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God Has Appeared
번개장터 '파름신이 내리면' 캠페인
지름신이 내렸다. 무언가를 산다. 사고, 사고, 또 산다. 우리의 관심사가 바뀌고, 물건을 처음 구매했을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물건을 산다. 새로운 옷을 사고, 새로운 신발을 사고, 새로운 취미를 즐기게 해줄 도구를 산다. 그럼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옛 물건들은 어디로 갈까? 혹시 방 한구석에 먼지만 잔뜩 쌓인 채로 방치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 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파름신’. 파름신이 번개장터에서 내렸다.
팔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 번개장터
이제 중고거래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밈이 되어버린 평화로운 중고나라부터, 물건을 구매하기 전 한 번쯤 둘러보게 되는 당근마켓까지. 번개장터의 ‘파름신’ 캠페인을 기획한 이노션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으니까. 경쟁 서비스와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에서 장점을 찾아야 했다. 이노션이 찾아낸 틈은 바로 ‘판매’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야기하며 항상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구매다. ‘여기서는 무엇을 살 수 있고, 구매 과정이 얼마나 편리하고….’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접속한다. 사기 위해 검색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영 맘에 드는 매물이 없다. 사고자 하는 사람에 비해 파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그동안 시장에서 ‘가깝고 친근한 커뮤니티 중심의 비전문적 판매와 구매’로 포지셔닝 되었다면, 번개장터는 보다 더 프로페셔널한 커머스에 가까웠다. 뭘 좀 팔 줄 아는, ‘파름신’ 내린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판매하는 곳. 그곳이 바로 번개장터였다. 이노션은 ‘파름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번개장터만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함과 함께 ‘물건을 판다’ 는 중고거래의 특성을 번개장터만의 것으로 독점하고자 했다.
이정재, 파름신을 만나다
캠페인 기간은 길지 않았다. 그만큼 단시간 내에 주목받을 수 있는 빅모델 기용이 필요했다. 그 주인공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많은 시선을 받은 배우 이정재였다. “뭔 신? 파름신? 뭘 팔아요?” 이정재가 출연한 두 차례 티저는 200만이 훌쩍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본편 역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신상 나왔다, 파름! 비슷한 거 많잖아, 파름! 취향이 변했지? 싹 다 파름!” 가진 물건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을 때 찾아야 하는 곳,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쉬운 곳. 짧은 영상이었지만 이정재의 재치 있는 연기가 돋보였고,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파름신과 번개장터를 연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노션의 더 큰 고민은, 주목을 얻는 것 너머에 있었다. 실제로 광고를 본 이용자들이 번개장터를 찾아온 이후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번개장터의 차별점을 부각하다
번개장터는 전문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이노션 담당자는 이를 ‘중고거래에 진심인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만나서 물건을 받고 계좌번호로 송금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안전결제 방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캠페인에서 강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소비자가 직접 앱에 접속해 판매해 보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이노션은 이를 위해 파름신을 부르는 신성한 의식인 ‘파름제’를 제안했다. 파름제는 중고 물품을 마음껏 판매하며 즐기는 축제를 표방한다. 매주 파름신 오신 날에 상품을 등록하고 이것이 파름제 기간 동안 판매되면 이용자 중 추첨을 통해 상금 100만 원을 지급한다. 번개장터에서 상품을 등록하거나 판매했을 경우 ‘번개’ 를 받게 되는데 이를 응모권으로 교환해 샤넬 체인백 등이 걸린 드로우에 참가할 수 있다. 번개는 번개포인트와 교환할 수 있는데, 이 포인트는 다른 플랫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번개 장터만의 베네핏으로 이용자들이 거래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이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파름신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TVC를 통해 번개장 터에 접속한 이용자들이 단지 구경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거래에 참여하게 할 발판은 이미 마련됐다. 파름신 내린 소비자, 아니 판매자들이 번개장터에서 각자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판매하며 또 다른 취향을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INTERVIEW 번개장터 ‘파름신’ 캠페인의 PM들
PROJECT MANAGER
김기영 상무 CR1센터장, 김윤정 팀장ㅣ캠페인플래너, 송민영ㅣ카피라이터
이로빈ㅣ캠페인플래너, 김동현ㅣ아트디렉터, 박지원ㅣ캠페인플래너
박경민ㅣ카피라이터, 배보혜ㅣ아트디렉터
Q. 이번 캠페인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박지원파름신 캠페인은 중고거래 앱 성장에 공헌도가 높은 고객은 판매 완료 경험이 있는 유저라는 인사이트에서 시작했어요. 실제로 판매 경험이 많은 유저들은 중고거래 앱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핵심 요인이면서, 플랫폼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었어요. 이 유저들이 취향 중고 물품 판매 등록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였죠.
