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사람이 곧 집이다, KCC건설 스위첸 캠페인
KCC건설 스위첸의 광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매년 시의적절한 소재를 유연하게 풀어낸다. 스위첸이 포착한 가족과 사람들, 집에 대한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짚어본다.
CATEGORY ①
스위첸의 화법
불만스러운 표정의 한 여성이 말한다. “결혼한 지 4년, 맞는 게 진짜 하나도 없어요.”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에 질세라 거든다. “한집에 사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그 뒤로,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일상 속 갈등이 연이어 등장한다. 제 3자의 시선에서는 소소해 보이거나 어쩌면 귀엽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 에피소드지만, 당사자라고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문명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충돌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제목의 이 TV 광고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유튜브 조회수 3,500만 회를 돌파했다. 무슨 광고일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몰입하다 보면 광고가 끝날 때쯤 이것이 아파트브랜드 광고임을 알게 된다. KCC건설 스위첸의 화법은 이렇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편리한 주거 환경으로 대표되던 물리적 집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집의 가치를 조명한다. 2020년, ‘문명의 충돌’ 편에서는 부부가 된다는 것, 혹은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
최근 웹툰 <메리지레드><메리지레드>나 드라마 <부부의 세계> <부부의 세계>등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에 대중이 열렬히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부부의 일상으로 웃음을 유발하던 광고는 가장 먼저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계속되는 충돌 속에서도 결국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집’을 지어가는 모습을 그려낸 것. 이에 시청자들은 ‘우리 부부만 이렇게 사는 줄 알았더니 광고 한 편이 위로가 된 느낌이다’, ‘며칠째 부부싸움 후 내전 중이었는데 남편이 이 광고를 보고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며 반응을 공유했다.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다름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 스위첸의 메시지가 통한 셈이다. 코로나 이슈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집에서 가족과 보낸 시간이 길었을 올해. ‘문명의 충돌’ 캠페인은 가족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서로의 관계를 다시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간 스위첸이 전해온 메시지는 어떤 흐름으로 달라져 왔을까.
CATEGORY ②
스위첸 광고 변천사
2014 : 아빠의 집
2012년 결혼 적령기 여성과 워킹맘, 2013년 결혼 12년 차 주부 등 주로 여성들의 이야기와 심리를 통해 집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해온 스위첸이 ‘아빠’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2014년.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 아빠가 육아의 주체로 나선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점이었다. ‘아파트’라는 카테고리에서 핵심 타깃은 주부였으므로, 아빠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 아빠들의 인터뷰를 통해 힘든 일상 속에서도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아빠들의 진심을 발견했고, 아빠들에게 전할 한 줄의 메시지가 탄생했다. “당신보다 더 큰 집은 없습니다.” 궁궐처럼 넓은 집, 최첨단 설비의 집, 이 세상에 좋은 집이라고 부를 만한 기준은 넘쳐나지만, ‘아빠보다 좋은 집은 없다’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2015 : 자식의 자식 농사
여성의 사회 진출은 증가했지만, 육아 복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조부모의 황혼 육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엄마의 집, 아내의 집, 아빠의 집을 이을 새로운 소재를 찾던 중 “자식이 결혼해서 애 낳고 나니까 우리 엄마는 다시 자식 농사 시작하셨어.”라는 제작 팀원의 말 한 마디에서 2015년 캠페인은 시작됐다. 애써 자식 농사를 끝마쳤는데, 또다시 자식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이른바 ‘황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로 한 것. 조손 간의 합이 중요한 촬영이었기에 실제 임직원 모델을 섭외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였다. 특히 할머니와 손자가 축구를 하는 장면은 촬영 당일 돌발적으로 담아낸 장면임에도 많은 이에게 웃음을 안겨다 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가수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은 광고의 감동을 극대화했고, 네티즌들로부터 실제 뮤직비디오보다도 더 잘 어울린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6 : 모두의 집
지금까지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의 가치를 전했다면, 2016년에는 집 외부의 관점에서 집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 매개체로 선택한 것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안내문과 경고문으로,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주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척의 수단이 될 수 있음에 주목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광고 소재로 다루기에는 다소 민감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집의 기능적 특성을 강조하고 특정 인물이 살기 좋은 아파트를 광고하기보다, 집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개념인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화두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마련한 2016년 ‘모두의 집’ 캠페인은 내일의 집이 오늘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017 : 가족의 집
