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PmGⓨ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 김원국YCD팀

New-Normal Player

Creator Manual

PmG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 김원국YCD팀

 

PmGⓨ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 김원국YCD팀 이미지

 

폴, 마리우스, 곤잘레스, 그리고 궁금한 이야기 Y. 타의로 지어진 이름에서 벗어나 각자의 닉네임을 갖기까지에는 각각의 프로페셔널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INTERVIEWEE

김원국 Creative Director

유용주 Art Director

최원준 Copy Writer

강정곤 Art Director

INNOCEAN

PmGⓨ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 김원국YCD팀 이미지
김원국YCD팀의 이름 PmGⓨ의 로고와 스티커. 팀명과 이니셜을 맞춰 각 팀원들은 폴, 마리우스, 곤잘레스, 궁금한 이야기 Y라는 닉네임을 만들었다.

 

Q. 팀원이 총 네 분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세 분만 나오셨네요?

김원국한 명이 더 있는데요. 그 친구는 의도적으로 불참을 했습니다. 이전부터 줄곧 주목받거나 노출되는 걸 싫어한다는 입장을 밝혀 와서 그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저희는 팀 스티커를 만들어서 붙이거나 나눠주는데요. 여기 작은 Y 표시가 그 친구 이니셜이에요. 원래부터 주목받기 싫어하는 입장이었던 거죠. ‘궁금한 이야기 Y’가 바로 그 친구를 뜻해요.

Q. 팀 스티커가 있나요? 그런데 팀원들 성함과는 이니셜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김원국PmGⓨ라는 저희 팀 이름으로 로고와 스티커를 만들면서 폴, 마리우스, 곤잘레스라고 각자 영어 이름을 하나씩 지었어요.

Q. 영어 이름을 따로 정하고 스티커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강정곤해외 광고대행사를 보면, 설립자 이름을 따서 사명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드로가 파이브 Droga5나 오길비 Ogilvy처럼요. 우리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면 우리도 영어 이름이 하나씩 있어야겠다 싶어 만들게 되었죠.

김원국또 다른 취지는 각자 이름을 걸고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팀에 자기 이름이 박혀 있으면 내 이름을 걸고 일한다는 동기 부여가 되니까요.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압박 맞아요. (웃음)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여기에 제 이름도 있으니까 동등한 거죠. 제가 폴이고, 강정곤 씨가 곤잘레스, 최원준 씨가 마리우스입니다.


 

Q. 말씀 나온 김에 각자 본인에 대한 소개와 영어 이름에 대해 소개를 해주세요.

김원국이노션 제작2센터 김원국YCD팀의 김원국 YCD고요. 아직 1년이 채 안됐습니다. 영어 이름을 지을 때는 상대방이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팀원들이 저를 ‘폴’이라고 지어줬죠. 그때 처음 ‘아, 내가 성스러운 이미지가 있구나’ 싶었어요. 폴이 성바울 성당 St. Paul Cathedral을 뜻하기도 하니까요.

강정곤그건 아니고 키가 크니까 괜히 폴대 같기도 해서 폴이 딱 떠올랐어요. (웃음)

Q. 팀을 꾸리면서 팀원들도 함께 구성이 된 건가요?

김원국곤잘레스와는 일한 지 2년 가까이 되었어요. 픽셀할 때부터 같이 있던 팀원이라 그때부터 ‘PmG’라는 이름을 지었고 그때 ‘m’은 맷 Matt이라는 친구의 이니셜이었죠. 그런데 그 친구가 광고주가 되면서 후임으로 최원준 친구가 들어오게 되었어요. 힘들게 만든 로고인데 바꿀 순 없어서 무조건 ‘m’으로 된 이름을 지어야 한다고 했죠. 최원준 오자마자 받은 과제가 ‘m으로 시작하는 영어 이름 짓기’였어요. (웃음)

Q. 풍성한 스토리네요. (웃음) 강정곤 님도 이어서 자기소개 해주시죠.

강정곤10년 차 아트디렉터입니다. 이노션에 입사한 지는 5년이 조금 넘었네요. 팀 내 유일한 유부남이기도 합니다. 곤잘레스는 말 그대로 강정‘곤’이어서 곤잘레스가 된 거고요.

김원국그리고 저희 팀에서 가장 다혈질이죠. 남미의 성격을 타고났어요.

