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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경험으로 번역하다: 현대자동차그룹 CES 2026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는 잠시 세계 기술의 수도가 된다. 컨벤션센터 복도마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오가고, 부스 앞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1967년 시작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자동차, 로보틱스, AI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최대 기술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올해 그 무대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룹 전체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차량 대신 로봇이 보행하고, 공조 시스템이 온도를 조절하며, 30여 종의 신기술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됐다. 이노션이 설계한 그 경험의 무대와 무대 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술이 삶과 만나는 방식
CES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그 기술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스펙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람객이 이해하고, 느끼고, 기억에 남아야 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 이노션의 역할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단일 기술이 아닌 그룹사 협업으로 완성되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피지컬 AI란 디지털 공간에 머무는 AI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서 몸을 가지고 움직이며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AI를 말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그 상징이었다.
아틀라스는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공개 무대에 올라 스팟, 스트레치, 협동로봇, 자율주행 물류로봇과 하나의 시나리오 안에서 연동됐다. 각각의 로봇이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이 맞물리며 제조·물류·일상의 현장에서 인간과 함께 작동하는 장면. 기계가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인간의 파트너로 기능하는 미래를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실현했다. 기술이 완성됐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의 삶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명이었다. 이노션이 설계해야 했던 것은 바로 그 증명의 무대였다.
네 개의 전선, 하나의 메시지
이노션은 이번 CES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네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다. 현대자동차그룹관은 그 선언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여러 계열사의 로봇과 기술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장면을 공간과 동선, 콘텐츠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단일 기업이 아닌 여러 계열사의 비전을 “Partnering Human Progress”라는 하나의 서사로 통합해야 했고, 각 계열사의 역량이 독립적으로 빛나면서도 전체로 읽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과제였다. 공간, 콘텐츠, 운영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CX1, 2본부의 여러 팀이 기획 단계부터 하나의 구조 안에서 움직였다.
아틀라스가 가장 직접적으로 무대에 공개된 것은 미디어데이였다. 전 세계 기자들이 집결한 생방송 현장에서 아틀라스는 런웨이를 걷고 포즈를 취하며 피지컬 AI의 현재를 실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에 대담 중심의 극장형 무대에서 벗어나 로보틱스가 실제로 등장하고 움직이는 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는 기술적 안정성과 연출의 완성도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이번 CES에서 리스크가 가장 크면서도 파급력이 가장 큰 전선이었다.
계열사 부스는 또 다른 결이었다. CES에 처음 참가한 현대 위아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조 기술을 ‘바람과 온돌’이라는 감각의 언어로 풀어야 했다. 분산형 HVAC 시스템이 차량 내부에서 온도를 조각하는 방식을 관람객이 몸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콘셉트카를 전시 중심에 배치하고 조명과 조형물이 하나의 흐름으로 동기화되는 공간을 설계했다. 현대모비스관은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최고경영진을 초청한 프라이빗 부스로, 30여 종의 신기술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전장·전동화·섀시안전이 하나의 동선 안에서 맞닿는 구조로 공간을 기획했다. 관람객 수가 아니라 한 팀당 체류 시간과 비즈니스 대화의 깊이가 성패를 가르는 공간이었다. 네 무대는 각각 달랐지만,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 기술을 어떻게 경험으로 번역할 것인가.
Section 1.
현대자동차그룹 미디어데이
Partnering Human Progress
글로벌현대2팀 · 글로벌현대4팀 · 글로벌미디어1팀
CR부문: CD – 허진웅 · AD - 강정곤, 오원택, 한기현 · CW – 강보승, 차승연