2017년 ‘가족의 집’ 캠페인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집에 살고 있는 ‘현실 가족’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수험생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뤄, 광고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 미래의 모습에 대입하며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은 밤늦게 독서실을 나서는 아들과 그의 뒤를 따라 걷는 아빠를 담은 ‘현실 부자’ 편,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딸을 픽업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현실 모녀’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되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미처 하지 못하고 의도치 않은 말만 툭 던져버리게 되는 부모의 마음과 감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된 흐름을 갖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부자와 모녀의 모습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담담하게 표현한 연출 또한 집과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2018 : 대한민국 첫 번째 집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집의 가치에 대해 말해왔던 스위첸이 이번에는 집의 본질에 집중했다. 그러려면 일반적인 집보다는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집을 선정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그렇게 2018년 캠페인의 주제가 정해졌다. ‘상해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첫 번째 집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으로 여겨지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이룰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조금은 다른 꿈을 지녔던 상해임시정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집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 전하고자 했다. 스위첸의 담백한 화법은 ‘대한민국 첫 번째 집’ 캠페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장황한 기교와 설명 없이, 시청자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레 극대화될 수 있도록 여백을 두어 완성했다.
2019 : 엄마의 빈방
지난해, 대한민국 광고대상 은상 등 국내 대표 광고제에서 3관왕을 석권한 ‘엄마의 빈방’ 캠페인에서는 다시 평범한 가정의 집 안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10대 무렵부터 닫히기 시작하는 딸의 방문과 그 앞을 서성이는 엄마의 모습을 담아낸 것. 닫힌 문을 정면에서 바라보도록 고정된 카메라 앵글이 모녀 사이의 거리감과 시간의 흐름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서 작용한다. 여기에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늘 염려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읊조리듯 부르는 강아솔의 ‘엄마’라는 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광고의 분위기와 감동을 더해주었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생, 직장인이 될 때까지 긴 시간 닫힌 문 안에 있었던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밖의 엄마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MINI INTERVIEW
염철 상무, AEㅣINNOCEAN
스위첸 캠페인 중 가장 좋아하는 캠페인
‘모두’라고 말하면 클리셰 같으니, 굳이 한 편을 꼽아 보자면 2014년. 특히 BGM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음원을 사서 진행하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닌, 원곡을 부른 가수 정훈희씨 가 직접 녹음실에 오셔서 라이브로 <꽃밭에서><꽃밭에서>를 불러주셨고 그 음원을 그대로 사용했다.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조우진 배우와 작업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포인트다.
2018년 캠페인 소재로 ‘상해임시정부’를 택한 이유
2019년은 상해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을 넘어,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집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집이란 누구나 갖고 싶은 대상이지만, 상해임시정부를 떠올렸을 때는 떠나고 싶은 집이 될 수도 있고, 자유를 상징하는 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집 라는 코드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상을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존 스위첸 캠페인과는 전혀 다른 용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스위첸 캠페인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단순히 ‘아파트를 사고 싶게 하는 광고’보다는 사람과 사람, 가족이란 관 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집’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소유가 아닌 삶의 관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달까. 광고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면 좋겠다.
보람찬 순간과 힘든 순간
어느새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스위첸 캠페인을 맡고 있는데, 나와 함께 스위첸을 담당하고 있는 후배가 한 말이 있다. ‘스위첸 캠페인은 함께 만드는 나의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고인으로서 아이디어의 제약 없이 브랜드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오랜 시간 광고주와 하나의 팀으로 끈끈한 팀워크를 쌓아가면서 후배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인 것 같다. 힘든 순간은 캠페인을 마칠 때 마다 찾아온다. ‘내년에는 어떻게 올해의 캠페인을 넘어서나’ 하는 즐거운 부담감을 매해 점점 더 느끼고 있다.
스위첸 캠페인을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집, 그 안의 사람, 그리고 진심.
앞으로의 스위첸 캠페인 전략
세대를 넘나들며 공감의 폭을 키우는 변화무쌍한 캠페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핵심이 있다면 앞으로 ‘집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집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