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Shopping,
Own Life
나다움을 향한 여정, 지그재그 캠페인
20대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던 온라인 패션 플랫폼 광고에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는 특유의 말투와 호방한 표정으로 ‘나의 쇼핑에 참견 말라’며 ‘니들 맘대로 살기’를 권한다. 이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상반기 가장 뜨거운 광고로 지목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자연스러웠던 이 광고 뒤에는 사실 한 치 어긋남도 없이 움직인 이노시안의 팀워크가 있었다.
INTERVIEWEE
김윤정 팀장 | 캠페인플래너
조선영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소정 | 아트디렉터
장다현 | 캠페인플래너
Interview
Q. 지그재그 캠페인이 올 상반기 가장 뜨거운 광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또 좋아하는 광고가 되고 있고요. 광고를 직접 만든 분들에게 다시 묻고 싶어요. 이 캠페인은 어떤 기획 의도로 만들어졌나요?
김윤정캠페인의 목적은 심플해요. 지그재그가 여성 패션 플랫폼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리고 캠페인이 꽤 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이렇게 명확하고 심플한 과제를 받았던 터라 어떻게 하면 이 캠페인을 화제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정다현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고객사와 이미 커뮤니케이션 한 바가 있고, 소비자들이 지그재그라고 하면 모두 알 정도의 인지도가 쌓여 있는 브랜드였기에 부담감을 덜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모델 전략에 좀더 집중해서 기획을 하게 됐고요.
Q. 온라인 쇼핑이라 함은 흔히 ‘젊은이들의 쇼핑 창구’로 통용되는데, 이번 캠페인의 모델은 윤여정 선생님이었어요.
정다현일단 화제성을 만들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합당한 모델을 찾기 시작했어요. 김윤정 소비자들 눈에 띄면서 진정성 있게 여성 쇼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만한 분이 누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이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다. 윤여정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저희가 과감한 제안을 해도 고객사에서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Q. 지그재그 측은 예상한 대로였나요?
김윤정처음 제안했을 때 광고주분들이 좀 놀라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고요.
조선영윤여정 선생님을 모델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뒤 조사를 시작했는데, 알아볼수록 정말 10대, 20대, 30대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워너비인 거예요. ‘나도 저런 멋있는 여성이 돼야지.’ 그렇게 선생님을 알아가면서 결정에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프레젠테이션 당일 광고주 앞에서 발표를 하는 데 그중 한 분은 소름이 끼쳤다고 하더라고요.
Q. 윤 선생님을 실제 모델로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수월했나요?
김윤정섭외가 좀 어렵기는 했어요. 당시에 영화 〈미나리〉가 해외에서 반응이 엄청났기 때문에 한국에 계시지 않았고요. 섭외가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많은 분이 도와준 덕분에 섭외에 성공했지만요.
Q. 광고 도입부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나한테 들어온 게 맞는지 확인하라’는 멘트가 눈길을 끌어요. 어떻게 모델과 스토리라인이 자연스러운 카피를 만들 수 있었나요?
홍소정최대한 윤여정 선생님 말투, 어투로 카피를 쓰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기 위해서 정말 많은 콘텐츠를 봤고요. 심지어 회의할 때도 선생님 성대모사를 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를 발표하곤 했죠.
조선영‘지그재그’라는 이름이 ‘왔다갔다하다’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쇼핑몰 안에서 구매하는 모습을 의미한다고 해요. 그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도 인생을 ‘왔다갔다’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왔다갔다’ 한다. 또 패션에 있어서의 ‘왔다갔다’는 ‘믹스 앤 매치’까지 맞아떨어지더라고요. 물론 브랜드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요. 심지어 카피라이터 출신인 저희 상무님께서 워낙 윤여정 선생님을 좋아하셔서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Q. 공간 구성부터 의상과 연출까지, 강한 임팩트를 위해 시각적으로도 부단히 노력한 것 같아요.
조선영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광고주 그리고 감독님과 같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콘티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어요. 윤여정 선생님은 원래 스타일대로 옷을 입고 배경은 컬러감을 살려서, 윤 선생님이 컬러 속에서 돋보이도록 하는 게 의도였고요.
