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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봉준

Artistic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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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봉준

INNOCEAN

 

차봉준 CD의 주변은 모두 그 다운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무언가를 고르고, 고르지 않는 것에 본인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는 멋지고 아름다운 취향을 가지려 하기보단 사람과 관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선택은 더 많은 여유와 웃음을 주었다. 좋은 에너지가 오가는 그의 일상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Interview

Q. 그간 어떤 작업들을 진행하셨나요?

2014년 이노션에 온 이후, 크게 세 가지 역할로서 캠페인에 참여했어요. 처음엔 팀에 소속된 아트디렉터로 현대카드와 카카오페이지, 현대자동차 등의 캠페인을 작업했어요. 2019년부터는 팀에서 나와 2020년까지 CD 챌린저 단계를 거치면서 한화와 기아 K5,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70 등을 작업했죠. 작년에 CD가 된 후에는 기아 K8, 제주삼다수, 구글 플레이, 현대해상, 휴테크, 기아 셀토스 광고를 진행했어요.

Q. 어떤 계기로 광고 일을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생 때 광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팀 속에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했죠.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광고 업계 선배들을 만나고, 동경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도전이라도 해보자’ 하고 겁 없이 뛰어들어 광고 일을 시작했어요.

Q. 디자인을 전공하셨다면, 광고를 만들 때도 시각적인 디테일에 신경 쓰실 것 같아요.

맞아요. CD로서 시각적인 디테일은 제가 놓치지 않으려고 욕심내는 부분이에요. 물론 청각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말이에요. 근데 그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게 있어요.

Q. 어떤 점이에요?

저에게 더 중요한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잘 공유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프로젝트 초반에 기획팀, 광고주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작팀에서 나온 팀원들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키는 거죠. 이런 전체적인 여정에 낙오자가 없이, 한 사람의 단독 아이디어가 아니라 모두가 만들고 싶은 광고가 되도록 노력해야만 시각적 디테일을 완성할 수 있겠 더라고요. 물론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요.

Q. CD님은 어떤 식으로 시각적인 디테일을 잡아가세요?

제주삼다수 캠페인을 예로 들자면, 이노션에서 몇 년간 진행해 온 브랜드인데 그간 브랜드 자체에는 달라진 게 없었어요. 제품도 같고, 아이유라는 광고 모델과 제주라는 로케이션도 동일했죠. 올해 제가 처음 맡게 되어,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했어요. 그 노력 중 하나로 영화나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인물과 공간, 그리고 제품이 나온 작품들을 계속 들여다보았어요. 공간 안에서 인물의 레이아웃과 자막의 스타일, 그리고 라이팅의 변화에서 오는 인물의 표정과 느껴지는 감성들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면서 말이죠.

Q.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셨나요?

그렇게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기존의 광고들과 차별화할 포인트를 찾았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프레임과 색감이었죠. 그래서 애너모픽렌즈(Anamorphic lens)를 사용했어요. 와이드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는 광학렌즈인데요. 주로 영화 촬영 때 쓰여요. 왜곡 없이 제주의 멋진 풍경을 스케일감 있게 담으면서도, 인물과 제품의 감성적인 색감까지 연출할 수 있었거든요.

Q. 광고 영상의 톤앤매너와 관련된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해요.

삼다수 캠페인은 영화 〈패터슨〉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어요. 저는 주로 OTT를 통해 영상을 봐요. 그 중에서도 색감이 좋은 걸 굉장히 선호하는 편인데, 그런 영상을 보면서 상상해보죠. 이런 색감은 나중에 어떤 브랜드와 하고 싶다고 매칭해 보는 식으로요. 그러려고 보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연상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많이 접하면서 영감이 이어지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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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2022 'The new Sel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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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2022 '깨끗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물, 제주삼다수'

Q.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영상은 뭐예요?

너무 많지만(웃음). 최근에 본 건 디즈니플러스의 〈인사이드 픽사〉예요.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요. 워낙 큰 회사라서 아트디렉터, CD는 물론이고 캐릭터 디자이너, 카메라 워킹 편집자, 젠더 이슈를 체크하는 스크립터까지 있더라고요. 그들이 인물 앵글은 어떻게 맞추고, 프레임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디테일하게 나와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동경하게 되는 부분도 있죠.

Q. 그럼 시각적인 부분이 좋았던 작품은요?

애플TV에 좋은 작품이 많더라고요. 〈파친코〉도 좋았는데, 최근에 본 것 중에는 〈돈벼락 LOOT〉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영상 속 인물의 의상이나 공간, 레이아웃 등이 시각적으로 충격적이었거든요.

Q. 그러한 것들은 기록해 두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나요?

그래서 화면을 캡처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둬요. 그걸 관련된 생각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공간감이나 색감 관련된 아이디어를 모아 놨다가 새로운 프로젝트와 연결해 보는 경우가 많아요.

Q. 시각적으로 ‘좋은’ 표현 방법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시각에서 제일 중요한 게 광선이라고 생각해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것처럼, 빛에 따라서 사물이나 오브제, 인물의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그와 관련된 부분을 주로 고민해요.

