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Project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Space

Commentary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디자인 분야가 산업디자인, 편집디자인, 제품디자인 등과 같이 세분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 비즈니스 역할이 확대되면서 건축, 인테리어, 내부 콘텐츠 등으로 세세하게 나뉘어지고 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이노시안 3인에게 현재 국내외에서 변화하고 있는 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QUESTIONS

1. 현재 맡고 있는 직무

2. 직무와 관련해 진행한 대표 프로젝트

3.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의 추세에 대한 의견

4. 밀레니얼 세대가 공간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

5. 눈여겨보고 있는 공간 관련 사례

6. 미래의 공간 비즈니스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4개의 제품에서 도출한 자연 원소, 빛, 바람, 땅, 물을 가지고 아트 워크를 제작한 LG 시그니처 갤러리 프로젝트

1.

INTERVIEWEE

백승경 익스피리언스크리에이트팀

1. 보통 ‘BTL Below the Line’이라고도 이야기하는 스페이스 베이스의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주로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에요. 사람들에게 좀 더 새롭고 낯선 것을 선보이기 위해서 콘텐츠를 접목하거나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았죠. 그 두 가지가 지금까지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어요. 워낙 많은 기업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강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속에서 브랜드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가 되고자 하는 니즈가 강해졌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콘텐츠를 만드는 저도 콘텐츠가 멀리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일상 안에서 눈길을 돌릴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단단하게 되어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콘텐츠에 인문학적인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흥미로운 실제 이야기를 접목하는 등 스토리가 얼마나 살아있는가에 따라 콘텐츠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나 브랜드의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요. 문장을 만들 때, 주어와 목적어 등을 고려하듯이 섬세하게 접근하는 것이죠.

 

2. 2016년에 진행했던 LG전자 ‘LG 시그니처 갤러리’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로 기억합니다. 이름 그대로 LG전자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으로 냉장고, 세탁기, TV, 공기청정기를 묶어서 LG전자의 시그니처라는 브랜딩을 입힌 제품군이에요. 이것을 가지고 ‘IFA’라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에 전시 공간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건축가와 협업해 갤러리를 임시 건축물로 짓고, 내부에는 영국의 스튜디오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 Jason Bruges Studio’라는 곳과 협업해 아트워크를 전시했어요. 전시관이 일반 부스가 아닌 잔디밭에 별도에 파빌리온을 지어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어요. 주최 측에서도 공간을 기증해 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였죠. LG 시그니처는 ‘본질의 미학 Art of Essence’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어요. ‘본질’이라는 키워드에 시그니처의 제품을 투영시키기 위해 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각 제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의 형상이 다르므로 전방위적으로 인문학의 시선에서 본질을 바라보려고 노력한 것이죠. 과거에는 먹을 음식이 없어서 나라를 침략하고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냉장고가 생겨난 태초의 목적은 ‘보관’이었다, 그래서 전쟁을 멈출 수 있었다 등의 추상적인 이야기로까지 이어지기도 했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각 제품의 본질은 다음과 같아요. 냉장고는 ‘땅’, TV는 ‘빛’, 세탁기는 ‘물’, 공기청정기는 ‘바람’. 이렇게 4가지 자연 원소를 가지고 아트 워크를 만들었던 거죠. 외부도 마찬가지예요. 기하학적 원형 Geometric primitive이라는 건축적 본질을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는 건축물로 완성하고자 했어요. LG 전자에서는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았던 형태의 전시 프로젝트였고, 덕분에 긍정적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3. 온라인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대부분 오프라인이 사라질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저는 오히려 온라인이 포화일 때 그것을 해소해줄 수 있는 방법이 오프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풍선효과라고 할까요. 젊은 기업이나 브랜드는 고객 접점을 새롭게 하기 위한 매체로 오프라인을 활용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오프라인에 접근하는 방식, 활용 방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TV 광고와 같은 매체나 마케팅 방법로 다수의 고객을 효과적으로 잡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 BTL이라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선, 나아가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는 움직임이라 생각해요. 이제 고객들은 브랜드가 운영하는 공간을 맹목적으로 바라봐 주지 않아요. 그들의 시선을 끌고, 브랜드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플랫폼 형태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특히 한국은 그 플랫폼이 변화하는 주기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오프라인 플랫폼을 재미나게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4. ‘밀레니얼 세대’가 요즘 가장 화두에 올라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개개인의 가치관이 뚜렷하지만, 그들에게 공동의 가치관을 부여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결속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모여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해요. 매일 BTS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친구와 같이 보러 가거나 노래를 듣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 BTS의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요. 유럽의 팬과 아시아의 팬이 만나 공연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부수적인 활동으로 확장되는 것이죠. 이런 사례도 있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대학교 마케팅 교수가 학생들에게 ‘24’, ‘4천 5백만 ’이라는 숫자를 보여주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해요. 그 숫자는 24시간 동안 BTS의 콘텐츠를 다운 받은 사람의 숫자였어요. 참고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4천 3백만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요. 이런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내는 BTS를 봐도 알 수 있죠. 이제 세상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요. 한국말로 노래를 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국경 불문한 사람들이 동시간에 이렇게 반응을 보인다는 현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죠. 저는 이런 현상을 유심히 지켜보려고 해요. 분명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있을테니까요. 결국,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환경에 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5. 평창동계올림픽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이 인상적이었어요. 전시는 무형의 메시지를 물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어려운데, 이 전시는 수소라는 자원을 잘 해석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콘텐츠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또한, 젠틀몬스터의 행보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최근 위너의 송민호 씨와 협업으로 선보인 전시장에도 방문해볼 생각이에요. 국내의 작은 선글라스 브랜드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력이 엄청난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6. 이제 거의 모든 온라인 베이스의 기업이 오프라인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의 관건은 오프라인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은행, 증권 등은 고객과의 비대면 채널을 디지털상에서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가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전환에 있어 중요한 점이 있다면 빅데이터가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고요. 더 이상 감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과연 빅데이터가 미래 사람의 감정, 공감 능력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삼성동 무역센터 부지를 명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옥외 전광판.

