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y Different Idea,
Be A Creat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현철
크리에이티브에는 대담함과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할 용기와 주어진 정답에 안주하지 않는 의지 또한.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에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영감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쌓인 나라는 존재와 감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흘러가는 일상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제 두 살이 된 CD, 임현철입니다. 이노션에는 2016년에 입사했어요. 처음엔 아트디렉터 였다가 3년 동안 픽셀팀에서 CD 챌린지를 거친 후, 작년에 CD 보임을 받았습니다.
Q. 이노션에서 어떤 작업들을 진행하셨나요?
CD 챌린지를 할 때는 현대자동차 ‘Because of You’ 캠페인, 현대자동차 ‘두 번째 걸음마’ 캠페인, NC소프트 리니지W 캠페인, SK하이닉스 캠페인 등을 진행했고, CD가 된 이후에는 아에르 마스크, 현대해상 기업PR, NC소프트, NEXON게임즈 캠페인 최근엔 현대모비스 브랜드 영상을 진행했어요.
Q. CD 님은 어떤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광고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아트디렉터로 광고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광고가 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대학교에서 영상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어떤 주제를 영상으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동시에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도 많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디어를 내는 즐거움과 그 생각을 영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광고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아트디렉터로 일하시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신 뒤에는 작업 방식이나 태도에 차이가 있을까요?
아트디렉터든, 카피라이터든 시작이 다를 뿐이지 결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 잘할 수 있어야 CD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두 직무의 공통점은 어떤 아이디어가 자라나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이 힘들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완전히 새로운 책임감과 압박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에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권한과 힘도 주어지지만 휘둘리지 않고, 깎이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크리에이티브를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Q. 팀원분들과의 소통이 중요하겠어요.
저도 팀원이었고, CD 챌린지를 할 때는 팀원이자 팀장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수평적인 회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국 판단과 결정은 제가 해야 하지만 그전의 과정에선 함께 일하는 누구라도 제가 틀렸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스스로 이해가 안 되면 아이디어를 못 냈어요.
Q. 넥슨의 〈히트2〉, 〈서든어택〉 광고를 각각 유튜버 너덜트, 나선욱 님과 작업하신 점이 눈에 띄어요. 다소 실험적인 선택 같은데, 광고주는 어떻게 설득해서 진행하셨는지 궁금해요.
게임 광고 분야는 굉장히 열려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타깃이 MZ세대들이다 보니 모델이나 아이디어 수용도가 높고, 오히려 그들의 성향과 수준을 맞추는 게 더 어려웠어요. 넥슨 〈히트2〉 ‘그랜드마더 시즌2’ 같은 경우, 처음엔 너덜트 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통한 브랜디드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광고주가 더 적극적으로 컨셉을 살릴 수 있게 조연으로 쯔양 님과 이장우 배우님을 추가해 보자고 해서 놀랐어요.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비는 많지 않은 게 보통이지만 제작비와는 별도로 모델료를 추가해서 더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캠페인을 준비하시면서 주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을까요?
저도 광고를 만들고 있지만, 퇴근 후 TV를 안 본 지 꽤 됐는데요, 일부러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안 하고 있어요. 어떤 것이 제 눈을 사로잡고, 스킵을 안 하는지 느끼고 싶어서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붙잡아둘지 늘 고민해요. 너덜트나 나선욱 님도 콘텐츠를 잘 만드는 크리에이터여서 협업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도 평소 아이디어가 될 만한 건 어떤 것이든 눈여겨보고 스크랩하는데요. 캐릭터를 잘 알아야 그분들과 작업할 때 포인트를 살릴 수 있고,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제가 잘 알고 있어야 회의가 잘 진행되는 것 같아요(웃음).
Q. 제작 과정이나 준비 과정을 비교했을 때 TVC와 디지털 콘텐츠의 각기 다른 점도 있을까요?
준비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TVC가 쉽고 간결하게 정제돼야 한다면 디지털 콘텐츠는 그보단 좀 더 자유로운 면이 있어요.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 생방송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는 거죠. 몇 명이나 보고 있는지, 댓글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반응을 바로바로 알 수 있거든요.