강정곤이노션에는 각 팀별로 회의실에 명칭을 붙이는 전통이 있는데, 저희 회의실 명칭은 ‘봄아, 아빠가 얼릉 회의 끝내고 집에 갈게’예요. 딸 이름이 봄인데요. 회의실 명칭을 저희 팀 자체 내에서 공모해서 당첨이 됐습니다.

Q. 최원준 님의 마리우스라는 닉네임은 왠지 순정만화에서 따온 느낌이 나네요. 본인 소개와 마리우스 이름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최원준팀에 합류한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었고요. 선임자의 공석을 채우러 와서, 한 달 동안 ‘m’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열심히 생각해보다가, CD님의 “너 마리우스 하자” 라는 말 한마디에 마리우스가 된 최원준입니다.

김원준결국 직관적으로 제가 붙인 이름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닉네임을 저만 쓴다는 거예요. 팀원들은 아직까지 한국인의 습성 탓에 팀장을 ‘폴’이라 부르지 못해요. 하기 싫은가 봐요.

강정곤따라주고 있는 거죠. (웃음)

Q. 인터뷰 장소를 청계산으로 지정하셨다고 들었어요.

김원국팀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냐고 물으셔서 이곳을 택했습니다. 항상 마음속으로 저희 이노션이 청계산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니거든요. (웃음) 지금 사옥 위치는 조금 답답해요. 그런데 청계산에 이노션이 있다고 하면 좋은 기분이 들잖아요. 도심에서 멀지도 않고요.

Q. 또 다른 장소 후보로는 사장실을 꼽으셨던데요.

김원국한 번도 안 들어가 봐서요. (웃음) 옛날에 사내지에도 기고했던 것 같은데 사장실이 2, 3층에 있고 직원 휴게실이 23층에 있으면 참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여기까지만 들어도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팀이 진행했던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캠페인도 궁금해요.

김원국‘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 프로젝트요. 곤잘레스가 아이디어를 냈으니 그가 이야기하는 게 낫겠어요.

강정곤신세계 프라퍼티에서 인터렉티브가 가능한 거대한 옥외 미디어가 하남에 생기니,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달라 요청했어요. 오픈하기 전에 한두 달 무료로 틀어줄 수 있는 미디어가 있다고요. 결국 ‘실종아동찾기’로 귀결됐어요. AI 기술을 활용해 사진 속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현재의 예상 사진으로 바뀌는 기술을 적용했죠.

Q. 어른이 된 모습을 추측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거네요.

김원국하남 스타필드에서 당시만 하더라도 23m 높이의 한국에서 가장 큰 ‘미디어 월’을 야심 차게 준비했어요. 이미 최대 1년 치 부킹이 다 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하남 스타필드 1년 누적 쇼핑객이 천만 명이 넘는데, 이게 대한민국에서 최대 수치거든요. 그런데 보통 실종아동찾기는 전단지나 스낵 봉지 뒤에 조그맣게 들어가곤 하잖아요. 그리고 스터디를 해보니까 실종 아동들이 몰려있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입양 수출을 많이 하던 때에 주로 발생했고, 그래서 실종된 지 30년 정도 된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흑백 사진이 대다수고요. 그래서 지금 모습을 AI로 구현하고, 가장 큰 화면으로 실종 아동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실제로 아이들을 찾지는 못했지만, 한국 광고대상 옥외 미디어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정을 받아서 감사했어요.


 

Q. 그럼 두 번째로 기억할만한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최우너준넥슨에서 v4라는 신작 모바일 게임 론칭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당시 모델이 백종원 씨였어요. 예전에 백종원 씨가 비싼 게임 마우스를 샀다가 와이프 소유진 씨에게 발각됐다는 에피소드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어요. 이 에피소드를 살려서 이번에 모바일 게임이 나오니 이제 마우스가 필요 없다는 콘셉트를 내세우고자 했죠. 마우스를 옥션 경매에 내놓고, 판매 수익은 기부로 이어지게끔 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광고주 쪽에서 의뢰했던 사항은 아니었고, 저희 팀원들끼리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아이디어예요. 그 다음 옥션에 제안을 했고, 넥슨에서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총 4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Q. 많은 호응을 얻게 된 계기나 포인트가 있나요?

