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모베러웍스 모춘

Daily Archive

Once Upon A Time,
There Was An
Honest Storyteller…

모베러웍스 모춘 이미지

모베러웍스

모춘 브랜드디렉터

 

브랜드가 이름을 얻고 사랑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응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 대국민 브랜드 성장 쇼를 선보인 팀이 있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하는 팀, 모베러웍스. 그 여정의 시작점이자 브랜드가 되어버린 사나이, 이야기꾼 모춘을 강우주 아트디렉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MoTV 그리고 기록과 소통


 

모베러웍스 모춘 이미지

강우주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모춘 저는 모춘이고요.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돈 되는 거 하는 사람입니다.

강우주 모춘 님의 첫 등장이었던 유튜브 MoTV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그때 말씀하신 “기록은 중요한 것 같아.”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두 문장이 모베러웍스의 근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모춘 저는 원래 일기를 쓰고, 메모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오늘 이 자리도 덕분에 생긴 건데, 기록은 영세한 브랜드한테는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소스의 원천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기록이 일기나 메모라면 보통 혼자 쓰고 혼자 보잖아요.

강우주 맞아요. SNS가 아닌 이상 보통 혼자 간직하죠.

모춘 유튜브로 기록을 한다면 불특정한 대상을 향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건데, 도움이 되는 게 있어야 봐주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사실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었죠. 그런데 다른 여가 생활보다 일하는 게 재밌는 사람이에요. 내가 일 이야기만큼은 잘 나눌 수 있겠다 싶었죠.

강우주 쉴 때가 제일 좋겠지만, 일하다 보면 ‘이건 재밌는데’ 라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브랜드가 아닌 모춘 님에게 기록이란 무엇이고, 또 어떤 역할을 하나요?

모춘 저희 팀 대표 소호 님이 MoTV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시간이 지나고 떠올려 보면 기록을 남겼던 상황만 기억난다고요. 개인적으로 비밀 블로그도 운영해요. 혼자 일기 쓰고 사진 올리는 건데 지나고 보면 정말 그 순간들만 기억이 나요. 브랜딩 소스로서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개인에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옛날 시골집 가서 사진 앨범 보는 재미 같은 거죠.

강우주 비밀 블로그를 운영하시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기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거나, 꾸준히 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모춘 기록이라는 단어가 되게 무겁고 거창한 것 같아요. 저는 일기, 아이디어 가리지 않고 막 씁니다. 낙서처럼 가볍게 생각하는데, 무언가를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두서없이 일단 하는 게 팁이에요. 나중에 모아서 보면 뭔지는 몰라도 결국 도움이 되더라고요.

강우주 모베러웍스에게도 기록은 의미 있는 행위인 것 같아요. 두낫띵클럽과 첫 협업을 했는데, 함께 만든 굿즈도 기록을 위한 도구들이었고요.

모춘 첫 협업이다 보니, 저희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함께 고군분투할 일꾼들을 만나고 싶었고, 두낫띵클럽이 퍼포먼스를 크게 낼 수 있는 분야가 기록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쪽으로 아이디어가 발전됐죠.

강우주 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모춘 두낫띵클럽 대표 두 분이 워낙 일 잘하는 걸로 유명하셔서 항상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MoTV에 댓글을 다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한번 만나자고 엉겼답니다(웃음).

강우주 브랜드에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요

모춘 처음에는 유명한 팀과 하고 싶었어요. 협업을 하면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는 거니까 나보다 잘나가는 팀이랑 하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 성공 경험이 쌓이니까 되게 다양한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는 돈 많이 주는 팀이랑 하고 싶었어요. 그럼 재미없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했는데, 돈이 다는 아니더라고요.

강우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자잘한 마찰이 생기기 쉽죠. 그럼 감정적으로 유대감이 있는, 그런 브랜드와 일하시는 걸 더 선호하시나요?

