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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Imagine with AI

Creator Manual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김세진 캠페인플래너, 강민형 팀장, 이승하 카피라이터, 김보경 팀장, 최유나 캠페인플래너, 오은하 아트디렉터, 양도유 카피라이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내장 카메라 시점으로 찍은 13분짜리 단편 영화〈밤낚시〉가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광고도 영화도 아닌 새로운 형식은 결국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며 하나의 문화적 포문을 열었다. 이노션 글로벌비즈니스부문과 Creative α는 ‘광고는 더 이상 TV 광고 몇 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브랜드를 넘어 콘텐츠와 고객 경험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밤낚시〉의 여정은 단순한 수상을 넘어, 광고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던진다.


Interviewee

 

글로벌비즈니스부문 | 김보경 팀장, 강민형 팀장
Creative α | 양도유 카피라이터

Part. 1 밤낚시 캠페인, 칸 그랑프리 수상

Q. 먼저 ‘밤낚시’의 칸 그랑프리 수상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캠페인에 함께하신 팀과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김보경현대자동차 ‘밤낚시’ 프로젝트 기획을 총괄했어요. 캠페인플래너로서 6여 년간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를 전담했고, 이번에는 Creative α, 손석구 배우, 문병곤 감독, 마켄필름, 스테넘 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업계 분들과 함께 ‘밤낚시’ 프로젝트를 리드하였습니다.

강민형‘밤낚시’는 기획부터 이번 수상까지 3년 정도 걸린 프로젝트예요. 영화 외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되었고요. 저는 제작 단계 이후에 합류해 캠페인 홍보 및 확산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양도유저는 Creative α 소속 카피라이터예요. 저희 팀은 ATL 기반의 광고보다 그 외의 캠페인들을 제작해요. 특히 기술 기반의 프로젝트를 주로 하죠. ‘밤낚시’도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로 영화를 만든 사례인데, 저희가 시나리오 작업을 감독님과 함께했어요.

김보경초기 영화 시놉시스 구성에 있어 Creative α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광고 감독이 아닌 영화 감독과 밤낚시를 만들어 간 것이 좋은 판단이고 좋은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브랜드 연계성 측면을 고려하는 건 광고 전문가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라 그 미묘한 부분을 Creative α가 잡아주셨어요. 겉으로는 자동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현대자동차가 이걸 왜 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단서가 필요했는데, Creative α에서 직접 감독님과 여러 번의 시놉시스 회의를 진행하면서 잘 조율해주셨어요.

Q. 칸을 비롯해 여러 광고제에서 수상하기까지, 어떤 전략과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출품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김보경시작은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였습니다. 광고대행사가 영화제에서 직접 수상하는 건 저희에게도 낯선 경험이었어요. 광고제 출품 시점에 대한 내부적인 의견 차이도 있었는데, 당시까지는 이노션을 최대한 숨기고 영화로서 먼저 인정 받게 하는 전략을 택한 거죠. 결과적으로 광고제보다 영화제를 통해 먼저 성과를 거두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간 것이 옳았던 것 같아요.

양도유저는 광고제에 가면 심사위원들에게 꼭 물어봐요. “우리 작품에 왜 상을 주셨나요?” 이번 칸에서도 물어봤는데, 흥미로운 대답이 있었어요. 한 심사위원이 자기는 판타지아 국제영화제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걸 보고 “이건 분명히 괜찮은 영화다.”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판타지아 관객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그곳에서 인정받았다는 건 이미 퀄리티가 있다는 뜻이라는 거죠. 결국 판타지아에서 받았던 작은 상이 일종의 나비효과가 돼서, 칸에서 힘을 발휘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강민형영화제는 광고제와 달리 한 번 상을 받으면 다른 곳에서 중복 수상이 거의 불가능해요. 그래서 판타지아 영화제에 출품한 것도 저희의 선택이었죠. 그전에 여러 곳에서 초청도 받고, 출품할 의향이 있느냐는 연락도 받았는데, 그때마다 “할까, 말까?” 고민했었어요. 결국 저희가 가진 SF적인 측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임팩트가 크면서 이름 있는 영화제를 기다렸고, ‘판타지아 국제영화제’가 딱 맞았던 거예요. 그렇게 뜸을 잘 들여 밥을 지은 것처럼, 그 선택이 결국 광고제 수상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Q. 해외 현지, 특히 ‘칸 라이언즈’에서의 반응은 어땠나요? 수상 선정에서 어떤 점이 특히 높게 평가되었는지도 궁금해요.