Q. 말씀처럼 디지털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대로 전해온다는 게 매력이자 불안한 부분일 것 같아요. 어떤가요?
댓글 꼭 봅니다. 연연하고요(웃음). ‘이거 광고였어?’라는 댓글을 봤을 때 제가 콘텐츠를 만들면서 바라던 방향이어서 희열을 느껴요. 신선하고 콘텐츠 자체로 가치 있는 광고를 지향하거든요. 한번은 현대해상에서 아티스트 박문치 님과도 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광고주의 고민은 현대해상이라는 이름이 해양 선박 회사인지, 관련 보험 회사인지 요즘 MZ세대가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그 오해를 활용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오해를 살 만한 단어들로 가사를 쓰고, 박문치 님과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콘텐츠를 제작했죠. 새로운 사람들과 전에 없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재미있고 좋았어요.
‘이건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크리에이티브가
좋은 아이디어 아닐까요?
Q. 현대모비스 브랜드 매니페스토 필름은 넥슨 게임 광고와는 결이 무척 달라요. 무게감 있고 진중한 느낌을 주는데요. 상반된 분위기와 목표를 가진 광고 작업이라 중요하게 여긴 부분도 달랐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마다 맞는 옷이 있어요. 현대모비스는 ‘The One For All Mobility’라는 새로운 기업의 슬로건과 함께 기존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로의 변화를 천명하고 싶어했는데요, 단순히 부품을 조합해 플랫폼을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변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고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득해야 했죠. ‘도레미파솔라시도’ 각각의 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따라 우리에게 감동과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처럼요. 특히 비주얼적인 차별화를 주기 위해 많이 신경 썼던 프로젝트였어요.
Q. 어떻게 차별점을 두셨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B2B 기업을 타깃으로 한 프로젝트였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모비스의 새로운 변화를 쉽게 알릴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려동물의 사진을 악보로 만들어 음악을 만드는 스웨덴 아티스트 노암 옥스만(Noam Oxman)에게 현대모비스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악보로 만들어,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했죠. ‘광고주가 좋아할까?’, ‘만들자고 했는데 아티스트가 안 해준다고 하면 어쩌지?’ 걱정도 많았지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다행히 광고주도, 아티스트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반가워했고 세 편의 오케스트라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SK하이닉스 〈첨단동화〉 캠페인은 기존에 주어진 상황을 다른 시선과 언어로 바라보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에요. 메시지가 기발했어요. 대상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발견하는 CD 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늘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요. 그래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어머니가 올린 ‘선녀와 나무꾼을 바꿔주세요’ 라는 청원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목욕탕을 훔쳐보고, 옷을 훔치고, 강제 결혼까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달라진 시대의 가치와 충돌이 되는 부분들이 전래동화엔 많잖아요? ‘첨단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라는 하이닉스의 슬로건처럼, 첨단기술로 더 나은 동화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 PT 때 제안한 아이디어 그대로 인쇄광고 캠페인까지 진행되었고요.
Q. CD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아이디어란 새로운 시도일까요?
새로운 시도가 기준은 아닌 것 같아요. ‘이건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크리에이티브가 좋은 아이디어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함께 고민한 팀원들의 생각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것을 관철할 수 있는 CD가 되라고 선배님들께 배우고 있습니다.
Q. 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 어떤 기준이나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결정하시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이걸로 하면 되겠네!’ 싶은 아이디어는 잘 없어요. 씨앗이 될 수 있는 관점이나 발견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설명을 위해 써 놓은 앞단의 한 줄에서, 회의 때 주고받은 이야기에서 누군가 씨앗을 가지고 다른 관점으로 키워 온 두 번째 회의에서 그게 나와요. 그래서 회의 때 꼼꼼하게 생각을 잘 듣는 CD가 되려고 하죠.
