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당신이 사용하는 색은 무엇입니까?
공적인 공간에서의 나와 사적인 공간에서의 내가 엄연히 다르고, 옷도 T.P.O.에 맞춰 다르게 입는 것처럼 색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과 프로젝트에 적합한 ‘색’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각 프로젝트에 맞춰 저마다 어울리는 색을 선정하고 사용하는, 그래서 누구보다 색과 친숙한 이노시안 3인에게 물었다.
1.
자연과 동양적인 철학이 담긴 색
PROJECT
스페이스크리에이트 Space Create
INTERVIEWEE
오건우
스페이스크리에이트팀
COMMENTARY 1│소속 팀에 대한 소개와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하여
스페이스크리에이트 소개 ─ 이노션 월드와이드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공간을 담당하는 팀이 없었습니다. 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초반엔 단발성으로 모터쇼 공간 디자인이나 쇼룸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었어요. 공간 디자인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8년, 지금의 스페이스크리에이트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공간 디자인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CI, BI 작업도 겸하게 되었고요.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7년부터 크롬 로고를 시작으로 GDSI(글로벌딜러십아이덴티티)를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 중이고, 기아자동차는 2009년부터 합류해서 지금의 레드 큐브 콘셉트의 SI를 개발했어요.
COMMENTARY 2 │프로젝트에 적합한 색을 선정한 기준과 그 과정
현대자동차의 철학이 담긴 컬러 ─ ‘현대자동차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는 미래의 자동차 콘셉트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공간으로, ‘싱크 탱크 Think Tank’라는 개념 하에, 대대적인 프레젠테이션이나 모델링 카를 두고 품평을 하는 공간,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검은색 Black, 하얀색 White, 회색 Grey의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어요. 무채색을 선정한 이유는 당시 GDSI의 건축 디자인 콘셉트가 추구하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람(나무)’이라는 동양적인 철학을 디자인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연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에 맞춰 자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채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한 것이죠. 또한, 하얀색으로 디자이너가 무한한 영감을 펼칠 수 있는 백지 같은 공간을 상징하고자 했고요. 무엇보다 무채색이란 색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색을 흡수할 수 있는 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COMMENTARY 3│당신의 업무와 색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
기업의 철학과 비전이 담긴 색 ─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정할 때는 기업이 가진 철학과 비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를 비주얼로 나타낼 때 ‘컬러 맵 COLOR MAP’을 주로 활용합니다. 컬러 맵이란 색과 사람의 감정을 가로 / 세로축으로 두고 각 색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나열한 일종의 컬러 모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이나 노란색 같은 원색은 따뜻하고 산뜻한 감정을 일으킨다면, 파란색은 차갑고 진솔한 느낌이 있는 색이죠. 이런 개념들이 도식화되어 있는 기준과도 같아요. 이렇게 컬러 맵을 활용해 기업의 철학을 색과 연결지어 하나의 상징체계로서 역할을 하도록 기획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가령 ‘정직함’이나 ‘젊음’ 등의 키워드를 먼저 고른 후에 그에 맞는 컬러를 선정하는 방식이에요. 브랜드 CI는 신뢰와 강직함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이나 무채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보통 견고하고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를 그러한 색이 담고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브랜드 CI 컬러는 기업이 지향하는 정신적 가치나 비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매치되는 원색계열을 기반으로, 보조색은 파스텔톤이나 무채색으로 구성합니다.
변화하는 색 활용법 ─ 색채의 원리는 알고 보면 굉장히 간단하고 명확해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색채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규정화되어 있고, 누구나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 색에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감정을 브랜드 CI에 활용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데, 최근 들어 젊은 디자이너들은 색을 가지고 역발상을 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빨간색 하면 젊거나 매혹적인 등의 느낌이 일반적이지만, 노인들의 상징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젊게 살고 싶어 하는 그들의 활력소를 역으로 나타내는 거죠. 이렇게 색은 언어가 모두 해낼 수 없는 기능을 하기도 해요. 따라서 색만 잘 활용하면 마케팅적으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변화를 의미하는 색
PROJECT
현대자동차 쏘나타 뉴라이즈
Sonata New Rise
INTERVIWEE
황영호 Art Director
송정섭 AE
COMMENTARY 1│소속 팀에 대한 소개와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하여
브랜드 리프레시를 위한 색의 선택 ─ 자동차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쏘나타, 이 브랜드의 문제점은 뭘까? 이 물음에서 쏘나타 뉴라이즈 런칭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쏘나타는 너무 익숙해서 더는 소비자들에게 기대감을 주지 못하는 고착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둔 시기였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으레 쏘나타가 쏘나타겠지, 얼마나 바뀌겠어라고 이미 결론 내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번 캠페인에서 의도한 것은 단 한 가지였어요. 당신이 예상하는 기존의 쏘나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자,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소비자로 하여금 다시 보게 하자. 기존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전기와 후기의 전환점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포스트 쏘나타의 시작]이라는 캠페인 콘셉트를 설정,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기존과의 단절 및 변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주얼 적으로도 달리 보일 방법들을 모색했었고, 강력한 크리에이티브 요소 중 하나인 색이 그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COMMENTARY 2│프로젝트에 적합한 색을 선정한 기준과 그 과정
첨단, 그리고 모던한 느낌 ─ 쏘나타의 기존 광고들에서 보여주었던 색감이나 톤 앤 매너와는 전혀 다르게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아름다운 배경에 사람이 등장하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들이 많았었는데, 쏘나타 뉴라이즈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모던, 첨단의 이미지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캐릭터까지 고려한 색 ─ 이번 캠페인에서는 팬톤 Pantone 에서 선정한 네 가지 색상 회색 Grey, 보라색 Purple, 파란색 Blue, 초록색 Green을 캠페인 시그너처로 활용하였습니다. 기존 자동차 광고에서 찾아보기 힘든 각 색상이 지닌 캐릭터들을 활용하여 전략적 의도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회색은 모던함과 건축에서 느껴지는 구조적인 느낌을, 보라색과 파란색은 차가우면서도 첨단의 이미지를, 그리고 초록색을 통해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TVC의 제품 색상, 그랑 블루 또한 전략적으로 선택한 색상입니다. 캠페인 준비 과정에서 써본 적 없는 색이 주를 이루기에 색상과 자동차의 조화로움, 각 색의 비율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설계해야 했습니다. 사실 자동차 광고는 타 분야와 달리 다양한 색을 쓴다고 해서 좋은 광고는 아니거든요. 가장 돋보여야 하는 자동차의 색상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색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색의 비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자동차 자체가 자칫 영해 보일 수도, 올드해 보일 수도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니까요.
