘자기 안은 자기가 끝낸다’가 저랑 일할 때, 팀원들의 기본 입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많이 입 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끝도 없이 생각을 쥐어짜게 분위기를 만들거나 과하게 시간만 끄는 방법 말고, 되도록 효율적인 게 뭘까 고민하고. ‘광고 ’라는 직업이면 응당 상징되는 ‘밤샘’, ‘철야’ 같은 업무 환경을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하고, 그렇게 일하려고 해요.
Q. 실제 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요.
일단 싸운 적은 아직 없어요. 여기서 말하는 싸움은 감정의 골을 말하는 건데요, 아이디어를 판판이 지적하는 사람이 있으면 싸움 나기 십상인 일이에요. 두 가지 안을 섞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안을 이리저리 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일단은 회의 시간은 짧은 것 같아요. 요새는 코로나라 별로 안 모이는데 코로나 전에도 회의 시간이 별로 안 길었어요. 사실 저희 센터 팀원들이 말 많은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고. 농담은 즐거운데, 회의한다고 떠드는 건 사실 그만큼 즐겁지는 않잖아요. 어떤 분들은 회의 시간에 역사가 이루어진다던데, 아직 어떻게 회의하는지 잘 몰라요. 그냥 아이디어를 듣고, 머리 속으로 좋은 거 좀 쟁여놓고, 살짝 바꿔야 할 포인트 있으면 말하고, 클라이언트든 AE분들이든 부딪혀 보는 거죠. 사실, AE분들 이 좋은 의견, 아이디어 주실 때도 너무 많고, 그래서 AE분들한테 한 소리 듣기도 하고, 그런데 광고는 함께 만드는 거잖아요. 회의 분위기는 우당탕탕. 현재 스코어는 그래요.
Q. 그렇게 만들어낸 작업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 ‘집토스’ 광고는 그간 봐오던 여타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 광고와는 좀 달랐어요. 아이들이 인트로로 등장하고, ‘매물’을 실제 ‘물’에 비유하는 등 곳곳에 유머 코드가 있어요.
이상하고 묘한데 웃긴 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름다운, 그래서 동화적 구성을 더 부각한 것 같아요. 기존 부동산 광고의 틀을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팀원분이 그려온 그림 거의 그대로예요. 그때도 묘한데, 웃기고 아름다웠거든요. 어린 형제가 등장해 형이 동생에게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며 스토리가 시작되잖아요. ‘부동산’과 ‘동화 ’는 이질감이 있으니, 더 오묘하게 만드는 일을 한 것 같아요. 함께 하는 감독님도 평소엔 예쁜 그림 잘 만들고, 약간 심각한 스타일로 소문난 분인데, 그 분 내면에 개그가 있더라고요. 전 사실 그런 분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트리트먼트 보면서 저 사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맞춘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요.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집토스 ‘특별한 물 이야기’ 편
Q. 기아 THE K9의 내가 가는 길 캠페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특히 ‘구름빵’의 저자 백희나 그림책 작가 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자동차’ 광고와 ‘동화 작가’ 역시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있거든요. K9은 저에게 각별한 존재예요. 신차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거든요.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클라이언트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K9 덕분이거든요. 어느 날인가 클라이언트 중에 중역이신 한 분이 저에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거셨어요. 제 기억이 맞으면 처음인 것 같아요. “좋은 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광고를 어떻게 만들든 K9 은 잘 안 팔릴 거 같아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런데, 그분의 말씀 속엔 책망이나 ‘너희가 책임져’ 같은 태도가 하나도 없으셨어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K9은 자신한테 아픈 새끼 손가락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고요. 다 내 새낀데, 저 차를 사람들이 몰라주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제품에 대한 진심 같은 거였어요. 클라이언트의 열 번의 지적보다 훨씬 마음 깊이 다가왔던 경험이에요. 같은 마음이구나.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려고 노력해요. 지금도 계속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답하고 싶어요.
Q. 과거 사보 인터뷰에선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고 했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요즘은 비도 자주 오고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아요. 피트니스 샤워실도 코로나 때문에 금지됐잖아요. 그래서 더 아이디어를 못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 면서 무념무상의 상태로 음악을 들으며 페달을 밟으면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데 말이죠. 그리고 CD가 된 이후엔 전화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정말 많이 오는 터라 무념무상은커녕 휴대 전화를 붙들며 출퇴근해요.
Q. 그럼 보통 언제, 어느 때 생각을 떠올리거나 정리하시나요?
자신의 이야기나 세계관이 뚜렷해야 CD를 할 수 있다 보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광고는 아이디어 최초 발신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거죠. 이 아이디어엔 저 사람. 저 아이디어엔 그 사람. 그런데 제가 얌체같이 제 세계관을 끼워 넣는 건 좀 염치없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요즘 제 세계관은 저희 팀원들이라고 봐야겠네요.