2.

INTERVIEWEE

전제민 팀장 컨텐츠플래닝팀

1. 저는 콘텐츠라 부를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신규 기획, 사업개발과 마케팅 / 공간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 몇 년 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삼성동 무역센터 명소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대한민국 경제5단체 중 하나인 한국무역협회가 소유하고 있는 무역센터는 현대백화점, 코엑스몰, 코엑스, 카지노,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 다양한 상업 시설로 구성된 대형 복합공간입니다. 코엑스몰 등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매출이나 방문객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무역센터 명소화 전략 수립 컨설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명소화란 결국 부지에 많은 사람이 방문해서 상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때문에 그것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했어요. 그 일환으로 코엑스 옥외 전광판과 별마당 도서관이 결과물로 나올 수 있었죠. 처음 저희가 생각했던 별마당 도서관은 다른 이름으로 도시재생 및 지상 공간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상에 버려진 공간에 구현하고자 했어요. 진행 과정 중 코엑스몰이 청산되면서 사업자인 신세계프라퍼티가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코엑스 옥외 전광판은 SM TOWN의 콘텐츠와 결합해 부지 자체를 활성화하고자 했어요. 파워풀한 영향력을 가진 SM의 콘텐츠를 지상에 구현해 지상을 활성화하면 지하 쇼핑몰까지 낙수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옥외 전광판에는 뮤직비디오나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보이는 라디오’ 등과 같은 SM의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고, 거기에 전광판 매체를 활용해 수익을 내고자 국내외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광고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어요.

 