모춘 감정 노동도 리소스가 많이 드는 작업이니까요. 서로 존경할 수 있는 팀이랑 하려고 해요. 킥오프 전에 한두 번 얘기해 보면 느껴지는 합이 있는데, 사람들이 늘 좋아해 주신 프로젝트를 보면, 함께한 팀과 존중을 나눌 수 있고 결이 잘 맞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모춘의 인생극장


 

모베러웍스 모춘 이미지

강우주 MoTV 〈고군분투 브랜드 제작기〉편의 댓글에서 “첫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게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된다.”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든 사람의 고민일 텐데, 브랜드가 커가는 데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춘 저희는 항상 메시지를 이야기해요. 협업 사례가 많아지고 알려지면서, 오히려 저희가 뭐 하는 팀인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 같아요. 일하다 보면 상황에 휘둘리잖아요. 그럼 ‘우리는 뭐지’ 그런 순간이 많이 찾아와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우주 명확한 메시지가 있다는 건 모베러웍스의 구심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시작은 모춘이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었고요.

모춘 가끔 저를 객관적으로 보면 ‘왜 이렇게 고약하게 일하지?’ 싶을 때가 있어요. 최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는 건데, 그게 상황을 꼬이게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일이 잘되는 경우를 보면 역시 아무리 작은 일을 할 때라도 저의 진짜 모습이나 성격,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솔직하게 나눌 때 시너지가 나요.

강우주 에둘러 가는 것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선호하시나 봐요.

모춘 맞아요. 반대로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거나 점잔 빼느라 눈치를 보면 될 일도 잘 안돼요. 그래서 지금 저희 팀은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요. 프로젝트 리뷰도 전국에서 제일 많이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요. 피드백이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안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훈련을 해보는 거예요.

강우주 그런 의미에서 “모춘의 재능은 협업에 있다.”는 자기소개가 인상적이에요. 대오 님이 한 인터뷰에서 모춘 님이 이전 직장에서 팀원들과 많이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다고 하셔서 의외이기도 했고요(웃음).

모춘 사람들은 다 평가를 받는데, 저라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협업을 솔직히 말하면 잘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성공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서로 긴밀하고 솔직하게 교감했다고 느낄 때였어요. 직장에서 팀워크가 중요하잖아요. 잘 지내려고 회식도 하고 워크숍도 가고요. 그런데 저는 서로 일로 끝까지 가보고, 못 볼 꼴 보고해야 관계의 쫀쫀함이 강화되는 것 같아요. 충돌도 해보고요. 저만의 협업 방식이 있는 거죠.

강우주 협업이나 일하시는 방식이 참 ‘모베러웍스’스럽다고 느껴지네요. 그래서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접할 때 모춘님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전면에서 이야기를 하시니까요. 나를 드러내는 데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모춘 사실 IP가 두 개죠(웃음). 모춘과 모조.

강우주 모춘 님도 IP셨군요(웃음).

모춘 처음 MoTV 시작할 땐 유명해지고 싶었거든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면 좋겠고, 작업 잘 보고 있다는 말도 듣고요.

강우주 실제로 유명해지셨잖아요.

모춘 조금 경험하게 된 건데(웃음). 처음엔 좋았지만, 제 행동이 브랜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위축도 되고 어려움을 느껴요. MoTV에 나오는 건 저희가 집중하고 몰입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서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이 부각된 것도 있어요. 그것도 저희의 한 부분이지만 그런 부담을 뛰어넘는 게 새로운 챌린지죠.

강우주 사실 그런 도전 정신이나 즐기는 모습 때문에 모베러웍스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일을 많이 하는 브랜드로 각인이 됐잖아요. 그런 시선과 평가는 어떠세요?

모춘 광고 회사를 다니셔서 아시겠지만, 색다르고 새롭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새롭기 위해서 새로워지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에요.

강우주 저도 늘 새로워야 한다는 감각이 가장 큰 장애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모춘 맞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타인의 칭찬에 휘둘리는 거죠. 새롭다는 게 경우에 따라 좋기도 하지만, 저를 옭아매기도 해요.

