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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화 Youth culture’의 의미
김기영 Kim, Ki-Young
제작2센터장 Head of Creative Center2
앞으로 광고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뿐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까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김기영 제작2센터장. 그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정의, 그리고 청년 문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들어본다.
Interview
Q. 센터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작2센터를 이끌며 팀원들이 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에 해온 광고주와의 작업 외에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Q. 이제 클라이언트가 기업으로 국한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를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제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담인데, 인간은 죽을 수 있는 상황 앞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해진다고 하더군요. 죽음의 상황을 해결하려는 능력이 나올 테니까요. (웃음) 돌아가 다시 얘기하면, 앞으로는 광고 회사도 문제를 해결하는 일뿐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는 언론이나 과학 등의 분야에서 주로 그런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광고인도 세상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Q. 큰 비용이 드는 TV 광고를 활용하는 것에는 제약이 있어 보이네요.
맞습니다.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식이 요즘 청년들의 성향과 연결돼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요즘의 청년 문화가 갖는 가장 큰 성향의 차이로 ‘일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는 자신만 볼 수 있는 일기가 매우 비효율적인 일로 보일 겁니다. 지금은 무엇을 보든 사진을 찍어 바로 업로드해 누군가와 공유하는 시대이니까요. 만약 어떤 행사를 기획했는데,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어요. 행사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관심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확산시킵니다. 또 아는 사람이 알려 주는 정보에 더 큰 신뢰를 갖게 될 테고요. 클라이언트 없이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만드는 콘텐츠가 관심을 부를 수 있다면 TV 광고 없이도 SNS를 통해 확산될 수 있는 것이죠.
Q. 광고 대행사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고민의 기반은 무엇일까요?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아졌어요.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광고 회사 같은 곳들로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광고 대행사의 미래 경쟁 상대를 월트 디즈니 Walt Disney라고 보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대상들 말이죠. 한국으로 치면, 김훈 작가일 수도 있고요. 소설가의 콘텐츠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가져야 하는가. 오픈 플랫폼에 대해 시각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에요. 모든 일을 내부에서 해결하고, 또 그럴 수 있어야만 광고 회사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내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청년 문화도 그중 하나고요.
Q. 외부의 대상과 일을 함께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많지 않았나요?
외부의 아티스트와 함께한다거나 하는 식의 협업은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헤게모니 Hegemony를 따지는 상하 관계가 존재해 왔던 것이죠. 저는 이 시대에 크리에이터로서 각광받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격 좋은 사람 말이죠. 협업의 핵심은 남의 이야기를 받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내 욕심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느냐 하는 것. 수많은 프로젝트를 협업하며 잘 안되는 경우는 누군가의 욕심 때문인 경우가 많거든요.
Q. 실제로 좋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대부분은 특정인의 이기심 때문인 듯한데요.
이익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특정 프로젝트가 얼마큼의 수익을 만들었느냐 보다, 향후에 우리에게 좋은 캠페인을 만들 레퍼런스가 되었느냐가 더 중요한 이익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내부에서도 가장 좋은 영업 방법은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 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자꾸 놓치고 있지만요. 여전히 광고 대행사가 외부에 ‘일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개념이 역전되는 상황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명예와 권력을 가져야 하는 게 맞는 것이고요.
Q. 실제로 팀원들의 생각에도 센터장님의 변화된 생각이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해온 팀원들의 경우, 개인의 능력치를 대략 알고 있어요. 팀원들이 낸 결과물이 새로운지, 다른지에 대한 부분들이 공감된다면 대체로 팀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죠. 저는 의견을 나눌 때도 페이퍼에 적힌 내용을 믿지 않는 편이에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회의가 더 중요하죠. 페이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상사가 좋아할 것을 따지는 등 자기 검열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죠. 반면에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화 중에는 그런 우려가 더 적습니다. 확실히 회의 때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더 좋은 경우가 많고요.
Q. 센터 내 독립 조직인 ‘픽셀 Pixel’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까요?
책임감을 동등하게 가지면서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최소 조직의 구성원 수를 서너 명이라고 생각해요. 픽셀은 그런 단위로 운영되고 있죠. 현재 저희 센터 내에는 3개의 픽셀 조직이 운영 중이고, 내년에는 조직 수를 더 늘리려고 합니다. 여전히 조직은 통제하는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저는 ‘조직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픽셀 역시 자율과 권한을 줌으로써 이곳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예측 불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픽셀은 조직 내에서 새로운 다양한 색깔을 갖기 위한 시도인 것이죠.
