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CX비즈니스팀 팀장 조호신

Artistic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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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비즈니스팀 팀장 조호신

INNOCEAN

 

투명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반질반질한 바닥 위에 신형 자동차 들이 놓여 있다. 자동차는 외관이 가장 잘 보이는 색의 조명을 받으며 소비자들을 기다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동차 매장의 모습은 곧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이노션의 CX비즈니스팀 조호신 팀장은 그러한 익숙함과 작은 디테일들을 관리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광고 회사에서 이렇게까지?’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곧 ‘이것부터가 광고지’라는 답을 내렸다.

 


 

Interview

Q. CX비즈니스팀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요?

저희 팀은 크게 SI 스페이스 아이덴티티, CI 코퍼레이트 아이덴티티 사업과 브랜드 컬렉션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어요. SI, CI 사업은 현대자동차의 전 세계 딜러 매장의 디자인을 맞추고 관리하는 일이고, 브랜드 컬렉션 사업은 현대자동차, 기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자동차가 아닌 다른 제품들에 녹여내어 전달하는 일이에요.

Q. 길거리에서 종종 보는 통유리로 된 매장들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요. 매장의 간판과 로고, 그 안에 들어가는 가구 등 모든 부분에 관여해요. 현지에 있는 공급 업체들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업체들을 트레이닝하고 품질을 관리하죠. ‘스페이스 마케팅’이라고 하면 BTL 영역에서 현대 모터스튜디오나 Kia360 같은, 플래그십 형태의 상설 또는 비상설 공간을 만드는 일을 지칭 하는데 저희가 하는 일은 좀 달라요. 정확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면서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죠. 매장 규모에 따라 어떤 가구가 몇 개 들어가야 하는지, 데스크는 몇 개 있어야 하는지, 간판 안에 로고의 위치나 전화번호의 폰트는 뭘 써야 하는지 모두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요. 그걸 통해서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 기아가 어떤 브랜드인지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게 저희 역할이에요.

Q. 생각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리하네요.

글로벌 기업들은 거의 다 비슷할 거예요. 매장이 전 세계에 있으니 더 철저하게 맞추고 관리하죠. 아마 동료 분들이 ‘저 사람들은 뭐 하는데 맨날 출장만 다닐까’ 하셨을 텐데, 매장 관리하러 다녔던 거예요(웃음). 어떤 분들은 광고 회사에서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의문을 품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 돼서 사이니지를 만드는 협력업체에 방문했을 때,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모여 있는 전시실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간판도 광고였지.’ 생각해보면 간판은 광고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고, 브랜드를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거예요. 그러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거죠.

Q. 브랜드 메시지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일이군요. 브랜딩이나 디자인 쪽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이노션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부터예요. 2010년 이노션에 입사하고 처음 5년 은 경영전략과 IT 업무를 했어요. 15년부터는 신규 사업, 브랜딩·마케팅 컨설팅을 하는 팀에 있으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고요. 솔직히 아직도 스스로 마케터라고 말하는 게 좀 쑥스럽습니다. 지금 팀에 합류한 지는 1년이 좀 넘었어요. 아직은 저도 새로운 일들을 배우면서 즐겁게 도전하는 중이에요.

Q. 2019년에 현대자동차 브랜드 컬렉션 리뉴얼, 현대 모터스튜디오 컬렉션 개발, 2021년에는 N 컬렉션 개발 등을 담당하셨어요. 프로젝트마다 성격도 전개 방향도 다를 텐데요. 기본적으로 어떤 지점을 고민하며 방향을 잡아가나요?

브랜드 컬렉션 제품군은 두 가지로 구분돼요. 자동차에 장착해서 차와 같이 사용하는 제품과 차와 상관없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품이죠. 앞의 경우엔 차와 조화를 이루고 사용자들이 높은 효용을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서도 해당 자동차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설계된 제품이어야 하죠. 레이 같은 경차와 제네시스 같은 세단은 다른 차잖아요. 차를 타는 사람도 다를 테니 차를 타는 고객의 행태를 고려하게 돼요. 차량에 가지는 신뢰가 무너지거나 경험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품질에도 당연히 신경 써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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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브랜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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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축소모형완구

Q. 그럼 자동차와 상관없는 제품들은 어때요?

디자인을 할 때 기능보다는 브랜드를 드러내는데 더 집중해요. 제품은 의류나 액세서리, 선글라스 같은 것들이죠. 이번에 N 컬렉션과 스틸러라는 선글라스 브랜드가 협업을 진행했는데, 무드가 서로 잘 맞았어요. 협업할 때는 특히 두 브랜드의 핏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협업 브랜드의 디자인, 성격, 제품 카테고리까지 좀더 스포티하고 영하게, N 브랜드스러운 지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다른 컬렉션도 같은 기준을 두고 고민해요.