양도유‘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도 저희가 그랑프리를 받았는데, 그때 심사위원이 이번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서 골드(Gold)를 준 분과 같은 분이셨어요. 그분이 저희에게 상을 준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줬어요. 첫째, 차량 카메라로 너무 자연스럽게 영화를 찍었고, 그럼에도 브랜드 임팩트가 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었어요. 브랜드 로고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현대차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둘째, 단순히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한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유료 상영을 하며 관객을 모았다는 방식이 매우 신선하다는 점이었어요. 원래 칸은 심사 기준에서 캠페인의 결과가 30% 비중을 차지할 만큼 브랜드 성과를 중요시하는데, 이 캠페인이 단순히 재미있게 끝난 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까지 긍정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거예요.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Part. 2 영화 밤낚시, 광고 밤낚시

Q. ‘밤낚시’는 어떻게 시작된 캠페인이었나요? 기존 광고의 문법을 과감히 벗어난 만큼, 기획 초기 단계에서 어떤 배경과 의도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김보경아이오닉을 어떻게 하면 더 혁신적이고, EV의 선구자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었어요. ‘단순히 광고 메시지에 대한 고민으로 충분할까?’, ‘다른 EV 브랜드와 차별화된 USP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전략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있었죠. 그래서 아예 포맷을 깨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보자고 한 거예요. 이게 광고가 될지, 고객 경험 이벤트가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아이데이션을 해보자는 데서 출발했죠. 보통은 고객사의 브리프를 받아서 기획 방향을 정리하고 제작팀에 전달하는 순서로 가는데, 이번에는 저희의 고민 자체를 제작팀과 공유하면서 “정말 경계 없이 아이디어를 펼쳐보자.”라고 시작했습니다.

Q. 어떻게 보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었겠네요.

김보경그렇죠. 저희가 오랫동안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를 대행해 오면서 신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을 저희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메시지 하나만으로 아이오닉 라인업을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그건 어려운 문제였죠. 막막한 상황에서 제작팀이 여러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오닉 카메라로 영화를 찍어보자.”였어요. 저는 그 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앞에 앉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있었는데, 그 제안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어요. 보통 아이오닉과 관련해서는 친환경이나 CSR 활동 같은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이건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었거든요.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이라 ‘이거 만들어보면 정말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영화로서의 ‘밤낚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자동차 내장 카메라를 활용한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 스토리 구조 속에 담긴 메시지와 브랜드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양도유사실 ‘자동차 카메라로 영화를 찍어보자’라는 발상에는 영감의 원천이 있었어요. 아이폰은 카메라 하나로도 영화를 찍는데, 아이오닉은 카메라가 무려 7개나 있더라고요. 사각지대도 없고요. 그걸 보면서 영화 〈서치〉가 떠올랐어요. 〈서치〉를 보면 맥북 카메라로 찍은 장면으로도 이야기를 끌고 가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훨씬 더 풍부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죠. “아이오닉의 7대 카메라를 활용해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시작됐어요. 다행히 문병곤 감독님께 콘셉트를 설명해 드렸을 때,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셨지만 곧 “시점을 다르게 가져가면 영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스토리도 훨씬 특별해질 수 있다.”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그래서 기획대로 잘 풀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민형수상 이후 칸에서 ‘밤낚시’의 준비 과정과 캠페인의 성과, 특히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었던 마케팅 파급력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진행하였는데요. 세션을 준비하면서 다시 저희가 한 일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어요. 어떻게 상품이 직접 등장하지도 않는데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는데, 결국 아이오닉 5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영화의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손석구 씨가 열연한 ‘로미오’와 미확인 캐릭터가 맞서는 공간이자 세트였고, 동시에 아이오닉 5가 제3의 캐릭터처럼 기능했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사실상 1인극이 아니라 3인극 같다고 생각해요. 배우와 저희에게는 구슬이라 불리는 외계인 캐릭터 그리고 아이오닉 5가 함께 스토리를 끌고 갔기 때문에 관객이 봤을 때 ‘이건 정말 영화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직접 현장을 지휘한 문병곤 감독과 손석구 배우의 조합도 강렬했는데요. 두 분과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캐스팅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보경사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만큼이나 중요한 게 캐스팅이었던 거 같아요. 감독과 배우가 누구임에 따라 이 프로젝트의 성립부터 흥행까지, 그리고 예산 규모도 결정될 테니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기도 했어요. 그중 단연코 파격적인 제안이 한국 최초 단편 부문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과 손석구 배우의 조합이었어요. 두 분은 이미 무명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고 “언젠가 같이 좋은 작품을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다고 했어요. 그러던 중 손석구 씨가 ‘이 프로젝트 흥미롭다’라고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어요. 결국 ‘재미’라는 공감이 모두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던 거예요.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Q. 이 영화는 자동차 내장 카메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브랜드가 담기긴 했지만, 상품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죠. 광고의 핵심인 제품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에 대해 내부 우려는 없었나요?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었나요?

