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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플래너 진서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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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여행을 꿈꾸는 캠페인플래너,

진서현 팀장 ㅣINNOCEAN

 

지구 반대편, 미지의 남미 여행을 꿈꾸는 자.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고 싶은 자. 각기 다른 꿈 때문에 이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모두 한 사람의 꿈이다. 진서현 팀장은 올해로 10년째 이노션에서 일하며 소소한 하루와 남미 여행을 동시에 희망하고 있다. 부디 다가오는 그의 안식년에는 저 두 꿈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며 그와 나눈 이야기로 빌어본다.

 


 

Interview

Q. 간략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일한지도 10년 된 캠페인플래너 진서현입니다.

Q. 10년째 이노시안이자 광고인으로 살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언제, 어떤 이유를 계기로 광고인이 되기를 희망하셨나요.

정확하게 광고인으로 산 지는 17년째예요. 한창 장래를 고민하던 학창 시절에는 막연하게 세계를 누비면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게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PD나 특파원 같은 일을 선망했었죠. 그즈음 TV에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광고를 봤어요. 그 순간 카피가 뇌리에 박히더라고요. 제품 광고를 떠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드물던 시절이던 터라 그 광고가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실제로 당시에는 15초짜리 제품 광고에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경우가 있었고, 그게 멋있었어요. 그런 광고를 보고 자라면서 이 분야에 대한 선망이 생긴 것 같아요. 긴 영상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싣는 게 더 쿨해 보였거든요.

Q. 광고 업무의 어떤 특성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업무를 추진하는 게 저희의 특성이죠. 그게 때론 힘들지만 성취감도 크고 재밌어요. 클라이언트에 대한 경험을 하고 각각의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어렵지만, 어떻게 보면 매번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움직이고 시도하면서 살아가려고 해요.”

Q. 2019년 10월에 팀장에 보임되셨다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지요. 업무나 일 진행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아마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팀 중 하나가 저희 아닐까 싶어요. 당시에 아웃도어, 공유 차량 플랫폼, 자동차 기술 B2B 기업 등 줄줄이 캠페인 준비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급격히 상황이 나빠지니까 일주일 내내 캠페인 취소 관련 문의가 쇄도하더라고요. 결국 경쟁 PT에서 수주한 캠페인까지 취소되니 할 일이 없더라고요. 몇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Q. 여러모로 난감한 상황이었네요.

처음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이 안섰기에 팀원들과 함께 일을 좀 쉬었어요. 그런데 쉽사리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어느 순간 ‘이렇게 있을 수 만은 없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역으로 코로나 상황에도 수혜를 얻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보고 팀원들과 소위 말하는 ‘빌딩치기’를 했어요. 크리덴셜을 들고 무작정 클라이언트를 찾아가는 방식이요. 그런데 때마침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났어요. 기다림 끝에 경쟁 PT에 초대를 받았고, 결국 모두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죠. 그게 바로 ‘원티드’와 ‘밀리의 서재’예요.

Q. 제가 다 기쁘네요.

어쩌면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대면하고 수주하는 일은 팀장인 저의 고민이에요. 그런데 팀원들이 같이 고민해주고 또 동참해 줬죠. 동료들과 같이 고민하고, 행동했던 모든 과정 속에서 저도 시너지를 얻었어요. 게다가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져서 더 기뻤죠.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Q. 그럼 캠페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언급하신 ‘밀리의 서재, ‘원티드’에 이외에도 ‘쏘카’, ‘다방’과 같이 스타트업 캠페인을 작업하실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두시는지 궁금해요.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들과 여러 방면으로 달라요.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 없어요. 속된 말로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스타트업 시장이거든요. 그래서 더 절박하고 변수도 많죠.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초기 인지예요. 그래서 다소 생뚱맞고 이상한 방법이더라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사용해요. 그다음엔 ‘존재의 이유’를 어필하죠. 수없이 다양하고 많은 플랫폼 중에 이곳만이 갖고 있는 이념과 혜택을 타깃이 공감하게끔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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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일 잘하는 애들의 커리어 플랫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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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10만 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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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날씨’ 편

Q. 플랫폼 사업 캠페인 말고도 최근 현대모비스 기업의 ‘본격 자동차 부품 로맨스, 우리 환생할래요?’를 진행하셨어요. 자동차 부품의 의인화와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픽사의 애니메이션 같았어요.