Q. 컬렉션마다 선글라스, 핸디 청소기, 캠핑 용품, 생활 잡화까지 개발 품목이 무척 다양하더라고요. 잘 팔리는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상품을 구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수많은 선택지 중 품목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품목을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 가치와 닿아 있는 맥락을 가장 핵심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광고주와 함께 품목을 설정하는 기획 단계를 진행하면서 차의 성격과 타깃, 타깃이 예상하는 액티비티들도 가정해보고 여러 각도에서 가장 브랜드에 적합한 품목을 결정하죠. 아무래도 브랜드의 페르소나는 광고주 마케팅에서 깊이 연구되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상품의 핵심 소구점에 대한 부분을 좀더 집중해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Q. 시대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이 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고려하는 거군요?

그렇죠. 예를 들어, 최근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는 추세에 따라 관련 상품의 수요가 높다고 판단되면 해당 상품군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컬렉션을 구성해요. 이후 저희 컬렉션 상품을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조공장과 업체를 선정하고 생산을 위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리하며 상품을 개발하죠. 상품 뿐 아니라 패키지에 노출되는 상품명, 상품 정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요. 거기 까지가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고객에게 선보인 컬렉션 상품과 함께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은 고객 스스로 결정할 일이죠.

Q. 최근 아이오닉6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아이오닉은 가장 대표적인 전기차니까 방금 말씀드린 사항을 많이 고려해서 준비 중이에요. 특히 전기차의 전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에 초점을 많이 맞췄 어요. V2L을 확장시킬 수 있는 파워스트립이나,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다루면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테이블, 늘 깨끗한 상태로 차량을 유지할 수 있는 무선 진공 청소기 등을 만 들고 있죠. 또 와디즈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모니터나 스피커, 우산 등 10가지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도 준비하고 있어요. 어쩌면 어떤 분들은 ‘그냥 가정용 멀티탭이나 청소기 쓰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차에 완벽히 딱 맞게 디자인된 아이오닉 컬렉션을 보신다면 아마 생각이 바뀔 거예요. 오직 아이오닉만을 위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서 세상에 없는 유일한 상품 을 만들어내고 있거든요. 이번에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아이오닉 컬렉션과 함께 고객분들이 몸에 와닿는 모빌리티 라이프의 확장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Q. 자동차 굿즈로 멀티 콘센트가 나오다니, 시대가 변하고 있네요.

이제 차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니까요. 요즘은 차 안에 내장된 게임 콘텐츠를 즐기며 운전석에 앉아서 편안 하게 마사지를 받는 시대죠. 넷플릭스 시청을 하며 밥도 먹고 라이브 방송도 하잖아요. 특히 전기차가 보편화 되면서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훨씬 더 많아졌어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공간,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된거죠. 이 제는 그저 차량에서 쓰는 굿즈 수준에 그쳐서는 안돼요. 고객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는 좀더 디테 일하고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인 거죠.

Q.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N 컬렉션 반응이 좋았어요.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매니아층이 확실하고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예요. N 브랜드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은 차량용 커스터마이징 상품 뿐 아니라 일상에서 N 브랜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상품들도 좋아해주세요. 엽서나 스티커, 그립톡, 핸드폰 케이스 등 소소한 액세서리들까지도 출시가 되면 꼭 구매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디테일 하나까지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컬렉션들이 가장 사랑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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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N 컬렉션

Q. 결국 CX비즈니스팀의 일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우고 고객이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같아요. 브랜드 공간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줘야 할까요?