3. 예전에는 공간을 그저 시각적으로 예쁘게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 예쁜 모습만으로는 고객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공간 비즈니스는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해요.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정의가 된 후에 그에 따라 동선과 내부 콘텐츠, 디자인까지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그저 많은 기업이 ‘차별화된 경험’을 강조하려고 하는데,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객이 지향하는 가치를 현시점에 어떻게 해석해서 적합한 형태로 반영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죠.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가 했던 말이 특히 와닿는데요. 그는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해 기획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공감해요. 그런 탄탄한 기획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편, 다양한 기술이 공간에 접목되는 것 또한 요즘의 중요한 추세입니다. ‘아마존 북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간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아마존 북스의 형태는 기존 서점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제품 구성과 진열 방법에서 차이점을 두고 있어요. 기존 서점은 경영, 경제, 어린이 등 분야를 나누고 가나다순으로 제품을 진열한다면, 아마존 북스는 그 기준이 자신이 보유한 빅데이터가 되는 것이죠. 사실 기존 서점의 구성 방법은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닌, 서점 비즈니스 효율성만 고려한 것이에요. 고객에게는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죠. 반면, 아마존 북스는 아마존닷컴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책, 10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20대가 가장 댓글을 많이 단 책 등 실질적으로 책을 살 때 고려하는 요소를 바탕으로 책을 진열해요. 이런 형태의 구성 속에서 고객들은 구매 결정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취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효과도 볼 수 있어요. 가령 부동산 관련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점을 방문했을 때 단순히 ‘부동산’ 코너에서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닌, ‘트럼프 저서 중 100만 리뷰에 육박한 책’과 같은 코너에서 되레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나는 일본 스타일의 부동산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마존 북스의 제품 구성 중 일본 스타일의 책이 없다면, 내가 트렌드를 잘못 파악하고 있거나 부동산 트렌드는 잘 모르고 있구나 등 자신의 취향을 분석해볼 수 있는 요지까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나에게 적합한가, 나의 가치에 부합하는가 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 믿어요. 그런 점에서 가공되지 않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북스가 가장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고요.

 

4. 밀레니얼 세대 관련해 최근 PWC와 액센추어 Accenture가 발표한 리포트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들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를 할 때, 기존 세대보다 훨씬 더 오프라인 방문을 한다고 해요. 이미 북미 지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구매력인 높은 세대라 평가받고 있고요. 그 요인은 아무래도 그들이 디지털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반대로 오프라인에 대한 호기심과 목마름이 생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디지털 화면 속으로만 물건을 보고 구매를 하던 세대라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물로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것이죠. 또한,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해 쇼핑하는 행위 자체를 재미있는 놀이라 여기는 성향도 있고요. 그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소비를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공간에 진출하는 O4O Online for Offline 현상도 자연스럽게 계속 될 것 같아요. 특히 아마존 북스와 같은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에 진출할 때는 기술과 온라인 자체의 특성을 활용하기도 해요.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해서 제품을 보고 구매는 온라인상에서 해도 되고, 결제한 제품을 배송으로 받거나 방문한 매장에서 픽업해도 되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죠. 거기에 고객들에게 취향 인사이트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 가면 어떻게든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5. 츠타야 T-SITE 사례도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츠타야를 만든 CCC Culture Convenience Club는 3,500백만 명의 멤버십 데이터를 분석해 단지 제품뿐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요. 실제로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10번 이상 방문한 곳이기도 한데요,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방대한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은 츠타야가 유일했어요. 그들처럼 데이터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은 사실 어디에도 없어요. 회사의 효율성은 배제한 채 고객을 위한 취향을 개발해주고 지적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나아가 다음엔 어떤 콘텐츠를 제안해줄까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6.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특성이 융합되는 지금의 추세를 지나 이제는 신유통의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해요. 중국 알리바바가 인수한 매장인 ‘허마셴셩 盒马鲜生’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허마셴셩에서 원하는 제품을 고르면 그 즉시 직원이 와서 매장 위에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제품을 올려요. 그리고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위로 올렸던 제품들이 집에 도착해 있는 구조인데, 현지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은퇴하기 전까지 공들였던 것이 안면인식 커머스 였습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서 굳이 제품을 고르지 않아도, 빅데이터와 안면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의 아마존이 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커머스를 이미 진행하고 있어요. 기술과 신유통 구조가 발전하면 앞으로는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예측하고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얼마 동안 몇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시간이 지나 자녀가 자라는 것처럼 자녀에게 필요한 제품의 양까지 계산해 구매 패턴을 예측하고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것이 신유통의 매력이자 한편으로는 무서운 점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저희는 국내외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테크 기반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자 합니다.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수소의 생성 과정과 미래 수소 사회의 대한 메시지를 전시로 구현한 평창동계올림픽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3.