현대모비스도 코로나19로 예산이 취소되었던 케이스예요. 그래서 저희가 먼저 제안해 TV 광고 대신 디지털 광고만 집행하게 되었죠. 과제가 없는 선제안이기 때문에 제작팀과 저희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아이디어 구상을 했어요. 사실 B2B가 캠페인 하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고민 끝에 기술의 변화를 메타포로 표현하고자 했고, 이일호 제작센터장님 쪽에서 그 아이디어를 ‘볼트’와 ‘너트’가 ‘0’과 ‘1’로 환생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한 거죠.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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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우리 소프트웨어로 환생한 거 아니었어?’ 편

Q. LG전자의 LG스탠바이미 ‘나를 위한 프라이빗 스크린’ 편에서 전자기기와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LG스탠바이미’는 제품명은 물론 제품 콘셉트 자체가 정해져 있는 작업이었어요. ‘반려비젼’으로요. 그럼에도 LG전자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제품이라 이동식 스크린이 낯선 이들에게 접근은 물론 사용법까지 알려주고 싶었죠. 조선영CD 팀에서 집사를 두고 ‘반려제품’과 ‘반려동물’들이 벌이는 질 투를 재미있게 구성해 줬어요. 함께한 기획팀, 제작팀과 짧은 기간에 기지를 발휘했고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나왔죠.

Q. 특히 위 두 광고가 여기저기 회자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거로 알아요. 온에어 이후 받은 피드백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현대모비스 기업 광고는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어요. 두 편 합쳐 2,600만 뷰를 기록하며 저희 목표치를 뛰어넘었죠. 토이스토리 애니메이션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요. 그런 요소가 젊은 타깃 층에게 어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댓글 가운데에는 ‘이 광고 만든 사람 상 줘라’라는 코멘트도 있더라고요? 근데 아직 못 받았어요(웃음). 또 ‘LG스탠바이 미’는 최근에 완판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판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이것보다 좋은 반응은 없는 것 같아요.

Q. 코오롱스포츠의 ‘SOMEWHERE’는 장기간으로 캠페인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모호한 키워드라 궁금한 점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깃들어 있는 프로젝트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우선 자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브랜드 의도가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접근이 아닌 새로운 제시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물 좋고 공기 좋고 멋진 공간은 가장 먼저 어디에 노출되는지 아세요? 방송이나 SNS예요. 그러면 한적했던 장소도 금세 명소가 되고, 결국 훼손되고 말죠. 그런 현상을 꼬집어 ‘자연을 그냥 있는 그대로 두자’는 의미로 ‘#SOMEWHERE’라 명명한 거죠. 굳이 모두에게 어딘지 알려주지 말고 나만의 멋진 자연을 조용히 즐기자는 내용으로요. 사실 반응이 좋아서 진행을 이어 갔는데, 이번 가을 시즌부터는 다른 메시지로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 중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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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 ‘우리는 안타티카로 간다 ep.3쇄빙선’ 편

Q. 팀장님이 광고를 만들 때, 우선순위로 두는 건 무엇인가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쉬운 광고’예요. 여기서 ‘쉽다’는 건,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명확하고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걸 말해요. 만든 사람의 시선이나 판단이 아닌 소비자들이 보기에 쉬운 광고를 기준으로 두려고 하죠. 두 번째는 ‘좋은 퀄리티’예요. 다소 촌스럽거나 소위 말하는 ‘병맛’ 콘셉트여도 상관없어요. 그건 장르일 뿐이니까요. 대신 흐름이나 완성도만큼은 무엇보다 좋아야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들은 눈이 높거든요.

Q. 이렇게 동시 다발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이따금씩 위기를 마주하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는 상황에 이제 무감각해졌어요. 그리고 다행히 위기를 그리 자주 겪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변수는 항상 존재하죠. 솔직히 말하면 팀장이 된 순간부터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부탁이나 컴플레인을 더 많이 들어요. 엄청난 위기의 사건을 대면한다기보다 난처한 이야기를 자 주 듣고 또 해결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Q. 심적으로 힘든 순간에는 어떻게 돌파구를 찾으시나요?

