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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hat’s Your Color? 티키틱

Short-form Movement

What’s Your Color?

티키틱

What’s Your Color? 티키틱 이미지
(왼쪽부터 세진, 추추, 은택, 신혁)

어떤 존재는 부연 설명 없이 그 자체로 가치를 증명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팀 티키틱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극 형식에 뮤지컬 요소를 섞어 모든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팀. 기존 장르의 울타리 안에 간단하게 집어넣을 수 없는, 비로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아티스트.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색깔을 발견했을 때처럼 우리에게는 티키틱을 부를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자유롭고 활기차지만 작품에 관해서만큼은 메이킹 필름을 꼬박꼬박 만들어낼 만큼 빈틈 없는 크리에이터, 팀 티키틱을 만났다.


 

Q. 전시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고요. 대장의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신혁안녕하세요. 오늘이 무대, 티키틱입니다. 저희는 극 형식의 영상 위에 직접 만든 음악을 얹은 뮤지컬 스케치를 제작하는 팀이에요. 저와 세진, 추추, 은택 네 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Q. 티키틱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경쾌한 느낌이 들어 팀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신혁팀 이름을 정할 때 제법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게임 캐릭터 이름을 짓는 데에도 한나절을 태우는 타입이라 더 오래 걸렸죠. 일상적인 소재에 서사를 부여하는 저희 팀의 작업 방식과, 뮤지컬이라는 키워드를 동시에 녹일 수 있는 이름을 원했어요. 그러다 시계 초침이나 볼펜이 똑딱이는 아주 사소한 소리에서 착안해 ‘티키틱’이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냈죠. 공연과 연관된 ‘티켓팅’과 라임이 비슷해 재미있기도 했고요.

Q. 기획부터 연출, 연기, 음악 편집까지 모두 티키틱 안에서 이루어져요. 각자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신혁저는 연출과 작사 작곡을 담당하고 있고, 세진은 저희의 고정 배우예요. 그리고 조명 담당 추추, 디자인 담당 은택 이렇게 네 명이서 꾸준히 창작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Q. ‘Project SH’라는 이름으로 신혁 님 혼자 활동하다, 2018년 티키틱이라는 팀을 이루게 되었어요. 네 분이 함께 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신혁일상적인 소재로 만든 이야기에 뮤지컬 장르를 합한 색채는 Project SH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계속 활동을 이어 가다 보니 몇몇 고민거리와 맞닥뜨리게 되었죠. Project SH라는 이름이 지금 내가 가진 색과 맞는지 의문이 들었고, 무엇보다 혼자 힘으로는 원하는 무대를 세우는 데 확실히 한계가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러 차례 함께 일했던 동료 중 저와 비슷한 꿈을 꾸는 세 명에게 찾아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건넸어요. 다들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한배에 올라주었죠.

Q. 팀이 되기 전부터 끈끈히 이어져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분들은 어떤 이유로 합류하셨나요?

은택고등학생 때부터 대장을 졸졸 따라다니며 Project SH의 객원으로 참여했어요. 팀이 되기 이전에도 서로의 영상 활동을 격려하고, 좋은 자극을 주고받고 있었어요.

세진저는 현실 감각보다 창작 욕구가 더 높았던 학생 시절, 영상 촬영을 도와주던 친구들이 각자의 진로를 위해 흩어지 며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든든한 멤버들 덕분에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며 자유롭게 헤엄치게 되었죠.

Q. 그렇게 2018년 유튜브에 티키틱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한 ‘제가 왜 늦었냐면요’가 지금은 조회수 1,700만을 앞두고 있어요. 첫 작업 어떠셨는지 기억나시나요?

신혁업로드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이거 대체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인공이 지각을 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줄거리는 회의를 하다가 가볍게 튀어 나온 아이디어예요. 흔하게 있는 일인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많은 분들의 눈길을 끈 게 아닌가 싶어요. 배경이나 조명은 그대로 고정한 채 효과음과 배우의 제스처만으로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연출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면으로는 티키틱을 준비하면서 한창 창작을 쉬었을 때라 얼른 어떤 것이든 만들고 싶다는 절박함도 있었고, 첫 출발이다 보니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자유로움에서 나온 영상이었어요.