Q. 현장에서 윤여정 선생님은 콘티에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조선영촬영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랑 제가 콘티를 설명해 드리려고 윤여정 선생님 분장실로 찾아갔어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 아이디어 과정에서 다들 선생님 말투를 따라 했던 터라 어느새 저도 모르게 윤 선생님 말투로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시연을 해버리니까 윤 선생님께서 “왜 연기를 본인이 하세요. 연기는 제가 해야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카피에 “굉장히 공감이 간다, 나도 이런 말 많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Q. 정말 뿌듯했겠어요.
홍소정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의상 때문에 촬영 전날 밤새 스타일리스트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하필 촬영 날이 해외 언론 인터뷰 때문에 윤 선생님이 거의 밤을 새우고 오시는 상황이었어요. 광고 촬영도 오래 하는 터라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이 촬영장에서도 되게 밝게 맞이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조선영연기도 너무 잘하시니까 테이크도 몇 개 안 갔는데 ‘오케이’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슬쩍 욕심이 나 카피를 조금씩 바꿔가며 “선생님 이렇게도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라 고 조심스럽게 요청을 했죠. 선생님은 그 요청도 전부 다 들어주셨고요. 그 여파로 나중에 편집할 때 어느 하나 놓기가 아깝더라고요. 다 좋아서요. 아까운 컷들이 정말 많았어요.
김윤정아직도 기억나요. 시사 버전이 무려 20개가 넘어서 전화로 “CD님 20개 다 시사하실 거예요?”라고 물었어요(웃음).
조선영결국 세 개 뺐어요. 정말 아까웠죠. 자신이 없어서 많이 가져가는 게 아니라 ‘이건 진짜 다 보셔야 한다, 보시고 고르셔야 한다.’는 뉘앙스였어요. 그만큼 모든 컷에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Q. 그런 이유 때문인지 캠페인이 온에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여정 선생님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전해졌어요.
김윤정저는 당연히 수상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저희 캠페인 온에어 막바지 무렵 영국 아카데미 어워즈 수상 소감도 엄청난 화제가 됐잖아요. 그걸 보면서 오스카도 수상할 수 있겠다싶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진짜 벌어지니 정말 멋있다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캠페인 도 더 잘될 것 같아서 더 좋았고요(웃음).
홍소정아, 실제로 윤 선생님은 광고 촬영장에서 오스카 노미네이트 후보들이 축배를 드는 촬영을 하셔야 했어요. 그거 촬영하실 때 저희도 같이 박수를 보냈죠. 시상식 전이었지만 다 같이 축하하는 분위기에서 촬영했던 터라 저희도 너무 기뻤고, 축하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Q. 지그재그 캠페인에 대한 여론이 뜨거운 만큼, 각자의 주변 반응도 궁금해요.
장다현제가 이노션에 다닌 지 이제 1년 3개월 정도 됐어요. 그런데 이 캠페인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좋은 캠페인을 같이 만들어가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껴요. 오래 이 일을 한 분들도 쉽게 얻기 어려운 기회를 얻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이번 캠페인이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윤정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광고주분들한테도, 다른 팀원들에게도요. 심지어 제가 하는 일에 평소 관심이 없으신 저희 엄마도 “윤여정 씨 네가 섭외한 거냐?”며 묻더라고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광고 시사를 할 때 광고주분들이 다 손뼉 치며 격려해 주셨을 때,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Q. 이번 캠페인이 여러모로 특별한 추억이 되겠어요.
홍소정윤여정이라는 좋은 모델을 만나서 기뻤어요. 저는 촬영장에서부터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캠페인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윤여정 선생님, 우리 팀, 광고주 모두 다 감사합니다.’ 하는 심정이었죠.
조선영팀워크도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도 정말 다 좋았기에, 즐겁고 재미있게 일했어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 건 저희랑 함께한 감독님, 프로덕션, 모델 에이전시, 윤여정 선생님 소속사, 포토 실장님까지 정말 모든 파트가 한마음, 한 뜻으로 생각을 주고받았기에 가능했어요. 일을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모두가 하나되어 기쁘게, 빠르게, 심지어 마음에 들게요. 이 캠페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