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북다마스 김예진

Our Moving Castle

How To Drive Your Life

북다마스 김예진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트렁크에 책을 싣고 날마다 다른 장소에 멈추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는 쉼 없이 자리를 옮겨 가며 생각과 삶을 유연하게 움직인다. 한자리에 오래 머물며 녹이 슨 자리에 부지런히 기름칠을 하고, 먼 거리를 달려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움직이는 책방, 북다마스’ 김예진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자동차 ‘다마스’로 이동하며 독립출판물 위주의 책을 판매하는 움직이는 책방, 북다마스 운영자 김예진이에요. 겨울 중 출점* 방학을 갖다가, 날이 풀리면서 오랜만에 출점을 시작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Q. ‘이동’ 책방이 아닌 ‘움직이는’ 책방이라고 하시는 데에 의미가 있나요?

‘이동하다’보다 ‘움직이다’가 더 많은 뜻을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움직이는 건 이동을 의미하긴 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지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표현으로도 쓰잖아요. 단순한 이동성보다 다마스가 돌아다니며 사람과 책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움직임이 느껴졌으면 했어요.

Q. 서점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점을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을 탐구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더 가까웠어요. 그 수단으로 책을 떠올린 계기를 묻는다면 처음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고, 그걸 계기로 만난 사람과 공간이 좋았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한 것이 지금에 이르지 않았나 싶어요.

Q. 서점 형태로 다마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 이동 도서관에 매력을 느끼고 ‘저게 내 자동차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다마스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오래전에 하던 생각이라 시작이 어렴풋해요. 제가 예전부터 다마스를 드림카라고 말하고 다녔대요. 이동식 업장을 생각하다가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생김새가 귀여워서 그런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네요. 결정적으로는 ‘북다마스’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게 가장 큰 요인 같아요

Q. 모두에게 생소한 일이라 궁금해하는 사람이 정말 많겠어요.북다마스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정말 매일 길거리 인터뷰하는 것 같았어요. 이게 대체 뭔지, 어떻게 운영하는지, 책은 파는 건지, 이렇게 해서 먹고살 만한지, 왜 시작했는지…. 재밌어하는 분들도 계시고, 아무리 설명해도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새로운 도전이고 좋은 의도로 하는 것이니 응원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죠.

Q. ‘출점’이라는 시스템으로 다른 공간과 협업하는 점이 독특해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요?

‘주차 가능 카페’, ‘마당 있는 카페’로 검색해서 주변에 차 한 대 정도 위치할 공간이 있을지 지도 거리뷰도 보고, 직접 찾아다니면서 알아보기도 해요. 공간을 찾아 메일이나 SNS 계정으로 연락해서 구구절절 저를 소개하고, 출점 문의를 드리죠. 처음에는 반 이상 거절당했어요. 어찌어찌 출점을 이어 가다 보니 저도 노하우가 조금 생겼고, 사람들도 북다마스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제 SNS를 보고 알게 된 후로는 공간에서 먼저 제안 주시는 비율이 더 커졌어요.

*출점 | 북다마스가 특정 장소로 이동해 책을 판매하는 행위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Q. 기억에 남는 출점 에피소드가 있나요?

바다 바로 앞에 출점했는데 예정 시간보다 바닷물이 빨리 들어와서 엄청 당황한 적이 있어요. 다마스 바퀴와 전면 책장 아래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때 방문하셨던 손님들과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벗어났어요. 책을 정리 못 한 채로 오르막을 올라서 내부가 엉망진창이 됐고요.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죠.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어요.

Q. 벌써 4년 차입니다. 눈에 보이는 낭만과 다른 어려움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벌써 4년 차네요. 이럴 수가. 사실 저는 북다마스 하면 낭만보다는 어려움이 먼저 떠올라요. 정해진 절차나 형태가 잡혀 있던 일이 아니라 초반에 기획이나 선택에 품이 많이 들었고, 야외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따르는 체력적 한계,날씨 변수 등에서 힘듦이 있어요. 바람이 심한 날엔 하루 종일 책을 주우러 다녀야 하고요.

Q. 북다마스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세요. 늘 어딘가로 향하는 일상인만큼 기록이 갖는 의미가 더 특별할 텐데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특이한 형태이다 보니 기록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동종 업계 사람들이나 예비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하기 전부터 이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를 최대한 노출하려고 했죠.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를 사전에 직접 설명해 둔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누가 이런 걸 한다고 하면 의아할 것 같거든요.

Q.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라는 책을 통해서 북다마스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어요. 유튜브나 출판 등 기록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기록을 하면서 제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기록해 두면 과거에 제가 했던 생각들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 비슷하거나 달라진 생각들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요. 책이다 보니 사람들이 독자로서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이 공감하고,어느 부분은 그다지 기억 못 하는구나, 이런 걸 발견하기도 하고요.

