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의 본질은 안전
목욕탕은 단순히 씻는 곳이 아니라 회복과 치유의 공간. 특히 탕 안은 우리가 맨몸으로 이용하는 유일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이의 안전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곳. 일죽목욕탕은 고령층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안전사고, 그중에서도 탕 내 사망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히트 쇼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이용객의 목욕 과정에 공간적, 기술적 솔루션들이 적용됐다.
*히트 쇼크: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해 혈압이 급변해서 실신하거나 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현상
탕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안전
▲바이탈 트래커
안전 목욕의 첫걸음은 목욕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래서 일죽목욕탕에는 다른 목욕탕에서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한 키오스크가 있다. 바로 안면 인식만으로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 생체 정보를 파악해 나의 건강 상태에 맞춘 안전 목욕법을 알려주는 바이탈 트래커. 바이탈 트래커에서 알려주는 안전 목욕법은 이용객의 생체 정보뿐만 아니라, 그날의 기온까지 반영해 전달되기에 더욱 안전한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음수대
우리 몸은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 순간부터 추위에 노출되어 체온을 빼앗긴다. 일죽목욕탕 탈의실엔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는 탭바가 설치되어 일교차가 큰 겨울철 온수 한 잔으로 체온을 높인 뒤 입욕할 수 있도록 했다.
18℃와 70℃가 안전하게 공존하는 곳
▲버퍼 존(Buffer Zone)
목욕탕의 공간적 특성 중 하나는 공간 별 온도차가 크다는 것. 대표적으로 탈의실(평균 온도 18℃)과 사우나(평균 온도 70℃) 두 공간의 온도차는 50도가 넘을 정도로 큰데, 이런 급격한 온도 변화에 혈압이 크게 변동해 쓰러지는 현상이 바로 히트 쇼크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죽목욕탕에는 '온도의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일명 Buffer Zone이라 불리는 이곳은 탕 내를 가로지르는 복도와 온돌 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온돌 마루
복도의 경우 열선이 깔려있어 탈의실과 탕 안의 온도차를 완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바닥의 물기 또한 빠르게 건조해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한다. 온돌 마루 역시 목욕 후 젖은 몸을 말리고 나갈 수 있어 급격한 체온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공간이다.
▲모서리 없는 탕 구조
▲낮은 벽
목욕탕은 충돌 사고 시 타박상이나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일죽목욕탕 내의 모든 구조물은 모서리가 없는 형태다. 또한 공간을 가르는 벽의 높이도 낮게 설치되어 있는데, 탕 내 사고 발생 시 서로의 시야를 가리지 않아 사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SOS 호출 버튼
긴급 호출 버튼은 목욕탕에 필수적인 요소다. 일죽목욕탕의 경우 탕 내부 벽면에도 호출 버튼을 설치해 입욕 중 사고 발생 시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10분 휴식 공간, 10분 알림 벨
다른 목욕탕에는 없는 일죽목욕탕만의 특징 중 하나가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림 벨이다. 이는 장시간 입욕으로 인한 쓰러짐, 익사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적정 입욕 시간인 10분을 알려주는 벨소리이다. 장시간 고온의 탕에 머물러 몸에 이상이 생겨도 빠르게 인지하지 못하는 고령자의 특성에서 착안한 10분 알림벨은 이용객이 벨소리 만으로 적정 입욕 시간을 자연스럽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초록색 타일
일죽 목욕탕의 초록색 타일은 단순히 심미적 관점이 아닌, 타일 한 조각에도 안전을 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수많은 테스트와 연구 끝에 선택된 타일이다. 탕 내에서 쓰러짐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빠르게 발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동양인의 피부색과 보색인 타일 컬러를 찾아야 했기 때문. 그렇게 수백 개의 타일을 동양인의 평균 피부색과 하나씩 비교한 뒤, 마찰력 테스트까지 거쳐 최종 선택된 타일이 바로 지금의 타일이다.
작지만 섬세한 배려들
▲락커룸
▲호루라기 락커 키
고령층이 주이용객인 일죽목욕탕의 사물함 숫자는 기존 목욕탕에 있던 숫자보다 약 5배 크게 만들어져있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사물함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가독성을 최대한 높인 것. 또한 일죽목욕탕의 모든 락커 키에는 호루라기가 달려있어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안전목욕 가이드북
일죽목욕탕 온돌 마루에는 이노션이 의료 단체의 자문을 받아 발간한 <목욕안전백서>가 비치되어 있다. 책에는 목욕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 및 안전한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들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며 친환경 방수 종이로 제작되어 탕 내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사진 설명: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노션의 워크스마트지원팀과 크리에이티브 알파팀, 건축사사무소 구보, 시공사 집업
일죽목욕탕은 단순히 낡고 오래된 목욕탕을 새 목욕탕으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목욕탕을 ‘안전’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 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다. 특히 목욕의 전 과정을 헬스케어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4단계 안전 목욕법’ 아이디어는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모여 시너지를 이뤘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노션의 리브랜딩을 통해 안전 목욕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일죽목욕탕은 안성시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으며 성황리에 오픈 해 지금까지 지역 어르신들의 안전한 목욕을 책임지고 있다. 한편 이노션 CR2센터에서는 일죽목욕탕의 재탄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에 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죽목욕탕이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