김원국백종원 씨가 원래 유명한 게임 마니아예요. 백종원 씨 팬들은 그가 WOW라는 게임 마니아라는 것도 다 알고 있죠. 그때 경매를 진행한 마우스도 WOW 스페셜 에디션이었어요. 백종원 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100원씩 응모한 금액에 넥슨과 옥션이 돈을 더 보태서 소방관에게 기부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원래부터 모델이었던 백종원 씨와 결이 잘 맞는 코드로 진정성 있게 진행된 프로젝트예요.

Q. 자, 그러면 세 번째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김원국현대자동차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코로나19가 주제이고, (인터뷰 진행 기준으로) 오늘 온에어 됩니다. 4월 6일, 유럽에서 외국 대행사를 통해 현대자동차 브랜드 필름으로 코로나19 관련 광고를 내보냈어요. ‘This is US’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한국의 글로벌 담당 광고주가 후속작을 만들자고 해서 저희가 진행하게 되었죠. 시간이 급박해서 아이디어 단계부터 3주 만에 진행했어요. 주제는 의료진이었는데 관련 광고들이 이미 슬슬 나오는 거예요. 늦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사실 의료진은 프라이드라도 있잖아요. 내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간다는 자부심이요. 그런데 의료진의 가족은 얼마나 힘들까 싶은 거죠.

Q. 이번에 삼성의료원에서 대구로 파견된 의사의 두 아들이 밤새 울었다는 기사도 나왔었죠.

김원국미국 같은 경우, 의료진들의 사망이 급증하는 시기였어요. 한마디로 전쟁터에 내 가족을 보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병원에서 집에 돌아와도 당분간 지하실로 내려가 지내는 식으로, 같은 집에 있어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히어로 가족의 아픔을 같이 공감하자는 취지로 진행했어요.

Q. 세 개의 프로젝트 모두 공익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광고네요. 작업을 구성하고 실행하실 때 김원국YCD팀 만의 특징이 있나요?

최우너준다른 팀들과 다르게 저희는 오전 열 시에 회의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야근은 최소화하고요. 아침에 회의를 해서 방향성을 정하고, 하루의 방향을 정하는 게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어요.

강정곤프로젝트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CD님의 역할이 가장 큰데요. 판단이 빠르신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이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 산이 맞는지, 저 산이 맞는지는 파봐야 아는 거니까요. 개인 시간이 많아지니까 그만큼 각자만의 시간을 더 할애해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도 해요. 그래서 오전에 회의를 하면 오후에 정리해서 다음날 광고주한테 보고하는 사이클이 가능해지죠.

김원국시스템이 예전에 비해 달라졌잖아요. 스케줄은 타이트해지고 일은 많아졌죠. 결국은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 방식의 사이클로 일을 하면 지금의 업무량과 빨라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게다가 아이디어도 옛날엔 TVC 하나면 됐는데, 이제는 여러 가지 캠페인도 만들고 다양한 매체도 소화해야 해요. 신속하게 회의하고 야근을 줄이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Q. 제가 들었던 에피소드 중에 CD님이 개별적으로 받은 회사 포상금으로 좋은 의자를 사주셨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강정곤저희 팀 의자는 세 개가 다 다른데 CD님이 2018 The Best Performer로 선정되면서 포상금으로 200만 원 정도를 받으셨어요. 그 포상금을 33.3%로 나눠서 좋은 의자로 바꿔주셨죠.

김원국광고 회사의 특성상 장시간 앉아 일하는데, 그러다 보면 허리가 너무 아파요. 그래서 의자를 알아보러 한참 다녔죠. 어차피 포상금으로 회식하느니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방식으로 사용하자고 결정 내린 거예요.

Q.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김원국YCD팀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이며 앞으로 만들고 싶은 광고는 어떤 광고인가요?

김원국좋은 광고는 우리가 만드는 게 좋은 광고인 것 같은데요. 남들이 가끔 좋은 광고를 만들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웃음) 덧붙여서 저의 성향을 말하자면 소수만 좋아하는 광고를 좋아해요. 영화로 치면 라는 영화나 같은 마니아적인 영화들이요. 광고도 그런 걸 만들고 싶어요. 소수에게만 전설처럼 내려오는 비운의 광고 같은 거요. 저는 티티엘 TTL 광고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티티엘 광고를 보고, 광고 회사에 다니게 된 건데 지난 15년 동안 이런 광고가 나오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안 나올 거고요. 정말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한 번 나온 그 광고를 보고 시작한 케이스라고 해야 할까요. 그때가 광고 전성기였잖아요. 당시 X세대가 타깃이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유일무이한 세대여서 가능했던 광고였던 것 같아요. 그때와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광고를 계속 모색하고 탐구할 예정입니다.