그럴 때는 ‘어쨌든, 결국엔 해결되고 말 거다’하고 주문을 걸어요. 그리고 업무와 관련된 문제이니 되도록 회사에서 멀어지려고 해요. 힘들 땐 집에서 쉬는 게 최고거든요. 물리적 거리를 두는 거죠. 몸과 마음을 답답한 상황이 있는 환경으로부터 단절시키는 것. 그게 제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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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에서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시나요?

별거 없어요. 딸아이와 놀거나 새로운 카페를 가본다던가, 드라이브도 즐기죠. 음악도 듣고요. 그리고 밤이 되면 불을 끄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넷플릭스를 봐요. 겉으로 보면 평범하긴 한데 새로운 것들을 나도 모르게 흡수시키고 있는 지도 몰라요.

Q. 이런 일상이 일을 진행할 때 영감이 되기도 하나요?

음악도 어떤 곡들은 작곡가들이 평소에 머릿속에 있는 악상의 조합으로 금방 만들어 내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 하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호기심과 관심을 많이 갖게 되면 필요할 때 영감이 떠오르고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일반인들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평소에 여러 경험을 하려 합니다.

Q.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타입인가 봐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술, 담배를 안 해서 그런지 늘 집에서 혼자 무언가 자잘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 최근 운동을 시작했어요. 사내 동호회도 가입했고요. 출석률은 매우 저조하지만요. 시작한 운동은 테니스, 사이클, 배드민턴, 골프 등 아주 다양해요. 이렇게 취미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덕력은 빈곤해요. 성향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참 많은 것에 관심은 있으나 오래, 깊게 하지 못해요. 그럼에도 유일하게 여 행을 다니며 사진 찍는 건 꽤 오래 했어요. 그런데 시국이 이렇다 보니 그마저 멈춰버렸죠.

Q. 지금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에서 셔터를 눌러보고 싶나요?

쿠바요. 올해가 사실 제 안식년이에요. 그래서 굳게 쿠바로 떠날 심사였는데… 이렇게 됐네요. 곧 사용 마감 기한이 다가와요. 정말 큰일이네요(웃음).

Q. 왜 쿠바 여행을 꿈꾸셨어요?

흔히들 쿠바를 시간이 멈춰진 곳이라고 하잖아요. 전화도, 인터넷도 잘 안 터져서 고생을 감수해야 만하는 여행지라고도 하고요. 사실 정치나 사회적 이유 때문에 쿠바만의 독 한 문화가 형성되었을 텐데, 전 그런 것들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로 빗장을 푼 쿠바가 세계 모든 사람이 다녀가는 유명 관광지가 되기 전에 서둘러 떠나 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되면 시간이 갈수록 쿠바만의 고유 함이 퇴색될 테니까요. 더구나 남미나 중남미는 너무 멀어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 없이는 감히 엄두 못 낼 여행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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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취미 부자이자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자신을 요즘 흔히 말하는 ‘본캐 ’와 ‘부캐 ’로 나눈다면요?

본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 부캐는 ‘여행자’예요. 제 마음속엔 늘 여행을 떠나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누비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이따금씩 책상에서 사무를 보는 제 모습이 낯설고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죠. 그게 현실적인 건데 말이죠.

Q. 본캐와 부캐가 각각 꿈꾸는 바는 무엇인가요?

목표를 두고 사는 편이 아니라 쉽사리 답하기 어렵지만, 본캐의 꿈은 ‘소소한 일상’인 것 같아요. 그냥 하루를 소소하게 보내고 싶어요. 부캐는 ‘호기심에 대한 충족’이요. 여행하며 호기심을 채워 나가고 싶어요.

Q. 끝으로 이노시안으로서, 광고인으로서 꾸는 꿈도 궁금해요.

어느 순간부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기대감보다는 걱정부터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장기간의 계획이나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그냥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을 뿐이죠. 짐 자 무쉬의 영화 중에 〈패터슨〉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패터슨이 일과를 마치며 맥주 한 잔에 일기를 써 내려가는, 정말 별것 없는 싱거운 영화죠. 근데 전 그게 너무 좋고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처럼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르게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저는 뭘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보다는 일을 하든 쉴 때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움직이고, 또 시도해 보다 아니면 접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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