Q. 시각적 디테일에 욕심내는 이유가 궁금해요. 단지 아트디렉터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거든요

사실 사람들이 광고를 잘 안 보잖아요. 그런데 시각적, 청각적으로 매력적인 광고가 있다면 누군가는 넘기려던 광고를 더 보게 될지도 몰라요. 집안일을 하며 흘려듣던 광고 속 음악이 궁금해 어떤 광고인지 찾아볼 수도 있는 거고요.

Q. 그러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선, 앞서 말씀하셨듯 소통이 제일 중요하겠죠?

맞아요. 특히 긴 시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는 팀원들의 생각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신경 써요. 이 부분은 이노션의 특성상, 팀원들이 저만의 팀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CD라고 해서, 다른 카피라이터 분들보다 메시지를 더 잘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 PD님, 감독님과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나누고 그분들에게 권한을 드리죠. 그 결과물을 잘 선택하고 책임지는 게 제 몫인 거고요.

Q. 광고는 여러모로 어려운 일 같아요.

네. 오래 했으면 잘해야 하는데, 새로운 브랜드를 맡으면 여전히 어려워요. 근데 한 선배님이 말씀하신 “광고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저는 10여 년 동안 축적한 것들이 있다 보니, 기댈 구석이 있거든요. 아무리 해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모아 놓은 비주얼 폴더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어렵지만요(웃음).

Q. 이쯤에서 이번 호 주제 ‘예술지향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아트디렉터 출신으로서 CD님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떠세요?

요즘은 미술관, 박물관도 대중적으로 변해가고 워낙 콘텐츠가 다양해서 문화예술과 가까워지는 분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제가 미술전공자라고 해서 영감을 찾으려고 일부러 돌아다니진 않거든요. 오히려 취미활동을 통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야만 저의 감성들을 더 끌어올려 심리적으로나 예술지향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죠.

Q. 건강한 라이프라니, 조금 의외인데요(웃음).

예전에는 불도저 같고 카리스마 있는 선배님들이 많아서 저도 그렇게 되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러다 반대로 생각하게 됐죠. 전체를 총괄하는 제가 컨디션이 좋다면 누구든 저한테 더 편하게 얘기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건강한 일상을 즐기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했을 때 회사에서 더 여유가 생기고, 더 많이 웃고,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Q. 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추구하는 삶도 그것만의 의미가 있죠.

맞아요. 삶은 뭐든 자기만족 아닐까요? 내가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이 좋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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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CD님은 어떤 것들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일상을 만드세요?

운동과 영어예요. 월수금은 수영, 화목에는 테니스, 일요일은 영어 회화를 하고 있죠. 테니스는 사내 동호회를 시작으로 작년에는 레슨까지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즐기다 보니 건강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올해 4월부터는 수영도 시작했어요. 영어는 아직 옹알옹알 수준이지만, 외국인을 피하진 않습니다(웃음).

Q. 운동을 하며 어떤 게 달라졌나요?

광고는 압박이 많은 일인데, 이걸 계속 붙잡고 고민하거나 전시를 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물론 그게 맞는 분들도 있겠죠. 근데 저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편이다 보니, 오히려 일상에서는 테니스나 수영을 하는 게 균형이 맞는 것 같아요.

Q. CD님 역시 아트디렉터였기에 심미안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했을 것 같아요.

저도 별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다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기록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계속 감각을 키워 나가는 거죠.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든, 고민해서 나오는 아이디어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조금씩 쌓아 둔 제 안에 압축되어 있던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을 꾸준히 관찰하고, 잠드는 순간까지 콘텐츠를 시청하려고 하죠.

Q. 아트디렉터로 일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때요?

아트디렉터였을 때는 팀원이다 보니까, 팀 전체가 돋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최대한 아웃풋을 잘 뽑아내기 위한 작업들을 직접 했죠. 지금은 작업은 거의 하지 않고 팀원이 만들어 낸 걸 잘 선별하는 역할을 해야 해요. 롤이 달라진 거죠. 그래서 ‘기분이 태도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요. 컨디션과 기분으로 회의 분위기를 좌우하지 않고, 일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CD로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예전에 〈도쿄!〉라는 타이틀로 봉준호 감독, 레오 카락스 감독, 미셸 공드리 감독이 함께 작업한 영화가 있어요. 그것처럼 여러 CD가 각자의 시선을 담아서 만드는 합작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어요. 아니면 미국의 슈퍼볼 광고처럼 사회적 의미가 있고, 스케일이 있는 광고를 제작해 보고 싶기도 해요.

“이런 전체적인 여정에 낙오자가 없이,
한 사람의 단독 아이디어가 아니라 모두가 만들고 싶은 광고가 되도록 노력해야만 시각적 디테일을 완성할 수 있겠더라고요.”

CREATOR’S POSTCARD

서랍 속 아날로그

연인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그렸던 일러스트 엽서 (2008)

쓰기의 즐거움에 빠졌던 시절 손글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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