Q. 캠페인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경험이 있으셨을까요?
처음 CD로 참여한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아 니로의 디지털 캠페인이었는데요. 서해안에서 촬영했는데 그날따라 안개와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어요. 주행 장면을 찍는데 차의 외곽 라인이 안 보일 지경이었죠. 사람이 절박해지면 현실에서 자신을 분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누군지 참 저 CD 큰일 났다. 차가 안 보여서 어쩌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다행히 추가 촬영을 했어요.
Q. 일상에서의 CD 님 모습도 궁금해요.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배스 루어 낚시를 10년 넘게 했어요. 이제는 혼자 타는 작은 카약까지 와버렸네요. 주말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전국의 강이나 댐, 호수로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해요. 안개가 자욱한 새벽 아침 물 위에 있는 것만으로 큰 치유가 됩니다.
Q. 크리에이티브에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 감각 또한 갖춰져야 하는 중요한 영역 같아요. CD 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있나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는 일상 곳곳에 있고, 그 영감을 기록하는 곳은 혼자만 볼 수 있는 비공개 페이스북이에요. 이제는 오래된 습관인데요. 페이스북을 열면 글을 올리는 창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라고 쓰여 있잖아요. 손에 땀이 찬다며 손을 놓는 연인의 대화에서 얻은 ‘더위는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구나!’라는 깨달음, 분식집 나무젓가락에 인쇄된 진심 어린 문장, 술 먹고 늘어놓은 넋두리에 친구가 해준 따끔한 말,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화성의 올림푸스 산이라는 사실, 이런 것들을 적어요. 와이파이를 켜놓고, 스쳐 가는 것 중 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끄적여두죠.
CD님의 영감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직접 튜닝한 카약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해서 몇 달만 지나면 나조차 잊어버리는 일을 해서 그럴까요? 컨펌도 필요 없고, 제 생각대로 구상하고, 직접 손이 닳도록 정성 들여 만들면 주차장 한 칸에 남아 나와 함께 해주는 카약 튜닝에 진심입니다. 상대적 결핍을 채워주는 것 같아 이제는 낚시보다 더 즐겁습니다.
포모도로 타이머
요즘 모두가 도파민 중독이라던데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포모도로 타이머는 구글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시계인데, 25분 타이머가 돌아가면 5분 휴식, 다시 25분이 돌아가는 식이에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제 생각에 몰입하는 거예요. 5분은 완전한 휴식을 취하고요. 다시 꺼내 보니 요즘 저한테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CREATOR’S WORKS
Creator's Essay
55캔크리e 행성
55광년 떨어진 게자리 성운에는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행성이 있다고 합니다
지천이 다이아몬드인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은
다이아몬드를 가치 있게 바라볼까요?
지구에는
호박(Amber)이라는 보석이 있습니다
나무에서 흘러내린 송진이
오랜 시간 굳어져 만들어진 보석
보석이라 하기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우주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희귀한 보석은
호박(Amber)이 아닐까요?
나무가 사는 곳은
이 우주에서
지구뿐이니까요
CD 2년 차
여전히
정성껏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생각과는 다른 피드백을 받았을 때
함께한 팀원들에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해야 할지 막막해서
돌아가는 길
꽉 막힌 도로가 고마울 때도 있지만
저는 호박(Amber) 같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최고가 되려 하고
대부분이 뒤떨어졌다고 낙망하는 사회는
얼마나 삭막하냐!
최고보다는 진짜가 되고 싶다던
어느 가수의 말처럼
'호박(Amber)' 같은
크리에이터
나로서 유일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곧 우주 시대라도 올 것처럼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AI는 호시탐탐 우릴 대체 할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
맞습니다
제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말 수가 적은 편이라
많이 듣고 깊게 고민하려 합니다
싫은 소리 잘 못해서
속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정답같은 A 안보다
클라이언트가 좋아할 것 같은 B 안보다
내가 하고 싶은 C 안을 세상에 보여주려면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모두가 빛나기 위해
1,000도의 온도를 견디고
58면으로 깎이고 다듬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모두가 호박처럼 유일하게 빛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