Q. 지난 9월 온에어된 ‘취향을 거래하자’ 시리즈에 이어 진행된 캠페인인데요. 다음 캠페인으로 ‘파름신’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윤정사실 취향 캠페인보다 파름신 캠페인이 더 먼저 기획되었어요. 파름신 캠페인을 세상에 빨리 소개하고 싶었지만, 번개장터에게 더 중요한 건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이었어요.
이로빈중고거래가 단순히 나에게 쓸모없어진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로의 취향을 나누는 것이라는 번개장터만의 브랜드 철학을 전달한 후 본격적으로 번개장터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순서로 캠페인이 진행된 거죠.
송민영커머스, 쇼핑 쪽에서는 11월을 성수기로 보기 때문에 파름신 캠페인은 쇼핑 성수기인 11월에 맞춰 진행하게 되었어요. 두 캠페인 사이에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BGM으로 Imagine Dragons의 ‘Thunder’를 공통적으로 사용했죠. 이번에도 김기현 성우님께서 참여해 주셨고요.
Q. 실제로 여러분 역시 중고거래 경험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 경험이 캠페인에 반영된 부분이 있을까요?
이로빈우선 파름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중고거래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재미 이상으로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인사이트에서 출발했어요. 청소하다가 전 애인의 선물을 발견했을 때, 오늘만 벌써 세 번째 같은 옷을 발견했을 때 등 많은 카피가 실제 중고거래를 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박지원구매는 쉽지만 판매는 어렵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나 실제로 번개장터에서 판매를 해보니, 쉽게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번개장터 앱의 디테일한 기능적 USP를 강조하기보다는 실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번개 장터에서 판매하세요’라는 메시지에 집중한 크리에이티브를 캠페인에 반영하려 했죠.
Q. 캠페인을 기획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로빈강력한 1위가 있는 시장에서 번개장터만의 차별점을 만드는 것과 그 차별점이 번개장터를 이용해야 할 이유로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고민했어요. 취향 캠페인과 파름신 캠페인 둘 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다가가려고 디테일을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Q. 이정재라는 빅모델을 캐스팅한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송민영동네 거래 위주인 당근마켓에서는 대중적인 브랜드 상품 거래가 많다면, 번개장터는 프리미엄 브랜드 거래가 많아요. 이번 파름신 캠페인에서 이정재 배우를 모델로 쓴 건 대중적인 인지도와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김윤정번개장터를 통한 취향거래를 이 시대의 새로운, 힙한, 매우 중요한 흐름으로 인지시키고 싶었어요. 현시점의 화제성에만 포커스하기보다는, 늘 힙하지만 동시에 무게감과 존재감이 느껴지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정재라는 배우는 너무 찰떡이었고요.
Q.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로빈4월부터 파름신이라는 개념을 제안했고, 11월에 온 에어가 된 상황이에요. 사실 6개월 이상 파름신이라는 단어가 대외비였죠. 만에 하나 세상에 번개장터보다 파름신이라는 단어를 먼저 사용하는 곳이 생기면 캠페인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기에 매일매일 파름신이라는 단어를 누가 쓰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포털사이트나 소셜 미디어에 검색해 보곤 했죠.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보고서야 겨우 안심이 됐고요.
박지원촬영장에서의 이정재 배우요(웃음). 일반인이라면 소화하기 힘든 백바지와 백구두를 완벽하게 소화했죠.
김윤정그런 이정재 배우에게 완벽하게 반해버린 저희 팀원들의 모습도 기억이 남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김윤정제가 실제로 파는 재미를 통해 중고거래에 입문한 ‘파름신 내린 자’인데요. 그동안 사는 건 너무 많이 해봐서 처음에 중고 물품을 사는 행위에 큰 흥미를 못 느꼈는데, 파는 것이 이런 희열을 주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며 결국 새 물건을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됐죠. 나아가 가치 소비와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어 모두가 파름신을 내림받게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