Q. 다른 연출적 장치 없이 배우 연기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직접 연기하실 때 어떠셨어요?

세진Project SH에서 티키틱으로 리브랜딩을 한 뒤, 다 함께 처음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라 최선을 다했죠. 뒤에 있던 소품 시계가 자꾸 떨어졌던 게 기억이 나요. 그것도 꼭 촬영 후반부에 성공을 얼마 남기지 않고요. 혹시 누가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 시계와의 쉽지 않은 설득 과정 끝에 결국 오케이 컷을 얻을 수 있었죠.

Q.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는 점이 매번 신선해요. ‘내 이야기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영상은 어떻게 기획하나요?

신혁‘정확한 주파수’를 찾고자 해요. 지금 당장 고등학생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어딘가 이상하거나 부족한 무언가가 나올 거예요. 진정성을 더하려면 시간을 들여 지금 유행하는 옷이나 은어,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밀한 감정을 공부해야 하죠. 하지만 주기적으로 결과물을 선보여야 하는 크리에이터한테는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에요. 그래서 택한 것이 지금 제 주변의 이야기에서 단서를 가져와 ‘독특한 형식의 수필’을 쓰듯 만드는 방법이었어요. 최근에는 시야를 좀더 넓혀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공통적인 감정과, 이를 어떻게 이야기에 녹여낼 수 있을지 틈틈이 고민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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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신혁이야기와 음악의 조화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게 돼요. 둘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비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생기면 재미가 반감되기 쉬우니까요. 줄거리 진행에 따라 음악도 곧잘 합을 맞춰 따라와 주는지, 간주가 너무 길어져 영상에서 표현할 거리가 부족해지지는 않는지 등을 점검하죠. 물론 최종 노래도 좋아야 하고요. 또 과정도 중요해요. 촬영장에서부터 즐거워야 결과 물에도 즐거움이 담기더라고요. 뒤풀이를 좋아하는 출연진, 제작진과 함께 늘 왁자지껄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Q. 약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영상 활동을 이어 오시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특히 플랫폼이나 길이가 많이 다양해졌다 느껴요.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체감하고 계신가요?

신혁12년 전 처음 웹 비디오를 만들어 올릴 땐 UCC라는 단어가 주로 쓰였어요. 극장에 가서 보는 영화와 달리 클릭 한 번에 영상을 멈출 수 있었죠. 그래서 무조건 짧고 굵어야 한다는 게 당시 흔히 퍼져 있던 1순위 원칙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그 규칙이 나날이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숏폼 형식을 취하는 콘텐츠도 많아지지만, 극단적으로 긴 영상도 종종 보이거든요. 이제 길이는 개성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저희 역시 가장 적합한 길이의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티키틱의 영상은 대부분 3분 길이를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신혁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하면 늘 길이가 3분 정도가 돼요. 영상도 음악도 불필요한 구간 없이 하고 싶은 말만 담아내는 방식을 선호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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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해진 길이 안에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려면 우선순위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신혁그래서 영상과 노래를 통해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지를 작업 과정에서 수시로 돌아봐요. 다른 요소를 추가하다 보면 감정이 너무 많아지거나 오히려 흐려지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와 맞닿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감정을 공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상적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해요.

Q. 메이킹 필름은 티키틱 채널의 재미 요소 중 하나예요. 비하인드 신을 알게 되면서 각 영상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메이킹 필름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혁어릴 때 DVD를 사면 부록으로 주는 메이킹 필름을 더 자주 봤어요. 많은 사람이 모여 복작복작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 보였나 봐요. 영상을 공부하면서는 메이킹 필름 하나하나가 좋은 참고서가 되어 주었고요. 영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들인 노력은 많은데 정작 본 영상에서는 티가 나지 않았던 부분들을 가끔은 생색을 내보고도 싶고, 의도치 않은 신비주의를 깨고 싶기도 했어요.