Q. CD님이 세상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어떠한지 궁금해요.
사람은 다 똑같다. 솔직히 말해서 전 타인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CD가 되고 감독, 피디, 고객사 등 일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의 연속이다 보니 요즘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요. ‘갑’이라고만 생각하던 클라이언트도 결국은 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이죠. 무척이나 대단하고 못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우리 모두 보통의 사람일 뿐이에요. 행복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
Q. 도덕적인 잣대가 실제 광고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키 컨셉, 키 카피가 크게 작동하던 시절에는 천재들이 광고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 천재들은 예민하고, 뾰족하고, 그래서 좀 나쁜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컨셉, 키 카피, 키 비주얼만으로 광고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클라이언트도 똑똑하고, AE분들도 똑똑하고, 그분들도 크리에이티브 언어를 잘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잘 내요. 그래서 혼자만의 역량이나 영리함으로 광고를 만드는 시대가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해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이지 않나, 현재까지 경험치로는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인간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해요. 누군가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하거나, “나는 모르겠고 이건 해줘” 같은 태도로 일하면 결국은 자기 살 깎아 먹는 거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교과서 같은 얘기처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요.
Q. CD님은 앞으로 어떤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싶은가요?
광고인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광고는 뭐니 뭐니 해도 스스로 만들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책, 드라마, 영화도 정말 유명한 작업 자가 아니면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적은데 광고는 그렇지 않잖아요. 심지어 피드백도 받을 수 있죠. 저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아요. 동료들과 함께 만든 광고가 여기저기 걸리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게 재미있어요. 저희 집 애들이 아빠가 참여한 광고를 보고 좋아할 때 가장 좋고요.
Q. 마치 광고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그건 아니고요(웃음). 대학 때는 일반 회사 마케팅 쪽으로 가거나, 신문기자를 꿈꿨어요. 특히 신문이라는 매체에 관심이 많았죠. 그런데 이렇게 광고 일을 하고 있네요. 다행이죠. 그때 기자를 했더라면 무척이나 답답했을 거예요.
Q. 지난 사보에선 ‘지인 결혼식 청첩장 쓰기’로 영감을 얻으신다고 하셨으니 그럼 한때 꿈이던 ‘신문에 기고하기’로 영감을 채우는 건 어떠세요?
사뭇 진지하게 대답하자면, 정말 해보고 싶네요. 연락 기다릴게요(웃음).
CREATOR’S ESSAY
Writer. 허진웅
그때는 맞고 지금도 맞다
저랑 비슷하거나 윗연배의 사람들은 광고회사 야만의 시대를 살았어요. 사수들은 해결할 수 없는 숙제를 주고, 회의실에선 미친 듯이 깨지고, 그래서 스트레스받고, 술 마시고, 야근하고, 다음날 늦게 출근하고, 다시 깨지고, 점심 먹고 밥 먹었으니까 아이데이션 시작하고, 저녁에 회의하고, 다시 밤새고. 못 하겠다고 도망가고. 그땐 그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랬거나 말거나, 좋은 광고들이 많이 나왔고, 가끔 세상 다 가진 것 같았고, 누군가는 이 일보다 멋진 일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고, 광고하기에 좋았던 시절. 비록 저는 그 중심에 있지 않았고, 자괴감은 쩔었지만.
그런데 요즘은 그렇진 않잖아요. 세상에 없는 좋은 광고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예전만큼 봐주지 않고, 세상에 없는 카피를 광고주도 쓰고,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유튜버도 만들고, 끌로 파고, 깎은 밤처럼 만든 그림은 도대체 어딜 통해 나가고, 누가 보기는 하는지 잘 모르겠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잡아서 과거는 다 지나갔고, 그 때는 틀렸고, 그래서 지금의 미온적 태도는 맞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여전히 피티를 따면 짜릿하고, 우리의 생각이 맞았음이 확인되면 기쁘고, 자다가도 생각나고. 그게 광고회사의 생리니까. 이걸 싸잡아 “또 옛날 얘기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개인이라면, 광고회사엔 왜 들어왔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블라인드 때문이에요. 적당히 좀 했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이 곳엔 광고를 사랑하고, 일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 모두가 잘못되었고, 그걸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순진한 건가… 광고회사는 이미 내 생각과는 멀리 가버렸나 생각하게 돼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올 초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갈 때 이유를 찾아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고, 개인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자존감을 낮추고 있는 것도 원인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이유들이야 많겠지만, 광고회사 다니는 사람들의 근원은 학생 때 어딘가에서 본 누군가가 만든 그 광고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였지않나. 많은 분과 얘기해봐도 우리의 오리진은 거기였던 것 같아요. 광고는 옛날에도 싸구려 콘텐츠라고 배운 사람들에게 천대받았고, 지금도 관심 없는 사람은 1도 관심 없는 콘텐츠에요. 그럼에도 우리는 예전에 본 ‘그’ 광고 한편에 매료되어 진로를 정한 사람들이잖아요. 광고 동아리도 하고, 공모전도 하고. 그 어렵다는 시험도 통과하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불편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불합리한 건 바꾸고, 이상한 건 지적하더라도,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작점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 그때도 맞았고, 지금도 맞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