매체를 통한 광고와 상품이 있는 공간은 고객 경험에서 차이가 확실해요. 매체 광고는 소비자에게 눈앞에 있는 상품을 보여줄 수 없지만, 매장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제품과 만나는 공간이잖아요. 매장에 방문하는 분들은 대부분 구매를 고려하며 찾아오기 때문에 더더욱 매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죠. 차가 잘 보이게 하는 조명과 색온도로 맞추고 반사가 심하지 않은 소재로 바닥을 마감한다든지, 매장의 무드는 소비자가 차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그걸 전달하려는 방식도 확실하다면, 어디서든지 일관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떤 매장에서든 같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죠.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신뢰한다고 말 할 수 있는 맥주는 하이네켄이에요. 어느 나라에서 먹든, 캔 이든 병이든 생맥주든 맛과 향이 일관되거든요. 매장 경험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런 정형화된 디자인도 브랜딩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어떤 브랜드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비전이 생길 것이고, 그 비전은 미션으로 이어질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덴티티가 형성되겠죠. 내가 누군지 무얼 할 것인지가 명확해지 면, 그걸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매장의 디자인도 당연히 중요한 브랜딩 요소라고 할 수 있죠.

Q. 광고 업계에서 일하면 평소 외부 자극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영화, 책, 전시 등 문화생활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팀장님은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평소에 느끼던 것과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을 영감이라 생각 하는데, 요즘은 그걸 육아 전선에서 자주 마주쳐요. 제가 아이 둘을 키우는데, 자식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깨우치는 방식을 보면서 ‘어렸을 때 나도 저렇게 배웠지’하며 지금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게 돼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제 사고와 세계관에 변화를 주고 있어요.

Q. 평소 콘텐츠도 즐겨 보세요?

넷플릭스 말고도 유료 구독하는 OTT만 7개예요. 제 방에 홈 시어터를 만들어 놓고,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요. 맥주와 와인으로 채운 냉장고도 있고요. 그렇게 잠깐이라도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신없던 하루를 보상 받는 기분이 들어요. 다시 내일 일할 에너지를 채우는 거죠.

Q. 한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고 나서 새로이 다짐하고 지키는 가치들이 있나요?

굳은 결심으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늘 생각해요. 팀장은 팀원들이 만족스럽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요. 그러려면 우선 팀 문화, 분위기가 좋아야 하죠. 업무적으로는 팀원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해요. 팀의 성과는 구성원이 열의를 보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열의는 직장에 만족할 때만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물론 생각대로 잘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늘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제 스스로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예요. 저부터 스트레스를 조절 못하고 짜증이 나 있으면, 다 같이 영향을 받으니까요. 팀 원들은 제가 실없는 농담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웃음), 회사에서는 인상 쓰고 싶지 않아요. 같이 즐겁게 일하 길 원하니까요.

Q. 오늘 이야기 나누어 보니, 팀장으로서도 팀원으로서도 다양 한 일들을 해오셨네요.

이노션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직무를 바꾸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도전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 재미 때문에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회사에 다닌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는 당장 내일 새로운 일을 주더라도 80점 이상은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어요. 물론 실제로 닥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럴 때는 나는 직장인이니까 내 직장에서 시키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마음을 가다듬어요. 갑자기 저한테 그림을 그리라거나, 반도체를 설계하라는 일을 시키지 않는 이상 동료들과 외부의 파트너들과 함께한다면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브랜드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비전이 생길 것이고,
그 비전은 미션으로 이어질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덴티티가 형성되겠죠.
내가 누군지 무얼 할 것인지가 명확해지면,
그걸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조호신 팀장이 영감을 얻는 콘텐츠

Newsletter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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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육아와 업무로 바빠 도무지 세상 물정 파악이 안 되는 나를 위한 최적의 콘텐츠 플랫폼. 마케팅, 브랜드부터 기업 재무 및 비즈니스 모델 분석, 멘탈 웰니스까지. 다양한 아티클이 매일 배달된다. 깊은 울림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기사를 읽는 시간이 잠깐이지만 하루를 리프레시 해 준다.


 

Book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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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이 책은 롱블랙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과 삶을 적절히 분리 하지 못하고, 일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24시간 달고 살 던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깨우쳐주었다. 한 가지 일에 전부를 걸기보다는, 인생의 여러 축에서 ‘나’를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그럴 때 비로소 나를 지키며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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