은택‘영상을 만드는 밴드’라는 표현에 걸맞게 네 사람 모두 아티스트로 기억되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영상 콘텐츠의 감독이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게 익숙한 모습은 아니거든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네 사람의 표현법을 고루 조명하려 애쓰고 있어요. 재미있고 공감 가는 걸 넘어서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 하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추추저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걸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해요. 메이킹 필름은 저희가 만든 것들을 재미있어하는 분들과 함께 떠드는 창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저희가 만든 걸 많이 좋아해서 너무 떠들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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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상으로 구독자분들과 소통하시다가 《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라는 책으로 티키틱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어떤 내용이 당겨있는지 궁금해요.

신혁히어로 만화책으로 치면 ‘오리진’ 같은 느낌이에요. 담백하게 티키틱의 시작과 저희가 담고 있는 가치관을 적었죠. 영상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창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했어요.

Q. 영상과 책이라는 매체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졌는데요, 책을 만드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셨나요?

신혁영상 제작이나 편집보다는 오히려 노래를 쓰는 과정과 집필의 차이가 더 심하다고 느꼈어요. 가사를 쓸 때는 상징과 비유, 운율 같은 것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압축하려는 노력이 많았는데 이번 에세이를 쓸 때는 반대로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넓고 솔직하게 풀어 설명해야 하는 때가 많았어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적응되고 나니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세진출연 담당이기에 보통 영상 속에서는 다른 인물을 표현하지만 책에선 저라는 사람을 오롯이 드러내야 한다는 차이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책이 나오고 나서도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나 싶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셔서 마음이 좀 놓였죠.

은택‘오늘의 노래’에 “아쉬움은 두고 다음 노래로”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1~2주 사이에 모든 제작 과정을 마쳐야 하는 영상은 짧은 기간 동안 후회 없이 모든 에너지를 쏟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요. 그런데 영상과 달리 책은 긴 호흡으로 쓰잖아요. 충분히 허락된 탈고의 시간이 오히려 낯설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앞 장에서만 한참을 맴돌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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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티키틱의 영상들은 어떻게 보면 뮤지컬 같기도, 뮤직비디오 같기도, 한 편의 코미디 프로그램 같기도 해요. 티키틱이라는 장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신혁그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느 하나 포기하지 못해서 결국 한군데에 넣고 섞어낸 5단 합체 로봇일까요(웃음)?

은택그게 항상 어려워요. 유튜버들은 보통 카테고리로 자신을 설명하 는데, 우리 팀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단편 뮤지컬’이라고 설명하는데 처음 들어보신 분들은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고요. “뮤직비디오인데 뮤직비디오는 아니고요, 음악을 활용해 단편 영상을 만듭니 다” 하고 긴 부연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일단 한 편 떠먹여 드리는 게 더 낫더라고요.

Q. 팀으로서 곧 5년 차를 앞두고 있어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신 적은 없나요?

신혁정말 자주 해요. 시간이 지났다고 더하게 되지도, 덜하게 되지도 않더라고요. ‘티키틱다움’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안에서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요. 예를 들어 뮤지컬에서도 경우에 따라 객석이 무대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작품도 있고, 관객과 배우가 함께 소통하는 이머시브 극도 있는 것처럼요.

Q. 창작이라는 행위는 결국 지속 가능성에 그 무게가 실리기 마련인 것 같아요. 앞으로 티키틱의 원동력은 무엇이 될까요?

신혁“이루고 싶은 건 많지만, 내년의 어느 순간을 돌아봐도 여전히 자유롭게 이야기를 쓰고 있길” 작년에 연말을 맞아 만든 영상 끝에 쓴 가사예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오래 하고 싶어요.

세진영상을 보시는 분들께 어떠한 형태로든 즐거움을 드리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원동력이 돼요. 촬영이 끝난 당일임에도 새벽 늦게 신혁 감독이 오케이 컷을 공유해 주는 것도, 멤버들 모두가 잠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그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도, 본 영상이 올라오고 나서 댓글을 확인하며 뿌듯해하는 모든 밤이 그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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