COMMENTARY 3│당신의 업무와 색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
새로운 색으로 넘어서다 ─ 우리나라의 고객들은 주로 무채색의 자동차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항상 실버, 블랙, 화이트 등의 익숙한 색상 또는 메이커가 제시하는 신규 색상을 광고에서 주로 보여주기를 바라왔죠. 이것이 사실 오랜 관습과도 같은, 자동차 광고의 암묵적 규칙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캠페인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색상이라는 강력한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재발견하는 기회이자, 동시에 지난 광고를 넘어 앞으로의 쏘나타가 나가야 할 방향이나 큰 갈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크리에이티브에서 어떤 색을 선정했다기보다 모든 과정에서 답습을 버리고 전략적 콘셉트 하에 색상 요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3.
구성원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색
PROJECT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Hyundai Motor Studio Goyang
INTERVIEWEE
유재호
익스피리언스크리에이트팀
COMMENTARY 1│소속 팀에 대한 소개와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하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소개 ─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자동차를 보고 듣고 느끼는 새로운 여행’이라는 콘셉트의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입니다. 자동차 회사로서 정체성을 담은 ‘모터 Motor’와 창조, 실험의 공간을 상징하는 ‘스튜디오 Studio’를 합해 자동차를 경험하고 나아가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전시 콘텐츠를 비롯하여, AT B (전시 설계), 에브리웨어 Everyware (설치 조형), 톰 브라운 Thom Browne 유니폼, 탐스 Toms 드라이빙 슈즈 등 세계적인 전문가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공간 및 콘텐츠 구성을 담당했습니다.
COMMENTARY 2│프로젝트에 적합한 색을 선정한 기준과 그 과정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의 협업 ─ 이노션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의 협업으로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유니폼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그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브랜드와 정체성이 반영된 유니폼, 그리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문 인력 콘셉트에 맞는 세련되고 전문적인 디자인, 그와 동시에 친근한 이미지의 유니폼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습니다.
구성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유니폼 ─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유니폼 색은 크게 남색 Navy, 흰색 White, 회색 Grey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색상은 현대자동차와 톰 브라운의 컬러 아이덴티티가 정교하게 결합한 조합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컬러인 남색을 재킷과 카디건, 넥타이 등에 메인으로 적용했고, 톰 브라운의 시그너처 컬러인 흰색과 회색을 각각 셔츠와 바지에 적용해 색을 통해서도 톰 브라운과의 협업을 상징하고자 했습니다. 일관된 색을 유니폼에 적용하되, 구루나 스토리텔러, 그리터 등 직군별로 옷의 형태나 패턴, 스티칭 등의 스타일링 측면에서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각 인력의 개성과 유니폼의 특성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에게 전체적으로 일관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디자이너의 의도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톰 브라운은 유니폼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각도 중요하지만, 직접 유니폼을 입게 될 인력의 개성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구성원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은 곧 관람객에게 자신감으로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COMMENTARY 3│당신의 업무와 색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
컬러, 브랜드와의 가교 역할을 하다 ─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면서 둘의 조합을 하나의 완성된 결과로 구현해내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 간의 DNA를 결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색이란 시각적으로 가장 처음 보이는 인상이며, 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BI 색을 반영한다고 개성이 담기는 것은 아닙니다.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너무 부족해도 그 균형은 깨지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브랜드와 브랜드 색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점에서 톰 브라운과의 협업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뉴욕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던 날, 톰 브라운은 본인 브랜드의 그레이 슈트를 입고 우리를 맞이했는데, 그 모습에서 본인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무실의 모든 직원과 홍보회사 직원들까지 톰 브라운의 유니폼을 입고 일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던 모습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