강우주 반대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뭘까요?

모춘 오히려 “진짜 생각 없네.” 이런 말이 듣고 싶어요.

강우주 칭찬은 아니네요?

모춘 저희는 티셔츠 제작부터 극장 계획까지 내부적으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외부에 이야기할 때는 ‘왜?’냐는 물음에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고, 프로젝트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그냥 철없다는 소리가 속 편해요.


 

영감과 브랜드 메시지


 

모베러웍스 모춘 이미지

강우주 일하실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모춘 스케치할 때가 좋아요. 그때는 일한다는 감각은 아니고 노는 것 같거든요. 협업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순간도 눈치보지 않고 즐겁다면 일을 하다가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요.

강우주 그런 유쾌함과 가벼움이 모베러웍스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모춘 요즘은 브랜드 전성시대라 정의도 저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야기예요.

강우주 기록이랑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모춘 맞아요. 그래서 기록을 하고, 그건 제품이나 서비스 기능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강우주 이야기는 아무래도 화자의 생각이 짙게 드러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나 영감도 중요하잖아요. 모춘 님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모춘 영화도 많이 보고,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업물을 봐요. 기록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레퍼런스가 되고요. 최근에는 1970~80년대 펑크 밴드 비디자이너의 포스터 작업들을 집중해서 봤어요.

강우주 펑크 밴드 포스터는 대중적인 분야는 아니네요. 비주류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본다는 부분도요.

모춘 오랜 시간 좋아한 분야인데 카피한 것도 많아서 그 기록도 다시 찾아봤죠. 저는 아카데믹하게 디자인을 배웠고, 돈을 벌기 위해서 조형적인 완성도에 집중을 많이 하는데, 그런 작업은 화장을 너무 진하게 했다는 느낌을 줘요. 그 반대가 버내큘러(Vernacular) 디자인이라고 해서 고상하고 세련되지 않은 비주류의 것이지만, 직진으로 메시지를 꽂아버리는 태도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강우주 ‘직진으로 메시지를 꽂는다’는 표현이 모춘님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모춘 닮은 것에 끌리나봐요(웃음).

강우주 이야기는 곧 메시지잖아요. 상품도 곧 메시지를 파는 것이고요. “Small work big money”, “No agenda”, “As slow as possible” 이런 문구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모춘 가치라고 얘기하면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브랜드고, 그 관점을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게 가장 큰데, 상사나 선배가 훈수 두면 맞는 말이라도 듣기 싫잖아요. 그래서 저희 생각은 편하게 느낄 수 있게 그 방식이 가벼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감 안 하면 말고’ 수준의 가벼움을 갖고 싶어요.

강우주 그럼,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하는 팀원들은 어떨까요? ‘그룹사운드’처럼 개성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팀이잖아요.

모춘 폐 끼치지 않는 마음이랄까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직의 모습이 밴드인데, 잘나가는 밴드 다큐멘터리를 보면 치고 박고 싸워도, 생각이 달라도, 자기가 맡은 분야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그런 충돌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실력이 필요한 거죠. 본인이 자신 있는 거, 원하는 것이 분명한 게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강우주  앞으로 새로 합류할 팀원들도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어요.

모춘 시기마다 바뀌는데, 됨됨이 같아요. 사람을 한두 번 인터뷰해서 파악하긴 어렵지만, 기분 좋게 자기 할 말 다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압박 면접을 해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런 친구들이 지금 우리 멤버고요. 자기 할 말을 하는 게 뭘 우기는 게 아니라 재치 있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거죠.

강우주 마지막으로, 모베러웍스의 최종적인 방향은 무엇일까요?

모춘 저는 비위 맞추기 싫어요. 그게 서로에게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80억 지구인 속에 우리처럼 작은 활동을 하는 팀이 비위 맞추지 않아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랑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대형 극장이 저희가 만들 극장의 레퍼런스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저희만의 관점을 가지고 휩쓸리지 않으려고 해요.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