글로벌현대2팀은 키노트와 콘텐츠(비전 영상, 키 비주얼 등)의 기획·제작을, 글로벌현대4팀은 행사 기획·연출과 운영 전반을 맡았다. 미디어데이는 CES 개막 하루 전인 1월 5일에 진행됐으며, 대담 중심의 극장형 무대를 벗어나 로보틱스가 실제로 등장하는 경험에 집중했다. 런웨이 콘셉트의 쇼케이스로 무대를 다이내믹하게 구성하고, 아틀라스가 커튼 뒤에서 대기하다 흐름에 따라 등장하는 연출을 설계했다. CR부문은 콘텐츠 기획·제작을, 글로벌미디어1팀은 글로벌 확산을 위한 매체 선정과 배포를 담당했다.
Q.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가장 재미있었던 점도 좋습니다.
글로벌현대2팀여러 계열사의 기술과 비전을 크리에이티브와 키노트 안에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 과제였어요. 와이드스크린 화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수많은 푸티지를 검토해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가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키노트 역시 3D와 모션을 활용한 다이내믹한 방식으로 구성했는데, 기획 단계의 아이디어들이 실제 화면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무척 흥미로웠죠.
글로벌현대4팀어려운 점과 재밌는 점을 동시에 준 존재가 바로 아틀라스였어요. 리허설 당시 SPOT도 아틀라스도 100퍼센트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한 건 아니라서 컨틴전시 회의*도 몇 시간씩 진행했어요. 아틀라스가 걷기 시작하면 마치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듯,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마다 모두가 속으로 ‘잘한다! 잘한다!’를 외쳤고, 넘어졌을 땐 고개를 떨구며 분 단위로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컨틴전시 회의 : 어떤 사태가 발생할때, 그 사태에 재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장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태에 대한 대책을 공유하는 회의

Q. 이번 미디어데이의 하이라이트는 아틀라스의 등장이었습니다. 로봇 시연을 위해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글로벌현대4팀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건 두 가지였어요. 관객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와우 모먼트’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변수를 어떻게 최소화해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구현할 것인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엔지니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아틀라스의 보행 거리, 포징 가능 범위 등을 점검해 동선과 무대 사이즈, 런웨이 길이, 바닥 소재를 결정했어요. 연출적으로는 미래를 상징하는 로보틱스를 아날로그적인 커튼 뒤에서 등장시키는 아이러니를 활용하며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죠.
Q. 미디어데이에서 비전 영상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획 의도와 표현상의 특징도 궁금합니다.
글로벌현대2팀비전 영상은 행사 소개 직후 가장 먼저 공개된 콘텐츠로, 키 슬로건 “Partnering Human Progress”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상징적인 영상이었어요.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축해 온 생태계 안에서 진보가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CR부문과 함께 기획하여 제작했고요. 특히 아틀라스와 SPOT 같은 로보틱스는 일반 대중에게 다소 멀게 느껴진다는 점을 고려해, 패독에서 정비공과 협업하는 로보틱스, 정원에서 사람이 놓치기 쉬운 작은 부분까지 돌보는 로보틱스 같은 상황을 설정해 기술이 사람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그려냈어요.
Q. 미디어데이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글로벌 기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나, 긴장됐던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글로벌현대2팀수많은 리허설로 전체 흐름을 확인했지만, 막상 본 행사가 시작되니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그날의 공기가 아직도 기억나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글로벌 기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이미 리허설로 수차례 봤음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니 새롭고 감동적이었죠.
글로벌현대4팀아틀라스가 공개됨과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마치 영화〈돈 룩 업〉에서 혜성이 충돌하기 직전 장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팀장님, 그 모습을 뒤에서 찍고 있는 클라이언트,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던 담당자들, 대박을 예감하고 분주해진 미디어. 다음 날 아침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먹다 미국 현지 뉴스에 미디어데이 영상이 방영되는 걸 보았을 때도 신기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예상보다 훨씬 더 바이럴이 된 것을 느끼며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나요.
Section 2.
현대자동차그룹관
Partnering Human Progress
코어스페이스1팀, 코어스페이스3팀, CX라이브1팀, CX라이브3팀, CX뉴테크솔루션팀, CX라이브그룹TFT