Q. 픽셀이 만들어 낸 좋은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배우 남궁민 씨가 등장하는 유니클로 Uniqlo의 ‘감탄팬츠’ 편이 최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기존 광고 문법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채널에 대한 다양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픽셀을 통해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해 충성심이 크고 팬이 될 가능성이 크죠. 중년은 오히려 유저일지 모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볼 때 100명의 유저보다 1명의 팬이 훨씬 낫죠. 팬은 계속해서 다른 팬을 끌어오려고 하니까요. ”
Q. 시대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이 계속 대두되는데요, 광고라는 분야는 어떤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정보의 개인 맞춤화 사회’라고 봅니다. 예컨대, 제 딸이 제 휴대폰 유튜브의 추천 영상들을 통해 제가 어떤 콘텐츠를 즐겨 봤는지 알 수 있어요. 저에게 철저히 맞춘 정보를 제공하지만 언젠가 그 때문에 불편한 순간이 올지 모릅니다. 자신의 관심사 이외에 다른 것은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질 테니까요. 이것은 신문과 인터넷 뉴스의 차이와도 같은데요. 신문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의 정보를 접하게 되지만, 인터넷 뉴스는 아무래도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됩니다. 광고주는 인간의 아이디어나 지혜보다는 데이터에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즉, 데이터가 종교화돼 가고 있는 거죠. 최근 해외 브랜드들이 마케팅 회사가 아닌 데이터 회사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미국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언더아머 Underarmour를 들 수 있겠는데요. 언더아머는 큰 비용을 들여 개인 마케팅이 가능할 정도의 데이터를 운용하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었고요.
Q. 미래에도 청년 문화는 존재할 텐데요, 현재 청년 문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청년 문화의 핵심은 다양성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비주류 문화를 표현하고 있죠. 기성세대 문화에 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 비틀즈 The Beatles도 그렇게 시작해 비주류 문화를 주류로 바꾼 것이고요.
Q. 기성문화에 대응한다는 본질은 갖더라도 오늘의 청년 문화가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오늘날의 청년 문화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연대’에 있습니다. SNS라는 환경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가고 있죠. 인터넷으로 인한 세상을 바꿀 정도의 속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Q. 최근 ‘영포티 Young Forty 문화’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년 문화와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겉으로는 어떻게 보일지라도 속으로는 꼰대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이고, 그러면서 그들을 위한 시장도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반면에 청년 문화는 생존과 직결됩니다. 세상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죽을 것 같이 다가오기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Q. 비즈니스 측면에서 청년층은 실제로 얼마나 큰 소비 잠재력을 갖고 있을까요?
지금의 청년들은 무엇인가를 갖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해 충성심이 크고 팬 Fan이 될 가능성이 커요. 중년은 오히려 유저 User일지 모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볼 때 100명의 유저보다 1명의 팬이 훨씬 낫죠. 팬은 계속해서 다른 팬을 끌어오려고 하니까요.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봅니다.
Q. 최근 호주의 교통상해 단체 TAC의 ‘미트 그레이엄 Meet graham’ 광고를 좋게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센터장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나요?
자동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 광고인데요. 사고 장면을 표현하기보다 사고가 나도 절대 다치지 않을 괴상한 미래의 인간형을 보여주고 있죠.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광고 속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진지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그레이엄을 만드는 과정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발상의 과정이 다른 광고들을 보면 어떤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의 광고 현실과 비교해서 자극도 많이 되고요.
Q. 국내에서 이런 시도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무엇인가를 따라가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 있어요. 어떤 표현을 봤을 때 그 표현만을 따라가기보다 그 표현이 나오게 된 생각을 읽어야 합니다. 해외 업체가 무엇을 만들었다면 왜 그것을 만들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훔쳐야 하는 것이죠. 저는 후배들에게 광고 관련 책을 보지 말라고 하는 편입니다. 그보다는 다른 여러 경험과 개인의 생각이 광고와 연결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하기 때문이죠.
Q. 언제나 개념의 핵심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듯합니다.
예컨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디지털에 대한 개념의 이해예요. 단순히 새로 나온 기계나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죠. 디지털의 핵심은 ‘공유’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의 활용이란, 소비자가 어떻게 공유하고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Q. 최근 수능이 있었습니다. 광고인을 지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남들을 따라 하는 게 편한 사람, 자신의 단점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 이런 부분이 나에게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광고가 아닌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해보는 과정에서 끝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도 마찬가지이고요. 전공 학과 학생들이 광고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공모전 수상 실적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광고 회사에서 좋은 광고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경험할 기회를 배제하면서까지 광고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광고계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