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소통 솔루션
스콘 기준수 대표
팝업의 성지, 더현대 서울 팝업 스토어 매출 역대 1, 2, 3위는 모두 버추얼 아이돌 팝업이었다. 마니악한 장르, 소수의 취미라는 이미지를 넘어 놀이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버추얼 사업의 사업성과 경쟁력은 무엇이고,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이트는 어떤 것이 있을지, 스콘의 기준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콘은 버추얼 캐릭터를 제작하고 프로듀싱하는 버추얼 솔루션 기업이다. 인터뷰 요청을 위해 스콘에 연락을 취했을 때, “버추얼 캐릭터로 진행해도 될까요?”라는 기준수 대표의 답변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다. 인터뷰이가 버추얼 세상에서 등장한다면, 진행자인 최원준 카피라이터 역시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스콘 측에 연락해 버추얼 캐릭터로 '환생'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
스콘 현장 스튜디오에 도착해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 시간이 가까워지자, 장비를 착용했다. 기준수 대표는 능숙하게 트래킹 슈트를 입었다. “엄청 덥네요.” 슈트와 페이스 캡처 기어를 입은 최원준 카피라이터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현장 스태프분들이 동기화를 진행하고, 스튜디오에 두 사람이 입장하니 ‘시루짱’과 버추얼 캐릭터로 환생한 최원준 카피라이터가 화면에 나타났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성장
원준 버추얼 크리에이터. 아직 생소한 분야인데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준수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시고, 팝업 스 토어나 다 양한 매체에서 지나가듯 한 번쯤은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가상의 캐릭터를 앞세워 기존의 매체 크리에이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의미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분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 콘텐츠로 시청자를 만나는 등 실제 사람에 준하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원준 그렇다면 기존 크리에이터와 다른 버추얼 크리에이터 엔터테인먼트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준수 버추얼 시장은 아직 발전 중이지만, 크리에이터가 가상의 외형으로 활동하다 보니 실제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 제약을 넘어서 버추얼 크리에이터에 도전할 수 있다는 확장성이 장점이죠. 반대로 활동하는 데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팬들과 실제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한계점도 존재하죠.
원준 지금 저희는 버추얼 환경에서 장소 제약 없이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흰 배경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자리에 앉은 채로 바깥으로 이동하기도 했고요. 지면을 통해 만나는 독자분들은 이노션 유튜브를 통해 보실 수 있는데요.
준수 버추얼은 모션 캡처 스튜디오로 와야 하는 제약 사항이 분명하지만, 반대로 이곳에서 상상 속 모든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해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가상의 카메라들도 제한 없이 배치하고 이동하여 모든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고, 자동으로 캐릭터의 얼굴, 몸, 특정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도 있죠. 카메라별로 감독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이와 마찬가지로 의상과 도구도 자유롭게 생성, 변경이 가능해요. 실제 물건에 마커를 붙여 크리에이터가 가상의 아이템과 동일하게 움직여 사용할 수도 있죠.
원준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스콘의 다양한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함께 모여 예능 콘텐츠도 찍고, 콘서트도 여는지 알 것 같습니다. 버추얼을 기반으로 하기에 생기는 매니지먼트 특이점도 있나요?
준수 제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휴먼 리스크 관련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소년등과일불행’이라는 말처럼 이유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불행을 겪은 젊은 친구들이 있죠. 그런 부분에 있어 버추얼 시장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하다 보니, 크리에이터가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여 성장기에도 더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원준 크리에이터가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특징이네요. 그렇다면 팬 문화는 어떤지 궁금해요. 기존 문화와 비교해 팬층이나 소통 방식에 차이점이 있을까요?
준수 일반적으로 유튜브 구독자는 정제된 콘텐츠를 빠르게 휙휙 넘어가며 보는 걸 선호해요. 크리에이터의 팬이라기보다는 정보나 재미를 중심으로 시청하는 거죠. 반면 버추얼 팬분들은 긴 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시청하며 크리에이터와 소통하고 유대감이 각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원준 스콘은 대표님부터가 버추얼인 것부터가 스콘만의 방식이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버추얼 산업에서 스콘만의 전략이 있다면요?