CX1, 2본부의 다양한 팀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완성한 부스이다. 코어스페이스1팀은 약 1,800㎡의 공간에서 부스 디자인과 설계, 시공을 주도했고, 라이브1팀, 라이브3팀, 뉴테크솔루션팀, 코어스페이스3팀은 콘텐츠 경험과 관람객 동선을 아우르는 스토리 구조를 설계했다. 라이브그룹TFT는 현장 운영 전반을 맡아 기획 의도가 실제 관람 경험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조율했다. 공간, 콘텐츠, 운영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통합된 이번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전 과정이 협업 구조 속에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Q. 현대자동차그룹으로 CES 2026에 참여했습니다. 준비 단계부터 쉽지 않았을 듯해요. 일반적으로 한 기업만 참여하는 부스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단독 참여 부스는 하나의 비전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면 되니까 의사소통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요. 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그룹사가 함께 참여하는 전시는 공통된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이 쉽지 않았어요. 각 계열사의 개별 역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룹이 지향하는 통합된 비전을 관람객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했죠. 각 로봇의 독립적인 기능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할들이 서로 연결되며 미래 사회에서 기술이 어떻게 삶과 맞닿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부스를 구성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Q. 전시관 테마 “Partnering Human Progress”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요? 1,800㎡의 공간에 어떤 경험을 설계하셨는지 궁금해요.
기술이 인류의 파트너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각 계열사의 기술을 삶의 접점별로 세분화해 실제 적용 사례와 연결하고, 제조 환경부터 일상생활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생태계로 구성했어요. Lab 콘셉트의 공간을 별도로 배치해 완성된 기술뿐 아니라 도전과 실험의 과정도 그대로 보여주었고, 전시관 전체를 감싸는 화이트 톤 패브릭 커튼 파사드는 ‘기술’이라는 주제에 유연함을 더했죠.

Q. 로봇 협업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어요. 아이디어는 어떻게 도출되었나요? 기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의했던 지점도 들려주세요.
로봇 협업 퍼포먼스는 ‘기술 데모’가 아니라, 로봇이 인간의 파트너로서 어떻게 함께 일하고 움직이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자는 목표에서 출발했어요. 서로 다른 시스템의 로봇과 장비가 충돌 없이 협업하도록 거리·높이·동선·타이밍을 정밀하게 계산했고, 전시품이 공간을 인식하고 자율 주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세팅하는 과정도 포함됐어요. 연구소에서 수개월 걸릴 세팅을 짧은 전시 기간 안에 완성해야 했다는 점도 큰 도전이었고요. 가장 치열했던 지점은 기획 의도, 기술적 완성도, 공간적·예산적 제약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어요. 한 요소를 수정하면 다른 요소가 틀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찾는 조율이 계속됐고, 현장에서는 로봇이 오작동할 때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세팅을 재조정하는 시행착오가 반복됐죠.
Q. 이번 CES에서 기대했던 반응은 무엇이었고, 실제 반응은 어땠나요? 가장 짜릿했던 순간도 들려주세요.
가장 기대했던 건 관람객들이 “이 기술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삶 속에서 작동 가능한 미래처럼 느껴진다.”고 말해주는 것이었어요. 한 존의 시연 시간이 길게는 10분 정도라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시연 시작 전부터 줄이 길게 섰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전시 마지막 날, 마감 안내 방송이 나오며 모든 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여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던 순간은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Partnering Human Progress”는 단순한 전시 테마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으니까요.
Section 3.
현대위아관
Journey of Connection
라이브스페이스2팀

라이브스페이스2팀은 현대위아관의 첫 CES 참여 전시관 전반을 설계한 팀이다. 전시관 디자인과 시공, 콘텐츠 제작, 현장 운영을 모두 맡았으며,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복잡한 공조·구동·로봇 기술을 CES 현장에서 관람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Q. 부품사 부스라고 하면 보통 부품 나열을 떠올리는데, 현대위아는 첫 CES 참여에서 체험형 차량을 전면에 배치했어요. 배경이 궁금해요.
공조 분야는 직접 경험하기 가장 쉬운 영역이지만, 하나의 단품 기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해요. 그래서 공조의 변화로 달라지는 미래 모빌리티라는 방향성으로 하나의 완성된 콘셉트카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콘셉트카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현대위아의 비전인 ‘끊김 없는 이동’을 가장 잘 담아낸 제품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Journey of Connection”을 시작하는 곳으로 콘셉트카를 전면에 배치하게 됐어요.
Q. 공조 시스템 표현을 위해 어떤 전문가들과 협업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정도 들려주세요.
이번 콘셉트카에 적용된 기술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연구원분들께 질문하고 공부하면서 기술의 본질과 의도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보이지 않는 온도와 바람의 흐름을 전시관 전체의 모티브로 삼기 위해 조명의 색온도와 명암을 활용했는데, 워낙 밝은 전시 현장에서 그 미묘한 차이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 여러 번의 사전 테스트와 리허설을 거친 과정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공조 시스템을 ‘바람과 온돌’이라는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 발상이 인상적이에요. 이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나요?
이 키워드는 현대위아 연구원분들이 처음부터 목표로 삼은 ‘가장 효과적인 공조’라는 방향성에서 출발했어요. 거주 공간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한국적인 난방 수단인 ‘온돌’,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바람’이라는 비유를 통해 차세대 공조 시스템의 목표를 친숙한 언어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Q. 경험의 퀄리티를 위해 고집한 포인트가 있나요? 현장에서 관람객 반응은 어땠는지도 듣고 싶어요.
거창한 것보다는 아주 사소한 연속성에 집착했어요. 콘셉트카 내부의 온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앰비언트 라이트의 움직임과 색상이 천장의 거대한 조형물을 타고 전시관 전체와 하나로 동기화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현장의 조도와 색상, 조명의 각도 하나하나를 콘셉트카 내부의 분위기와 맞추기 위해 마지막까지 여러 번 조율했어요. 기획 단계에서는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연출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대위아 담당자분들과 고객분들의 좋은 반응에 정말 안도했던 기억이 있어요.
Section 4.
현대모비스관
Layer of Progress
라이브스페이스2팀

