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Beyond Saving

Dialogue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김규리 캠페인플래너 • 안병은 캠페인플래너

아끼기만 하는 소비는 옛말이 됐다. 이제 우리는 똑똑하게 산다. 따지고 비교하고, 만족을 발견하는 지점에서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갈수록 섬세하고 치밀해지는 소소(小小)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브랜드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캠페인의 도면을 그려온 두 사람을 만나 요즘 시대 소비의 문법에 관해 물었다.


 

1. 절약에서 전략으로 달라진 소비

Q. 최근에 한 소비 중 가장 만족을 느끼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김규리코스트코에서 산 세제와 다이소에서 구매한 건조기 시트요. 가격 부담은 적었지만, 고가 브랜드와 사용감이 크게 다르지도 않더라고요. 값비싼 제품을 샀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실패하는 것보다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안병은저는 SPA 브랜드에서 산 가방이 기억에 남아요. 일본과 한국에서 품절 대란이 일었던 모 브랜드와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나왔다기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요. 가격이 너무 저렴한 거예요. 호기심에 한번 사봤고, 올해 내내 기대 이상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규리후회했던 소비도 있어요. 예쁜 디자인에 끌려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 샀지만, 생각보다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결국 물건의 가치는 꾸준히 사용되는 데 있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Q. 근래 들어 고가의 제품 대신 듀프 제품을 선택하는 등 합리적인 소비 경향이 떠오르고 있어요.《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6》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소소(小小) 소비’라고 이야기합니다. 두 분은 이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규리저는 소소 소비란 절약보다 전략적 소비라고 생각해요. 불필요한 피로를 줄이고 나한테 꼭 맞는 선택만 남기는 방식인 거죠. 예전에는 이러한 소비 패턴이 가성비라는 표현으로 불리면서 가격에 국한되는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누군가와 어떤 경험을 나누고, 얼마나 똑똑하게 소비하는지까지 포함하는 것 같아요. SNS 알고리즘을 타고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소소 소비에 관심을 두는지 체감이 되는데요. 다만, 저는 스스로 합리적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과소비하게 되는 걸 주의하려고 해요.

안병은맞아요. 습관적으로 소비에 의존하게 되면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죠. 정말 똑똑한 소비자라면 감정에 휘둘린 충동구매를 경계해야 해요. 그럼에도 소소 소비는 요즘처럼 불황인 시기에 꼭 필요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만족하는 소비를 한다면, 그리고 오늘 하루 열심히 버틴 자신에게 일정 부분 소비를 허락함으로써 정서적 위로를 받고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배달의민족 ‘배민한그릇’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단골일수록 플러스’

Q. 진화하는 소비 생태계에 발맞춰 브랜드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을 텐데요. 두 분이 진행한 캠페인은 어떤 프로젝트였는지 소개해 주세요.

안병은올해 초부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함께 세 가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 앞서 이야기 나눈 소소 소비와 맞닿은 ‘배민한그릇’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최소 주문 금액이 없는 배달 경험을 다룬 캠페인이었어요.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배달 경험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1인분 서비스를 지구에 방문한 UFO에 빗대어 티저 광고 콘셉트를 기획했어요.

김규리네이버 신규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이하 네플스) 론칭 캠페인인 ‘단골일수록 플러스’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사용되는 단골 개념을 온라인으로 확장해 쇼핑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실생활에서 단골로 누리는 혜택을 온라인 소비자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죠. 세일 프로모션 브랜딩도 이어서 진행했는데, 그중 ‘특선물’ 리브랜딩 캠페인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전까지는 세일의 강도를 강조하는 프로모션이었다면 이번에는 감도에 초점을 맞춰 선물을 주고받는 감정을 강조했어요. 특별한 날, 특별한 것을 특선물에서 구매하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방향을 제시했죠.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단골일수록 플러스’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특선물'


 

2. 취향과 경험을 겨냥한 캠페인의 탄생

Q. 주로 오프라인에서 쌓는 단골 경험을 디지털로 어떻게 구현했나요?

김규리 단골의 본질은 기억과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네이버는 AI 개인화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관심, 탐색, 찜 같은 행동을 기억하고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앱을 설계했고요. 이번 캠페인에서는 그 구조를 스치기만 해도 단골로 대접받는 경험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단골일수록 플러스’라는 메시지를 통해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단골 경험이 디지털로 확장되는 방식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Q. 감정이 오가는 선물 문화를 이야기한 ‘특선물’ 캠페인도 그렇고, 감성을 콘셉트로 소비자를 공략하셨군요.

김규리맞아요. 특히 ‘특선물’ 캠페인에서는 마음의 온도가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물을 고를 때는 내 물건을 살 때와 다르게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하잖아요. 받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취향을 고민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기존 프로모션 명인 ‘선물 대첩’이라는 단어에 내재한 경쟁적인 톤을 없애는 게 관건이었는데요. 마음을 담아 고른 선물이자 네이버가 엄선한 특별한 선물이라는 의미의 ‘특선물’로 재탄생하게 되었죠. 선물 시즌에는 다양한 커머스들이 경쟁하는 만큼 감도 높은 비주얼과 ‘특’이라는 단어 중심으로 감성적인 기준을 세우고자 했고요.