 

CD’S MINI INTERVIEW

김원국 CD

PmGⓨ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여진 김원국YCD팀 이미지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김원국. 제작2센터. 팀장. YCD. 여러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2012년부터 이노션에서 근무했다. 다녔던 회사들 중 이노션 문화가 제일 안 맞는데도 불구하고, 제일 오래 다니고 있다. 그 점이 나도 제일 이상한데 이곳이 제일 나아서 그런 걸까, 제일 좋진 않지만 제일 문제가 없어서 그런걸까. 이런 게 제일 궁금한데 말이지. 아, 진짜 궁금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이렇게 변변찮은 재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책, 영화, 그리고 어린 시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의심과 건강.

 

회사에 생겼으면 하는 사내 문화

사무실 안에 개나 고양이, 기린 등 동물들이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리고 분수 fountain 제작 동아리.

 

내가 해본 가장 쓸데없는 생각

오늘까지 먹고 내일부터 살 빼자.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거지.

 

나는 혼자서 ㅇㅇㅇ까지 해봤다

나는 혼자서 파리에 가서 센강 벤치에 누워 별을 보며 노숙을 하다 배낭을 통째로 도둑 맞은 뒤 경찰서 가서 진술서를 쓰고, ‘일본어, 중국어 진술서는 있는데 한국어 진술서는 없네?’ 생각하며 새벽까지 경찰서에 머물다가 “가방은 못 찾을 것 같으니 나가라”는 말에 나와서 걸어 다니다가 ‘브루농’이라는 마흔 살 우체부를 만났는데, 브루농이 본인 집에 가서 묵으라 하길래 난 게이가 아니라고 했는데 상관 없다고 자기는 친구로서 초대하는 거라고 해서 파리 근교 차이나타운에서 저녁도 얻어먹고 브루농이 혼자 사는 스튜디오에 가서 샤워하고 쉬려고 하는데 갑자기 게이 포르노를 틀더니 함께 보자며 찝쩍거려서 화를 냈더니 브루농이 삐져서 포르노를 껐고, 그가 침대로 간 뒤 나도 침대로 오라고 해서 난 바닥에서 잔다고 했더니 또 삐져서 그 후로는 말 한 마디 없더니 새벽 5시가 되자 자기 일 나가야 된다고 집에서 나를 쫓아낸 적이 있다. 이 집에서 한 일주일 묵을까 생각하던 나는 아쉬웠다. 그 후 신개선문 중앙, 격자무늬 건물 밑에서 노숙하다 새벽 3시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깼다. 파리 날씨 참 그지 같네 하면서.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적당히 일하면서 돈은 왕창 버는데 대체 내가 얼마를 버는지 궁금해서 문득 계좌들을 훑어봤더니 통장 열 개에 각각 대충 1억씩 들어있고, ‘아, 거지 같아’ 하면서 속상해하는 하루를 보내며 우울증 약을 삼키고, 히트 캠페인이 쉴새 없이 빵빵 터지면서 여기저기서 칭송하며 굵직한 클라이언트들이 잘 좀 봐주십사 수없이 몰려오는데 ‘이런 허접한 건 난 하지 않아!’ 하면서 매몰차게 거절하는 광고인.


 

# 강정곤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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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아트디렉터. 아이디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철이 조금 늦게 드는 것 같다.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부모님의 세 번째) 아들.

2. (아내의 첫 번째) 남편.

3. (딸의 첫 번째) 아빠.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딸과 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나나 잘하자.

 

내가 해본 가장 쓸데없는 생각

‘이번 PT는 느낌이 좋은데?’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내 피부가 이렇게 엉망이 되진 않았을 텐데….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아이디어 잘 내는 사람.


 

# 최원준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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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이노션에 들어온 지 3년 차인 카피라이터.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글을 짓는 직업 중에 가장 안정적이다.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곤룡포. 2. 오리너구리. 3. 풍뎅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모든 영상물과 인쇄물, 그리고 산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건강.

 

회사에 생겼으면 하는 사내 문화

낙서 게시판.