INTERVIEWEE

손정수 팀장 스페이스크리에이트팀

1. 스페이스크리에이트팀의 팀장으로 스페이스 관련한 마케팅 전반의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2 여수엑스포 현대자동차그룹관이나 평창동계올림픽 브랜드 홍보관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을 비롯한 전시관 프로젝트부터 최근 처음으로 선보인 브랜드 독립형 전시공간 ‘제네시스 강남’ 론칭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제네시스 매장의 경우, 강남점에 이어 하남 스타필드 매장까지 진행했는데 기존에는 없던 쇼핑몰 빌트인 매장으로 구성했어요. 한편, 기아 챔피언스 필드 프로젝트도 진행한 바 있는데,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좌석, F&B등 마케팅 요소까지 공간 구성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기도 합니다.

 

2.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패럴림픽 대회’ 기간 동안 평창올림픽 플라자에서 운영한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프로젝트. 현대자동차의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자동차를 전시하는 대신 자동차의 원동력이 되는 ‘수소’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우주에 있는 자원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수소의 특성을 반영해 전시관 외부는 ‘반타블랙’이라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 우주의 모습을 형상했고, 내부에는 수소와 공기가 결합해 물로 배출되는 에너지원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발수 코팅’ 기술을 사용했어요. 물 입자를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것인데, 그것을 활용해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션까지 구현했습니다. 마치 내가 수소가 된 것처럼 전시관을 이동하면서 수소의 생성 과정을 이해하도록 구성했습니다. 보통 자동차 전시관 이라고 하면 차가 전시된 형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저희는 차를 과감히 배제하고 수소의 개념을 아트와 기술을 접목한 전시를 통해 선보였어요. 덕분에 신선하다는 반응과 수소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관람객의 피드백을 받았고, 현재 칸 광고제 동상, 레드닷 등의 광고제에서도 좋은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3.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은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은행이라는 매장의 큰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과거의 은행이 주로 1층에 위치해 있었지만 최근의 은행들은 매장을 2층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요. 1층에 있다 하더라도 ATM기계만 있는 정도죠. 매장을 찾는 고객의 숫자가 줄어드니 굳이 가격이 비싼 1층에 매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일반 가게나 마트 같은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매장을 찾아도 정작 구매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죠. 실제로 물건이 어떤지만 확인하고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그곳에서 주로 결제를 하는 방식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어요. 이처럼 고객 접점의 의미가 변화하면서 공간도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닌 플래그십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의 한계를 완화해주는 일종의 허브가 된 셈이죠.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IT 기술의 발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일상을 쉽게 SNS에 공유하면서 생긴 시대상이 IT 기술에 반영되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공간의 성격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O4O 현상 역시 고객의 니즈와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이죠.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의 섬세한 텍스처나 디자인 등의 한계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아마존고’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양쪽의 공간을 중첩해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변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이미지

4. 과거 세대는 자신의 개성이나 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주로 명품이나 고가의 자동차 등을 사용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만의 물건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요. 명품이나 자동차도 물론 지금도 가치가 있는 소재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것이죠. 그들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 역시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품을 소개하고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했던 하남 스타필드 내 제네시스 매장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자동차 매장에는 모든 제품의 색상을 진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저 작은 크기의 샘플로만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고객들이 작은 크기의 샘플을 보고 전체 자동차의 느낌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그 매장에 제네시스 전 색상의 문짝을 진열했어요. 실제로 제품의 특성을 보고 느끼는 일종의 스킨십을 제공해,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5. 주로 기업이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이제 도시를 살리는 재생 프로젝트로 확장하는 움직임을 함께 보이고 있어요.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은 낙후되어 있던 동네를 아트를 접목해 모든 길목에 작품을 만든 사례이기도 해요. 언젠가 스위스의 한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기차가 지나가는 다리 밑을 리테일 숍으로 개조했어요. 다리 밑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나 버려지는 공간의 한계를 새롭게 개조함으로써 그 자체로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처럼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도시, 나아가 나라까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6. 공간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매장의 형태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기존 공간이 가지고 있던 기능이 온라인과 기술과 융합되는 새로운 형태로 개발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반적으로 공간이 정체되어 있는 특징을 가졌었다면,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성격의 공간으로 재탄생될 거라 예상합니다.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