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알아가는 소비자들
Q. 요즘 첫 만남의 단골 질문이라죠. 세 분의 MBTI 유형이 궁금해요.
김유신저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가 나왔는데요. 팀원들에게 알려주니까 자기주장 강한 게 딱 맞다고 손뼉 치면서 공감하더라고요. 그래서 MBTI가 맹신할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일치하는구나 싶어요. 재미도 있고요.
안설저의 MBTI는 ESTJ(엄격한 관리자)예요. 하지만 아직 팀에서 막내라 관리자로서의 면모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웃음).
김종해저는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더라고요. 10번 정도 테스트를 거친 뒤에 ENTP(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로 결론을 냈어요.
안설저희끼리 MBTI 궁합도 해봤어요.
Q. 어떻게 나왔나요? 팀으로 지내려면 좋은 결과가 나왔어야 할 텐데요.
김유신안설 매니저하고는 ‘좋음’, 김종해 매니저하고는 ‘그닥’이에요. ‘그닥’ 다음이 ‘파국’인데 그 직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김종해전 둘 다 ‘그닥’이에요(웃음).
Q. 정말 그 유형이 맞는지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보다는,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흐름이 중요해 보여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가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이나 요인이 작용했을까요?
김유신자기유형화 트렌드이긴 하지만, 사실은 남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것 같아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어요. 그 안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좀더 쉽게 대응할 수 있죠. 또 내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다른 사람도 이에 맞춰 행동할 수 있고요. 사람 간의 갈등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유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설맞아요. 평소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왜 쟤는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었어요. MBTI를 통해 그 친구를 알고 나니, ‘나랑 반대 성향이라 그랬구나’ 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죠.
Q. 오히려 내가 아니라 남에 대한 관심일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관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유형화 요소가 쓰이는 것 같아요.
안설SNS 콘텐츠만 봐도 ‘MBTI별 롤모델’, ‘MBTI별 소비패턴’ 같이 생각도 못 했던 주제에 성격 유형을 관련짓더라고요. 이제는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신요즘은 기업 면접을 볼 때도 MBTI를 물어본다고 해요. 산업군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있잖아요. 이를 성격 유형에 대입하는 거죠. 단기간 내에 면접자를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까 생긴 현상인 것 같아요.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영향력 있는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에 눈길이 갔어요.
김종해그래서 최근 MBTI의 I성향을 가진 분들이 자신의 유형을 밝히기 꺼려하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기획 쪽이 E가 많다고 해서 ‘기획은 E여야 돼’ 하는 선입견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사실 내향적인 유형의 사람도 필요하거든요. 무엇이든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는 것 같아요.
Q. 맞아요.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을 잊어선 안되고요. 그런 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 느껴요. 요즘 자기 자신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콘텐츠가 인기죠.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처럼요.
김유신저는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전문가의 시각에서 아이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판단하고 솔루션을 주는 부분이 재미있더라고요. 내 아들이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는데, 방송을 보면서 나의 육아 생활을 반추해 보기도 해요.
안설 최근 ‘내마음보고서’라는 콘텐츠를 알게 되었어요. 심리 검사를 하면 분석을 통해 나만의 책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나의 심리 특성을 바탕으로 한 시로 된 심리처방전을 받을 수 있죠. 읽으면서 앞으로의 결정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돼요.
#2 소비자의 자아 찾기와 광고 마케팅
Q. 소비자들의 자아 찾기는 단순히 파악에서만 끝나지 않아요. 이를 토대로 소비하기도 하죠. 광고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요?
김유신주로 브랜드에서 마케팅 소재로 쓰더라고요. 최근 본 건 알파벳이 새겨진 맥주를 4가지 모으면 MBTI가 완성되는 것도 있었고, 유형에 맞게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도 있었어요. 마케팅에 트렌드를 접목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이슈를 만드는 거죠.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요.
김종해유형화가 정의를 내리는 거잖아요. 광고와 마케팅에 접목하려면 이를 그룹핑하여 일반화하는 과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컨슈머 인사이트를 파다 보면 수박 겉핥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과연 이게 정답인지 계속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Q. 타기팅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소비자들이 다면적으로 자신을 알게 된 만큼 나이, 성별, 지역 등으로 나누던 예전과는 달리 새로운 타기팅 기준이 필요해졌을 것 같아요.
김종해점점 초개인화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룹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한 명 한 명이 다르기 때문에 이전처럼 데모그래픽의 기준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정교해져야 하죠.
김유신세일즈 측면에서 보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타깃이 되어야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초개인화의 욕구와 상충하죠. 따라서 캠페인이나 마케팅의 목적에 맞는 타기팅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정형적이었다고 하면, 요즘에는 유연함이 필요해졌어요.