준수 저희는 데뷔부터 3D 오리지널 캐릭터로 진행해요. 보통 2D 캐릭터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스콘은 버추얼 솔루션 사업도 시작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3D가 캐릭터의 활용성이 높다는 것도 콘텐츠 확장성에 도움이 되고요.
버추얼 콘텐츠 제작 기술과 과정
원준 영상 콘텐츠는 이제 모든 세대가 소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대표님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 새로운 시장인 버추얼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준수 콘텐츠 제작 속도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유행이나 밈이 탄생하면 2주 뒤에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3D 영상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사전 제작이나 후보정 방식이 아닌, 실시간 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획하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원준 실시간 환경에서의 3D 작업까지. 원화, 3D 작업, 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할 텐데요. 기본적인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준수 기본적인 제작 과정을 말씀드리면요.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함께 활동할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고 3D 제작을 위해 먼저 원화 삼면도를 제작합니다. 캐릭터의 정면, 측면, 후면을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서 3D 모델링을 하고요. 이 과정이 사실 제일 오래 걸리는데요. 2D에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면서 모델링을 진행하고 나면 그 상태가 찰흙 같아서 뼈대를 심는 리깅 작업을 거치고요. 그리고 얼굴 표정이 움직이도록 페이셜 작업을 진행하고 나면 표정과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이를 솔루션에 넣으면 전체 작업이 끝납니다.
원준 말만 들어도 긴 여정인데요. 현재 AI도 활용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준수 현재 작업은 대부분 사람이 하고 있어요. AI를 중간중간 활용하고 있지만 저희 눈에는 최종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원화나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팅 모두 사람 중심으로 진행해요. AI가 활용된 예로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버추얼을 학습한 AI 버추얼이 함께 합방을 한 사례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를 학습한 AI 버튜버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저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이죠.
원준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인데요.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사용 가능한 서비스라고 들었어요. 장비도 따로 갖출 필요 없다고요. 생각보다 접근성이 무척 높아 보여요.
준수 아이폰과 PC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엔 얼굴만 움직여져서 보통은 핸드 트래킹 장비를 추가해서 손도 움직이면서 개인 방송을 진행해요. 지금은 일반 사용자나 개인 버추얼분들은 사용할 수 없고, 계약된 소속 버추얼이나 기업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이를 커스텀 솔루션이라고 저희는 부르는데요. 그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솔루션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어떤 캐릭터인지 전부 통제할 수가 없어서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버추얼 역시 사람의 일
원준 기술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산업 전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이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어디인지 궁금해요. 대표님이 크게 체감하는 변화도 있으실까요?
준수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를 많이 활용하는 게임 분야고요.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의 신사업팀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는데, 저희가 체감하는 흐름은 현재 SNS에서 유행하는 숏폼 챌린지 콘텐츠에 기업의 브랜딩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 그 해결책을 자체 캐릭터 IP를 활용하자고 하는 것 같아요.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앞서 말씀드린 게임사들이 게임 내 캐릭터를 버추얼 IP로 성장시켜 유저와 소통하고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원준 비슷하게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눈에 띄는 변화예요. 콘텐츠의 한계가 없고, ‘사람’, ‘환경’이라는 변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기억에 남는 협업 건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준수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구미 프로젝트를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새로구미의 여구미와 남구미를 3D로 제작하고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솔루션으로 함께 참여했는데요, 버추얼 콘텐츠가 많이 받아들여지고, 활용성이 커진다는 걸 느꼈죠.
원준 버추얼 프로덕션은 영상 콘텐츠 후반 작업이나 제작 과정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고요. 그게 기업한테도 큰 매력일 것 같아요. 앞으로 버추얼 사업에서 기대할 만한 확장 영역은 어디까지일까요? 한계나 고민 지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준수 버추얼의 확장 범위는 실제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범위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상 캐스터가 될 수도 있고, 아나운서나 행사 사회자가 될 수도 있죠. 현재 그렇게 확장되지 못한 이유는 아직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거나,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작품 수준의 영상 콘텐츠를 실시간 촬영으로 대체하기는 아직 어려워요. 다만 카메라 움직임이 적고 제작 난이도가 낮은 라이브 커머스나 배경이 단조로운 촬영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서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확장성은 더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