양도유현대차로서도 처음 해보는 도전이라 정말 쉽지 않았어요. “로고도 안 나오고, 엠블럼도 안 보이는데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죠. 당연히 “그래도 현대차임을 드러내야 하지 않느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넣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나왔어요. 그런데 저희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 현대차가 이 방향성을 존중해 주셨다는 점이에요. 특히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확실했어요. 문병곤 감독의 연출에 대해 단 한 번도 “이렇게 해달라.”거나 “로고라도 마지막에 넣어달라.”라는 식의 요구가 없었거든요.

김보경물론 절충의 과정은 있었어요. ‘차가 나오지도, 브랜드가 전혀 노출되지도 않아도 될까’라는 고민은 저 스스로도, 이노션 내부도 마찬가지였어요. 관성적으로 해오던 방식과 전혀 다르니까요.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많은 토론이 있었고, 상호간 토론과 논의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확신하게 됐어요. 고객사 역시 더 큰 차원에서 브랜드 방향성과 비전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라 기꺼이 동의해 주셨고요. 그 덕분에 저희도 이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보경확신을 느낀 순간은 극장 시사회 날이었던 것 같아요. 미디어 시사회와 영화업계 관계자분들까지 하루에 여러 시사회를 준비해 뒀었어요. 미디어 시사회의 경우, 당시 여러 경쟁 영화들의 시사회도 있었는데 10분짜리 영화에 과연 기자들이 관심 가져줄지 당일까지도 확신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문화부 기자와 산업부 기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영화 시사회라는게 업계에서는 굉장히 생경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저희는 그분들을 모두 초대했었거든요. 미디어 시사회 현장에서 영화를 본 기자들의 리액션과 이후 쏟아지는 질문들을 듣고, 시사회를 모두 마치고 초대했던 영화인들, 업계 관계자들, 우리 스태프들과 함께 저녁 자리를 하면서 직접 살아있는 반응을 생생하게 전해 듣고서야 ‘우리 뭔가 되는 것 같다’라는 확신을 받은 것 같아요.

Q. 사람들이 돈을 내고 광고를 스킵하는 시대인데, ‘밤낚시’는 영화관에서 개봉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티켓을 구매했어요. 영화관 입장에서도, 관객도, 이노션도 모두에게 새로운 시도였을 것 같은데요. 이를 실현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요?

강민형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저희도 처음 배급사와 접촉했을 때는 항상 브랜드에서 해왔던 방식대로 대관이나, 광고 구좌를 구매하라는 반응이 전부였습니다. 김보경 팀장이 주도적으로 멀티플렉스 배급부서를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죠. 최종적으로 CGV와 개봉을 결정짓고 나서부터는 정말 일반 영화 개봉처럼 접근했어요. 기자간담회도 하고 GV라는 관객과의 대화도 하고 무대 인사도 했어요. 처음엔 극장에서 보수적이었지만, 저희가 적극적으로 제안하니 점점 가능성을 열어주셨죠. 특히 저희가 강조했던 건 관객 경험이었어요. ‘밤낚시’는 영화관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13분짜리 영화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새로운 경험에 열려있는 MZ세대에게 “영화를 보러 오세요.”가 아니라, “스낵을 즐길 정도로 짧게 색다른 영화를 경험해 보세요”라는 식으로 접근했죠. 익숙한 영화 소비 속에 새로운 체험을 넣어준 게 핵심이었어요. 다행히 언론에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 많이 다뤄주셨고, 관객도 자연스럽게 호응해 주셨어요.