안설특히 초개인화 트렌드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요. 어떤 단어를 검색했는지, 어떤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파악이 가능한 시대니까요. 디지털 시장에서 타기팅은 충분히 유연해지고 정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제는 소비자를 정의 내리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네요. 열어두고 생각할수록 다양한 타깃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멀티 페르소나라는 말도 생겨났죠. 여러 유형화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나’의 캐릭터를 갖게 되었어요.
김유신저는 회사와 집 안에서의 캐릭터가 따로 있어요. 팀 안에서는 주도적인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집에서는 온순한 아빠죠. 가족의 의견을 따라서 최선을 다하는 ‘부캐’가 있습니다(웃음). 안설 매니저는 어떤가요?
안설저도 회사에서는 조용히 있지만 밖에서는 엄격한 관리자답게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통솔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회사 안과 밖의 자아가 다르긴 한 것 같아요.
김종해브랜드도 사람처럼 본다면, 요즘은 부캐를 만들어서 노후화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해요. 곰표처럼 말이죠. 확실히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들이 이러한 니즈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시의적절함도 중요하고요.
김유신브랜드를 사람으로 본다는 말 좋네요. 유재석이 부캐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데, 그 사람에 대해서 대중이 알고 있는 특성이 있잖아요. 믿을 만한 국민 MC고, 사람들과 잘 융화하는 성격이라는 것이요. 이런 것들이 중심에 탄탄하게 있으니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뚜렷한 정체성도 없이 부캐를 만들면 ‘저 사람 뭐지?’라는 생각에 멀리하게 되죠. 그래서 저도 멀티 페르소나 마케팅은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가 하는 것이 좀더 영향력이 있지 않나 하는 의견이에요.
Q. 다양한 유형화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혹시 이러한 광고를 통해 소비해 보신 경험이 있나요?
김유신안타깝게도 없어요. 하지만 그런 거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MBTI 티셔츠.
김종해MBTI 티셔츠는 이미 있어요. 요즘은 휴대폰 케이스에도 자신의 유형을 붙이고 다니더라고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을 꺼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또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김유신내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려주는 느낌이네요. 오늘 한번 소비해 보겠습니다(웃음).
#3 유형화 마케팅의 미래
Q. 자기유형화의 핵심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광고 마케팅을 보며 공감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죠. 이러한 부분을 위해 광고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유신자기유형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고, 또 내가 누군가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서로를 인정하듯이 브랜드도 소비자의 타입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추려는 시도를 보여줌으로써 거리를 좁히는 거예요.
김종해저희가 일을 하다 보면 인사이트라는 단어를 참 자주 써요. 인사이트라는 게 “와!”하는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어 저거 내 얘긴데?”라고 공감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소비자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광고를 만드는 거요. 그리고 저희는 그걸 계속 찾아가는 거죠.
김유신맞아요. 광고를 보면서 “와!”했던 경험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제가 광고 업계에서 유명한 분에게 광고를 배울 때 그분이 그러셨어요. 광고에서 인사이트란 발견이라고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브랜드가 그 부분을 건드려 줬을 때 ‘아 맞다!’ 하고 공감하는 것이라는 거죠. 브랜드의 주장점과 소비자의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설저도 기억에 남는 광고를 떠올리자면 고3 수험생 때 보던 ‘박카스’ 광고예요. 보면서 ‘요즘 수험생들 마음을 잘 아네?’라고 생각했죠.
김종해이런 것도 하나의 자기유형화일 수 있어요. 그 당시 자신이 ‘수험생’이라는 그룹에 포함되어 있었던 거잖아요. 그때는 공감이 되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추억이 된 거죠.
김유신개개인의 유형에 모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만드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김종해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놓칠 수밖에 없죠. 예전에 MBTI 유형별로 광고를 모두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어요.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게요.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혔지만요. 어떤 유형이든 교집합이 있을 거예요. 그 공통점을 찾아 이야기하는 게 베스트가 아닐까 싶어요.
Q. 맞아요.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니까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유형화를 주제로 한 광고 마케팅은 어떻게 변할까요?
안설정말 공상과학처럼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개인 상황에 맞춘 광고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 같아요. 지금은 16개 그룹이지만 몇천 개, 몇억 개의 유형이 생겨서 맞춤 광고가 상용화되지 않을까 해요.
김종해지금도 어느 정도 초개인화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검색해 보았거나 클릭했던 것들이 배너 광고로 따라다니잖아요. TV 광고는 매체의 한계상 어렵긴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TV 광고도 초개인화가 될 것 같아요.
김유신시대 흐름이나 사람들 생각에 부합하는 또 다른 유형 분류 기준이 나오면 거기에 맞는 활용 방식이 나오겠죠. 누군가를 단정 짓고 메시지를 던지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정도로만 이 트렌드를 사용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