내가 해본 가장 쓸데없는 생각

‘어느 날 아버지가 갈라파고스 거북이가 되면 어떡하지?’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태양전지 연구원. 광고인이 되기 전 내 직업이었다.

나는 혼자서 ㅇㅇㅇ까지 해봤다

나는 혼자서 회전초밥 23그릇까지 먹어봤다.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지쳐 포기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TEAM’S

INSPIRATIONAL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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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곤 아트디렉터

락네스터 LOCKNESTERS, ASTRONAUT

 

보고 있으면 괜시리 멋진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아서 샀는데… 딸도 틀림없이 좋아할 것 같아서 샀는데… 아 내 몰래 산 거라 집에 가져갈 수는 없는… 3D 프린터로 만든 직소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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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카피라이터

게임 스트리머, 풍월량의 얼굴 쿠션 굿즈

 

게임은 안한다. 하지만 게임 방송 시청은 13년차. 그 중 풍월량 방송을 가장 사랑한다. 대작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다양하게 소개해서 매일 신선하고 아이디어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아저씨, 매력이 장난 없다. 내 인생의 덕질이 게임 스트리머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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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국 YCD

휴대용 산소캔

 

일하거나 생활할 때 가슴이 답답할 때면 산소캔을 찾는다. 즐겨 쓰는 건 캐나다 앨버타주 Alberta의 로키 산맥 공기와 지리산 공기. 다른 사람들은 분간이 어려울지 몰라도, 나에겐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나를 프레시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물건이다.


 

CD’S ESSAY

Writer. 김원국 Kim, Won-Kuk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reative Director 김원국YCD팀

 

한없이 느슨한 연대의 가능성

미국의 심리학자인 미셸 맥퀘이드 Michell McQuaid가 미국의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퍼센트의 직장인이 연봉 인상보다 자신의 상사 해고를 원한다고 한다. 또한 원치 않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소화불량, 두통,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 같은 질병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65퍼센트다.

 

팀원들이 나를 증오하지 않고, 소화불량이나 두통,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을 겪지 않으려면 나는 무조건 좋은 팀장이 되어야 한다(FFF). 그런데 좋은 팀장이 대체 뭘까? 강남대로 일대에 좋은 팀장이 얼마나 될까? 좋은 팀장이라는 거 좇다가 자칫 현학적 화두에 빠져 폼만 잡는 건 아닐까.

 

겁에 질린 나는 잔머리를 굴려 나름 합리적인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일단 지금은, 가장 느슨한 관계의 팀이 그것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한국의 팀 문화가 너무 ‘붙어’있다고 느껴왔다. 어떤 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의 인생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는 건 너무 위험한 방식 아닐까? 직장 생활의 만족은 팀이나 팀장에 영향을 받기보다, 업무 자체와 이 업무들을 컨트롤해 나가는 자신에게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우리 팀이 한 명의 팀장과 세 명의 팀원이 있는 곳이 아닌, 네 명의 프로페셔널이 함께 일하는 팀으로 ‘설정’해보기로 했다(물론 다른 팀원들의 간접 동의 하에).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료들보다 내가 더 일을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마다 프로페셔널이고. 스스로의 시간 관리, 자기 계발, 일할 때의 태도, 일하는 방식 같은 것들을 소위 ‘선배’나 ‘팀장’의 우산 umbrella으로 조율하려는 습성은 피하고 싶다. 즉, 그냥 ‘내비두면’ 알아서 하겠지. 프로페셔널인데.

 

팀워크에 대한 연구를 좀 찾아봤는데, 이런 지적이 있었다. ‘의외로 많은 리더가 팀워크를 친밀함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으잉? 그게 아니었어? 하며 그 뒤를 계속 읽었는데 결론은 이거였다. ‘팀워크는 약속된 플레이다.’ 어쩌면 야구, 축구와도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 친한 팀이 우승하진 않는다. 팀플레이(약속된/해야 하는)를 잘하는 팀이 우승한다, 뭐 그런.

 

나는 우리 팀 구성원 각각이 섹시하게 일했으면 좋겠고, 서로가 서로에게 질투와 존경심과 경쟁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서로를 사랑하더라도 질투와 존경심과 경쟁심을 품은 상대에게 갖는 종류의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적 사랑 말고. 그러고 나서 그런 거 딱히 없는 척, 인간적 사랑 반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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