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이노션의 다음과 다름을 만드는 법

이노션 김정아 Global CEO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답보다 오래 작동할 기준이다. 취임과 함께 전하는 이번 메시지에서는 이노션을 이끄는 데 있어 쉽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택의 원칙과, 그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가 담겨 있다. 사람과 구조에 대한 투자, 당장의 성과보다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방향을 고민하는 태도는 대화 전반을 관통한다. 다음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와 변화의 출발점에 선 이노션의 현재를 따라가 본다.
Interview
Q. 김정아 대표님, 반갑습니다. 지난 11월, Global CEO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셨죠. 전과 다른 책임을 마주하며 어떤 다짐을 가장 먼저 떠올리셨나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일기를 남겨둡니다. 2025년 11월 1일, 23층에 출근한 첫날은 이렇게 쓰여 있네요. 어렵고 고되더라도 미래를 위해 옳은 일, 필요한 일을 할 것. 뛰어난 사람들이 뛰어난 결과를 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 것. 5년, 10년 뒤를 위해 최대한 많은 씨앗을 뿌리고 많은 싹을 틔워낼 것. 반드시 해내야만 해. 제대로 해내자.
Q. 가족부터 동료들까지 주변으로부터 많은 축하와 격려, 조언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특히 마음에 남은 순간을 하나만 살짝 들려주신다면요?
달려와 울먹거리던 덩치 큰 후배들, 특대 사이즈 축하 감자칩을 만들어 보낸 못 말리는 동료들, 발표 나던 날 촬영장에 있던 어떤 팀 덕분에 유재석 씨가 축하 영상을 보내주셨던 것도 기억나요. 처음에는 AI로 작업한 줄 알고, 우리 실력이 벌써 이 정도구나 하고 흐뭇했는데. 헉. 진짜 유재석 씨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유재석 씨(웃음). 저희 직원들이 저 놀려먹으려고 주책맞게 별걸 다 부탁드렸네요.
Q. 이노션과 함께한 지 벌써 20년이 되셨어요. 오래도록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아마도… 해야 할 일에 하고 싶은 일을 섞어보려 나름 애썼기 때문 아닐는지. 주어진 프로젝트를 매번 숙제처럼 느꼈다면 오래 계속하지 못하고 금세 고단해졌을 거예요.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런 새로운 걸 엮어서 해보고 싶다, 다음 프로젝트에는 그동안 못 해본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다. 해야 할 일에 반드시 성공시키고픈 동기를 부여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작고 소소한 성취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고요. 돌이켜보면 일을 대하는 저의 태도는 매년 새해 첫날, 스스로 ‘마지막 다짐’을 하는 습관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올해가 내가 이 일을 하는 마지막 해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후회 없이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언제나 마지막처럼 남김없이 열심히 살고 나면 어김없이 달력이 넘어가고. 다시 떡국 먹고. 또, 내가 아직 못 해본 게 있었던가 짚어보면, 그새 자라난 새로운 못 해본 것들이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에너지를 제게 줍니다. 그렇게 마지막 해를 20년째 살고 있어요. 한 해 한 해가 한 단 한 단 쌓여 20년이라는 예쁜 케이크 혹은 시루떡이 된 것 같아요.
Q. 카피라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리더로서 누구보다 뚜렷한 감식안을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동안의 경험이 앞으로 비즈니스를 일궈 나가는 데에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터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터라, 아무래도 사람들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 좀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건 사실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미디어의 진화 또한 최전선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고요. 이 예민한 촉수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도움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보다 좀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정교하게 시도하려고 해요. 이노션의 강점인 창의력을 바탕으로 데이터와 디지털 미디어, AI 기술을 돌파구로 삼을 작정입니다.
Q. 발 빠른 변화가 필요한 광고 업계에서 이노시안이 어떤 능력을 키워가면 좋을까요?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개인이 어떤 태도로 성장하길 기대하시는지도 듣고 싶어요.
에이전시의 역할이 단순히 마케팅 캠페인의 생산자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콘텐츠의 경계가 해체되고 기술의 진보가 시장의 니즈를 압도하는 시대니까요. 서로 다른 것들을 엮어낼 수 있는 접목·결합·융합의 능력, 기술을 좀더 창의적으로 해석해내고 적용시킬 수 있는 인사이트, 초개인화된 미디어들에 대한 끝없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 모두가 용감하게 시도하며 쉼 없이 배우길 원합니다. 무언가 남들과 다른 걸 이뤄내려면 열매에 도달할 때까지의 인내심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그 일이 무엇이든 우리가 쟁이(전문가)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Q. ‘밤낚시’ 캠페인처럼 신선한 시도들이 이노션만의 색깔을 만들어 왔습니다.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할 계획인가요?
올해로 이노션은 스물한 살이 됩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스물한 살다웠으면 합니다. 풋풋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이노시안 누구나 크고 작은 성공 경험을 부지런히 쌓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무용담을 써 내려갈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AI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콘텐츠, 커머스 등에 특화된 사내 조직들을 별도로 구성·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Q. 글로벌로 나아가며 비즈니스 스펙트럼을 공고히 하게 될 이노션이 기대됩니다. 해외 무대에서 어떤 방식의 협업과 소통을 펼쳐 가고 싶으신가요?
이노션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22개국에 진출하여 이미 4,000여명의 글로벌 구성원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동안 거두었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각각의 해외 법인이 각국에서 좀 더 존재감을 갖는 에이전시가 될 수 있도록, 디지털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기아 클라이언트와의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그간 축적해 온 협업 구조와 자산을 바탕으로 로컬 클라이언트 발굴에도 더 힘쓸 생각입니다. 2026년은 각 법인은 물론 자회사들까지, 이노션이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네트워크로서의 챕터 2를 열어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10년 후의 이노션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이노션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지, 대표님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들려주세요.
브랜드와 관련된 전방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분야의 콘텐츠를 아우르는 기업이 되길 희망합니다.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은 물론이고, 독자 콘텐츠를 바탕으로 IP 비즈니스와 커머스에서도 이노션만이 생산할 수 있는 가치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크리에이티브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길 원합니다.
Q. 김정아 대표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건, 공간, 습관 등 자유롭게 두 가지를 골라 말씀해 주세요.
관점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좋아합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가 관찰되고 포착된 사진이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비로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거든요. 움직이는 영상에서는 영감을 얻기 힘들어요. 눈과 귀를 동시에 움직이느라 뇌를 움직이지 못할 때가 많아서요. 비누 역시 그런 역할을 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마음이 어려울 때의 아침은 샤워 시간이 길어지곤 합니다. 비누 거품 냄새는 뭐랄까, 마법 같은 힘이 있어요. 손끝에서 부풀어오른 거품의 향에 집중하면 머릿속에 엉켜있던 잡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거든요. 온갖 생각 조각들이 떠오르고 합쳐지고 정리되기를 반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