Q. 낯선 것을 제시하되 익숙함 속에서 풀어내어 고객 경험의 장벽을 없앤 거네요.

강민형맞아요.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풀어내는 건 쉽지 않았어요. 개봉 당시만 해도 저희끼리 “이게 정말 될까?” 하며 반신반의했거든요. 기자간담회와 GV를 하고 매체의 호응이 있었는데도 불안했어요. 그래서 기획팀, Creative α, 현대차 담당자까지 다들 CGV 앱을 새로고침하며 실시간으로 예매 상황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예매를 계속 늘리니까 CGV도 상영관을 확대하고 시간을 더 배정하기 시작했죠. 처음엔 2주 반짝 개봉만 생각했는데, 결국 5주까지 이어졌어요. 지인들로부터 “나 ‘밤낚시’ 봤어.”라는 연락도 받으면서, ‘진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Q. 최근 광고가 영화, 전시, 게임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주목하고 있는 장르나 포맷, 협업 방식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김보경사실 특정한 포맷이나 협업 방식을 정해 두고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는 영역의 구분이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죠. 저희는 단순히 광고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비즈니스, 고객 경험 비즈니스, IP 비즈니스처럼 여러 영역이 서로 얽히고 확장되는 흐름 속에 있어요. 그래서 기존의 ‘규정된 방식’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 ‘밤낚시’는 단편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사례로서 문화적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단편 영화가 개봉하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또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겠죠. 중요한 건 ‘이번에는 영화 말고 뮤직비디오’, ‘이번에는 게임’처럼 타깃을 정해두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와 브랜드의 상황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맞게 열어두고 접근하는 태도예요. 결국은 각 브랜드가 가진 지향점과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를 고민해야 해요. 이제는 단순히 “15초 광고 만들어 주세요.”, “TV 광고 집행해 주세요.” 수준을 넘어서, 훨씬 더 열린 고민을 던지는 시대가 된 거죠. 그래서 저희가 그랑프리를 받은 의미도 단순히 상의 무게감에 있는 게 아니라, 광고가 더 이상 TV 광고 몇 편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변화 속에서 어려움도 많아요. 이전 세대는 국장님에게 전화해 한두 통화로 광고 집행이 가능했다면, 저희는 모든 걸 새로 배우고 새로 경험해야 하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가려는 의지와 힘이라고 생각해요.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칸을 흔든 13분, 광고의 경계를 넘어선 <밤낚시> 이미지


Part. 3 한계와 경계를 허물다

Q. 광고는 늘 ‘창의적이다’ ‘독창적이다’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어쩌면 태생부터 틀을 깨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 틀을 깨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요? 이노션만의 특별한 작업 방식이나 문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양도유우리 팀은 늘 “남들이 안 한 걸 해보자.”라는 기조가 있었어요. 영화도 그렇지만, 그전에 배를 만든 적도 있었거든요. 한화그룹이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고 있으니, 그럼 태양광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배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였죠. 현대자동차 수소자동차의 부산물인 물을 활용해, 청소 트럭에 개수대를 만들어 미화원분들이 작업 중 손을 씻을 수 있게 한 사례도 있었어요. 누군가 먼저 해보지 않았던 걸 선제적으로 제안하자는 게 큰 방향이었죠.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면 리더가 직접 “내가 책임지겠다.”라며 고객사를 설득해 주셨어요. “배를 만든다고요?”라는 고객사의 우려에도, “우리가 직접 띄워보겠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지신 거죠. 이런 도전적인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었던 건, 책임자들이 총대를 메고 ‘우리만 할 수 있는 게 맞는지’, ‘정말 새로운 게 맞는지’를 끝까지 점검하면서도 과감히 수용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김보경저희도 마찬가지예요. 클라이언트와 내부 의사결정자들이 늘 요구하는 건 “똑같은 건 하지 말자, 새로운 걸 하자.”예요. 저는 현대자동차와 10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다른 브랜드가 저런 모습으로 했으니 우리도 해보자.”라는 말은 없었어요. 오히려 남들이 안 한 걸 해달라는 주문이 계속 있었죠. 예를 들어 수소 리더십 캠페인을 준비 할 때 나왔던 아이디어가, 남극이나 북극에서 첫 콘텐츠 상영회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조금 힘들까 싶은 아이디어를 내면 바로 “재밌겠다. 실제로 가능한지 알아보자.”라는 반응이 돌아와요. 통신 시설이 있는지, 허가가 필요한지, 현지에서 접종해야 하는 백신은 없는지까지 실제 검토가 들어가죠. 사실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저희도 ‘이거 정말 하게 되는 건가?’ 하는 부담이 생겨요. 하지만 그런 부담을 안고서라도 시도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정말 부러워요. 조직 문화 외에도 개인적으로 아이디어의 인풋을 어디서 얻는지도 궁금해요.