Q. 북다마스는 말 그대로 차를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해요. 이동 수단이 하나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할 때 무한한 가능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움직이는 서점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다양한 곳에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지만, 공간이나 날씨의 제약을 받는 식으로요. 사람들 인식 면에서 봤을 때는 이동성이 주는 경쾌함이나 자유로운 느낌이 있죠. 그래서 좋은 인상을 먼저 준다는 점도 하나의 장점이지 않을까요.

Q. 북다마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전국 투어 이야기를 빼놓기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떻게 마음먹게 되셨나요? 직접 해보니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전국 투어는 북다마스를 오픈하자마자 하려고 했어요. ‘이동 책방이라면 그 정도는 이동해야 하지 않나?’ 한 거죠. 다만 코로나로 계획을 미뤘다가 시국이 비교적 잠잠해진 첫해 가을에 떠났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 지역과 숙소가 바뀌고, 모든 걸 혼자 감당하면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죠.

Q. 전국 투어를 마친 후 느낀 감정이나 새롭게 깨닫게 된 점들이 있을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지속할 수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봤어요. 제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거든요. 신고를 당할까 두렵기도 했고, 예상치 않은 변수도 있을거고요. 사람들은 낯선 것에 경계심을 느낄 텐데, 과연 설득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전국 투어를 하면서 부딪혀 보며 걱정이 줄었어요. 실제로 우려하던 일은 아직까지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이 일을 하려는 의도를 오해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서 큰 힘이 됐죠.

Q. 예진 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이동이라고 하면 북다마스 전국 투어일까요?

이사 같아요. 서울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았고 지금은 제주에서 사는데, 가족과 가장 긴 시간 떨어져 있는 거예요. ‘집이라는 곳에 이렇게 많은 게 필요하다니!’ 싶었죠. 또 내 루틴을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지만, 나와 주변에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새로웠어요. 앞으로 살면서 알아갈 일들이 정말 훨씬 더 많겠구나 깨달았고요.

Q.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전국 투어 이후로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다가 제주도로 거점을 옮겨야겠다 생각했어요. 계속 전국을 돌아다니는 건 무리겠다 싶었거든요.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출점할 만한 공간이 많아요. 출점 문의가 가장 많이 온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6년 전쯤 제주에 잠깐 산 적이 있어서인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Q. 이동에는 자유로운 이미지가 있는데, 늘 어딘가로 이동하는 삶에는 설렘과 불안도 동시에 올 것 같아요. 예진 님의 삶에 ‘이동’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이동이란 주변 환경을 바꾸는 거예요. 제주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어디 놓였느냐에 따라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진다는 걸 느꼈어요. 한곳에 너무 오래 있다 보면 그곳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양 여기게 되는데, 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그런 걸 늘 경계하려고 해요. 그런 고착화가 사람들을 서로 공격하게 만든다고도 생각하고요. 편견이나 고정관념 같은 걸 무력하게 해주는 용도로서의 이동이랄까요.조금만 돌아다녀 봐도 누구나 고유한 시선과 특질이 있고,그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개인이 가진 다양성이 존중받기를 바라죠.

Q. 한 인터뷰에서 “막연하지만 일단 해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주셨어요. 매일 이동하기, 여성 화물차 운전자, 움직이는 서점과 출점 방식 모두 들여다보면 지난한 과정을 겪어왔을 듯해요. 일단 해보는 힘,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지지하고 싶었어요. 북다마스를 시작할 시점에 힘든 시기를 보냈거든요. 제 이야기를 어디에도 꺼낼 수 없고, 삶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회가 정해 놓은 노선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그걸 견디는 방법으로 북다마스를 떠올렸죠.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행복이란 다른 게 아니라 내 삶을 자신의 것으로 보는 힘이에요. 어떻게 되든 내 인생은 내 마음대로 살 권리가 있잖아요.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요.

북다마스 김예진 이미지

Q. 북다마스를 운영하며 갖게 된 삶의 가치, 혹은 태도가 있나요?

다정함과 자기 확신이요. 이 일을 하며 다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다정함이란 참 좋은 가치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저도 더 배워야겠다는 태도를 갖게 됐어요. 또 이 일의 거의 모든 요소가 제 결정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저 자신을 의심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확신을 좀 단단히 가져야겠다 생각했어요. 무엇이든 진심으로 선의를 품고 하는 것이라면 설령 바깥에선 오해가 있더라도, 스스로를 믿어주자고 노력해요.

Q. 어찌 보면 이동이란 개인적인 활동인데, 그것이 책이라는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북다마스는 어떤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인가요?

아마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는 현재에 집중하는 데 온 힘을 쏟아요. 그저 지금 하는 것들을 잘 지속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출점, 독립출판 워크숍, 유튜브 기록, 글쓰기 등이요. 조금 욕심을 낸다면, 출점이라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다양한 프로젝트나 이벤트를 열어보는 정도일 것 같아요. 북다마스라는 존재를 통해 사람들이 잠시나마 어떤 식으로든 위로와 영감을 받기를 바라면서요.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