라이브스페이스2팀은 이번 현대모비스 전시의 고객 경험 전반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사전 초청한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부스였던 만큼, 단순 홍보가 아닌 비즈니스 협력과 수주 기회 창출이 목적이었다. 30여 종의 신기술 전달을 위한 레이아웃 기획부터 고객사 임원들의 동선과 체류 경험 설계, 현장 운영 총괄까지 B2B 고객 여정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았다.
Q. “Layer of Progress”라는 주제로 30여 종의 신기술이 연결되고 융합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시 공간의 구성 의도를 설명해 주세요.
가장 큰 도전은 “30개의 기술을 보여주면서도 부품 전시회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어요. 전장·전동화·섀시안전이라는 각기 다른 기술 영역이 한 공간 안에서 맞닿을 때 새로운 모빌리티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스토리를 동선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M.VICS 7.0 통합 콕핏, 홀로그래픽 윈드 실드 디스플레이, X-by-Wire 섀시 솔루션처럼 여러 기술 영역이 하나로 겹쳐 있는 데 모를 중심축으로 두고, 관련 기술들이 그 주변에 레이어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구조로 공간을 기획했어요.
Q. 기술 전시를 위한 라이브스페이스2팀만의 원칙이 있나요?
따로 기술 전시만을 위한 별도의 원칙을 두지는 않아요. 전시품 형태에 맞는 집기 높이와 사이즈 설계, 가독성을 고려한 폰트 사이즈, 관람객 동선에서 발에 걸리거나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등,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현장 경험의 질을 결정하는 기본기들을 어떤 프로젝트에서나 엄격하게 적용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시품 전기 스펙 이슈로 현장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전기 스펙만큼은 현장에서도 반드시 두 번, 세 번 재확인하는 것을 팀 내 불문율로 삼게 됐어요.

Q. 글로벌 CEO 대상 프라이빗 부스라는 특수한 형태였어요. 퍼블릭 전시와 비교해 고객 경험 설계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퍼블릭 전시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면, 프라이빗 부스는 다른 결의 강한 인상이 필요해요. ‘초청받아 들어오는’ 공간인 만큼, 고객이 처음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충분히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방문객 수보다 한 팀당 체류 시간, 대화의 깊이, 의사결정 지원을 더 중요한 지표로 두었고, 방문 고객사별로 관심 기술 영역에 맞춘 맞춤형 동선과 브리핑 시나리오를 운영했어요. 결국 기술을 보여주는 것만큼, 고객이 그 시간 내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프라이빗 부스 고객 경험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Q. CES를 이전에도 여러 번 진행하셨어요. 담당자님에게 매년 다가오는 CES는 어떤 이벤트로 느껴지는지 듣고 싶어요.
고진감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업계 전반의 시선이 집중되는 무대인 만큼, 우리가 설계한 현장 경험이 단순히 ‘잘 진행된 행사’로 끝나지 않고 언론과 업계에서 회자되도록 어떻게 구성할지가 매년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에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장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고요. 그럼에도 CES를 매년 기다리게 되는 건, 그 무대의 크기만큼 성취감도 크기 때문이에요. 고통이 크면 감래도 크다는 걸, CES를 할 때마다 다시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