Q. 캠페인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소비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꼈나요?

김규리예전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이걸 선택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단순한 브랜드의 주장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맥락과 이야기 속에서 선택하는 경향이 분명해졌다고 느꼈고요. 그래서 최근 캠페인에서는 네플스의 강점을 실제 스토어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에 집중했습니다. 현지 맛집, 리뷰로 검증된 스토어, 산지 직송 스토어와 같이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왜 네플스에서 쇼핑하는 경험이 의미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안병은저는 소비자 조사를 하면서 예상한 대로 사람들이 최소 주문 금액에 저항감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혼밥이 일상화된 지금 최소 주문 금액은 일종의 강요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원하지 않는 음식을 더 얹어 주문해야 한다는 압박은 주문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불편함을 느끼도록 만들고, 덩달아 높아진 가격 부담은 소비 경험 전반의 만족도를 떨어뜨립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페인 포인트가 캠페인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었죠.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김규리 캠페인플래너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안병은 캠페인플래너

Q. ‘배민한그릇’의 서비스는 그 자체로 소소 소비와 관련이 있는데요. 기획 단계에서 사람들의 어떤 소비 특성에 주목했나요?

안병은배달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층의 혼밥 키워드를 눈여겨보았어요. 대부분 혼자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려고 음식을 주문하면서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먹지도 않을 공깃밥이나 딱히 필요 없는 탄산음료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가해 본 경험이 있더라고요. 그들의 사례를 인사이트 삼아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메뉴를 혼자 주문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구성했어요. 원치 않는 사이드 메뉴 구매를 강제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진짜 먹고 싶은 메뉴 딱 한 그릇만 합리적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거죠

Q. 캠페인에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녹여 냈나요?

안병은치킨, 짜장면, 마라탕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혼자 먹는데 최소 주문 금액이 15,000원?”이라는 내레이션과 자막이 나오면서 소비자가 평소 느끼는 황당함과 불편함을 직접 보여줬어요. 그리고 배민한그릇 서비스는 군더더기 없이 내가 원하는 메뉴 딱 한 그릇만 온다는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혼밥을 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해결책이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Q. 두 분의 캠페인은 공통으로 새로운 소비 습관을 제시하며 소비를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들었어요. 캠페인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전이 있었나요?

김규리앱의 서비스나 프로모션은 기술이나 숫자로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쉽고 빠를 수 있지만, 네이버가 지향하는 방향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런 접근은 택하지 않았어요. 단골이나 선물처럼 일상에서 체감되는 경험의 언어가 브랜드에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고, 그 기준 아래 실제 스토어와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갔습니다. 이 방향성이 여러 캠페인을 관통하는 공통의 기준이 됐어요.

안병은다행히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캠페인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배민의 한그릇 서비스가 워낙 특장점이 명확했고 업계 최초로 시도한 서비스인 만큼 전달해야 할 메시지도 분명했거든요. 한편으로는 부담이 크긴 했어요. 서비스는 훌륭한데 캠페인이 별로였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요(웃음).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배달의민족 ‘배민한그릇’


 

3. 소비자를 움직이는 설득 포인트

Q. 광고에 혹해 지갑을 열었던 경험이 있나요?

김규리앞서 함정에 빠진 과소비를 주의하려 노력한다고 말했지만, 실은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누가 사?”의 ‘누가’를 담당하고 있답니다(웃음). 특히 “이 링크에서만 이 가격”이라는 문구를 보고 홀린 듯이 물건을 구매한 적이 많아요. CTA가 얼마나 강력한 설득 요소인지 몸소 배우고 있네요.

안병은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광고에 쉽게 흔들리는 편은 아니에요. 취향이 확실하기도 하고 오래 라포를 쌓아 온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해서요. 브랜드에서 저 같은 패턴의 소비자를 공략하려고 결국 소소 소비 같은 가성비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식으로요.

Q.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앞으로 브랜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김규리브랜드는 소비자가 삶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맥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고 나아가서 대신 고민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술이 있으니까요. 소비자의 과거 행동에서 라이프스타일의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소비의 청사진을 그려야 할 거예요. 그렇게 브랜드가 개별 소비자를 이해하게 된다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를 넘어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안병은저도 동의해요. 브랜드가 소비자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가 정말 중요해질 거예요. 소소 소비 트렌드에 따라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이해해 주는 브랜드에 충성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예를 들면 “당신의 이번 주 소비 패턴을 보니, 이런 걸 더 좋아할 듯해요.” 같은 메시지를 담은 관찰형 추천을 보면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껴지겠죠? 이에 대해 유저는 ‘맞아. 내가 이런 걸 좋아했지, 그러고 보니 갖고 싶네.’ 혹은 ‘살 때 됐네.’ 등의 반응을 하게 될 거예요. 결국 소비자 개개인에게 관심이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겠죠.

Q. 앞으로 소비하는 데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안병은소비를 하며 꾸준히 작은 만족을 느끼게 되는 브랜드를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소비자는 대단한 약속을 바란다기보다, 체감할 수 있는 작지만 감각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니까요. 그리고 소소 소비 트렌드가 나다운 선택과 경험을 선호하는 문화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취향이라는 가치도 중요해요. 브랜드가 사람들의 취향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되어 소비를 끌어내야 할 것 같아요.

김규리앞으로의 소비에서는 취향과 진정성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빠르게 사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점점 자신에게 맞는 선택인지, 공감할 수 있는 맥락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소비를 이어가고 있어요. 브랜드가 일관된 태도로 진정성을 보여주고,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반복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브랜드의 소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게 될 거라고 봅니다.

더 똑똑하게, 더 전략적으로 이미지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