강민형저는 안 해본 걸 억지로 해보려고 해요. 이노션에 입사하기 전에는 전시회를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더 찾아가요. 잘 몰라도 일단 가서 보고 오려고 하고 이런 경험이 쌓여서 아이디어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제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에요.

양도유저는 광고제를 정말 빠짐없이 봐요. 골드, 실버, 브론즈 따지지 않고 다 챙겨보죠. 그중에서 질투가 날 만큼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어요. ‘내가 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 그런 게 진짜 영감이 돼요. 예를 들어 이번 칸에서 상 받은 작품 중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의 크기와 모양을 감정에 맞게 바꾼 사례가 있었어요. 화난 대사는 뾰족하게, 슬픈 대사는 흘러내리게 표현하는 식이었죠. 알고 보니 그 아이디어를 낸 아트디렉터가 청각장애 가족을 둔 분이더라고요. 그런 배경을 알면 더 감탄하게 되고, 동시에 질투와 자극을 받아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이 제일 큰 인풋이에요.

김보경저는 학구적으로 자료를 찾아보는 타입은 아니고, 대신 다른 사람한테 정말 많이 물어봐요.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바보 같아 보여도 질문을 던져요. 적합한 사람을 찾아가 자문하고, 그 대화 속에서 캐치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밤낚시’ 때도 어디에 상영해야 할지 막막했을 때, 영화 〈범죄도시〉를 제작한 장원석 대표님을 찾아가 직접 조언을 들었어요. 그때 얻은 확신과 팁이 프로젝트 확장에 큰 도움이 됐고요. 저한테 인풋은 결국 네트워킹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예요.

Q. 끝으로, 이번 캠페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나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강민형제게는 지금도 숙제예요. ‘밤낚시’ 이후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다음은 뭐 할 거야?”였거든요. 지금은 다양한 포맷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광고 문법을 벗어난 시도들이고, 영상 매체가 아닌 것도 있어요. 내년 상반기쯤 공개될 것 같은데, 통합적으로 고객 경험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도전이라면 그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는 게 제 목표예요.

양도유저는 칸 라이언즈의 티타늄 카테고리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티타늄은 금은동 같은 등급이 없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에게 주는 상이에요. 저는 아직 출품해 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그 무대에 올릴 만한 아이디어를 꼭 내보고 싶어요. 광고를 넘어 정말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그게 제 도전이에요.

김보경저는 이 상을 하나 탄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앞으로 뭘 더 타야겠다’라는 마음은 없어요. 대신 제가 얻은 경험을 숨김없이 공유하고 싶어요. 사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한국에 많지 않잖아요. 주변 분들이 “한국에서도 이런 프로젝트와 상이 나와서 너무 좋다. 국위선양 해줘서 고맙다.”라고 해주셨는데, 과장되지만, 그게 정말 큰 의미였어요.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에게 영감이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제가 가진 걸 솔직하게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ary

 

밤을 밝힌 목소리

칸의 무대에서 울려 퍼질 수상소감은 어떤 빛을 띌까? <밤낚시> 캠페인을 함께 만든 이노션 크리에이터들이 각자의 언어로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기록했다.


 

글로벌현대2팀 | Global Hyundai Team 2

강민형 팀장

 

현대자동차와 함께한 ‘밤낚시’가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브랜드의 혁신적 도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며, 함께해주신 모든 파트너와 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유나 캠페인플래너

 

익숙하면서도 새로움이 가득했던 도전의 여정 속에서,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왔기에 대중의 마음에 닿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세진 캠페인플래너

 

‘밤낚시’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소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새로운 시도속에 많은 낯설음들이 있었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동안 그 과정에 함께한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축하한다고 말씀드립니다.

Creative α

양도유 카피라이터

 

그랑프리라는 놀라운 성과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분들의 열정과 노고가 담긴 캠페인이었습니다. 밤낚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은하 아트디렉터

 

새로운 브랜드 콘텐츠를 향한 모두의 뜻이 모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토록 멋진 캠페인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승하 카피라이터

 

때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마음으로 오랜 시간 준비했던 만큼, 기억에도 오래 남을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밤낚시’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글로벌비즈니스지원팀 | Global Business Support Team

김보경 팀장

 

‘재미있겠다’라는 마음이 모여 이룬 필연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2년 반 동안 웃고 몰입했던 순간들이 오늘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모든 스태프들과 동료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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