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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광고 대전, 2020 SUPER BOWL COMMERCIALS
전 세계를 막론하고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되는 슈퍼볼. 치열한 경기 외에도 분위기를 한층 달구는 건 경기 중간마다 재생되는 각종 광고다. 슈퍼볼의 또 다른 볼거리인 다양한 슈퍼볼 광고를 훑어본다.
이번 2020년 슈퍼볼은 여러모로 뜨거웠다. NFL 출범 100주년 시즌의 마지막 경기이자 치열한 라인업 외에도 세계 최대의 광고 대전이 벌어진 것. 슈퍼볼의 TV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 폭스 FOX는 30초 기준 광고료를 560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으로 책정했다. 1초당 2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은 매년 치열하다. 이번 슈퍼볼에서 방영된 광고수만 해도 총 62편. 1분 내지의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들은 기성 광고와는 다른 이색적인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기 바쁘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2020년 슈퍼볼 광고에는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가 등장하거나 세계적인 스타가 코믹하게 연출되는 등 여러 반전이 잇따랐다.
CATEGORY ① 새로운 브랜드의 출연
2020년을 맞아 디지털 광고 플랫폼인 페이스북 Facebook이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에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등장 이유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잠재우고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그룹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연결을 상징하고,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플랫폼답게 영화배우 크리스 락 Chris Rock과 실베스터 스탤론 Sylvester Stallone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페이스북 속 소셜 그룹의 모습을 담았다. 다양한 소셜 그룹 중에서도 ‘Whatever you rock, there’s a Facebook Group for you’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바위 관련 취미를 포함한 14개의 그룹을 등장시켰다. 페이스북의 CMO 안토니오 루치오 Antonio Lucio는 해당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에 페이스북이 내포될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당신을 위한 그룹이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한편 초콜릿 브랜드 허쉬 Hershey는 10년 만에 다시 슈퍼볼 광고권을 사들여 자사 제품인 Reese’s Take5를 홍보했다. 광고는 업무용 책상에 앉은 여자가 허쉬의 제품인 Reese’s Take5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변 동료들은 그녀에게 지금 먹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묻고, 그녀는 해당 초콜릿을 알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유행에 뒤처진다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말을 건넨다. 허쉬는 Take5가 자사 제품군 중 비교적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하여, 인지도 향상을 위해 이번 광고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허쉬는 Take5의 포장지 디자인을 바꾸고, 함유 성분을 강조하면서 이번 슈퍼볼 광고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CATEGORY ②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활약
한국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줄곧 슈퍼볼에서 광고를 진행해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외에 브랜드 출범 이후로 처음 슈퍼볼에 등장한 제네시스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 SONATA를, 기아자동차는 셀토스 SELTOS를, 제네시스는 최초 SUV인 GV80을 각각 소개했다. 세 광고는 탄탄한 출연진과 스토리로 공신력이 높은 미국 광고 호감도 조사 USA 투데이의 ‘애드미터 Ad Meter’에서 각각 2위, 8위, 28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미국 언론과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세 브랜드의 차별 전략을 짚어보자.
현대자동차 ‘Smaht Pahk’
1쿼터 경기에 송출된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8세대 쏘나타의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인 ‘Smart Park’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보스턴 출신 배우인 크리스 에반스 Chris Evans와 레이첼 드래치 Rachel Dratch, 배우 겸 감독인 존 크래신스키 John Burke Krasinski가 출연한 이 광고는 이들이 모여 보스턴 도심의 좁은 공간에 주차를 성공시키는 쏘나타 차량을 보며 주차 기능을 읊조리는 단순한 내용이다. 영상의 포인트는 배우들의 발음에 있다. 현대자동차는 해당 광고가 미국 동부의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광고라는 점에 주목했고, 보스턴의 특유 억양을 차용해, ‘Smart Park’를 ‘Smaht Pahk’라고 발음하게끔 연출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위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억하기 어려운 자동차 용어를 간단하면서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2020년 쏘나타는 기술이 뛰어나고 세련된 세단 자동차입니다. 기능 기반의 광고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징적인 보스턴 악센트에 주목했습니다. 유머와 재치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실제로 모든 미국인이 쏘나타의 주된 기능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즐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Barney Goldberg, Hyundai ECD
INNOCEAN Worldwide Americas
기아자동차 ‘Tough Never Quits’
기아자동차는 NFL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 Las Vegas Raiders 소속인 미식축구 선수, 조시 제이콥스 Josh Jacobs의 유년기 시절과 현재 선수로서 성장한 모습을 대조해 광고를 만들었다. 조시 제이콥스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풋볼 스타로 성장한 선수이다. 광고는 선수로 성장한 조시 제이콥스가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며 격려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는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계 시장 장악에 나선 셀토스를 연상하게 한다.
“기아자동차의 핵심은 도전한다는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기아자동차의 셀토스를 출시하기까지 우리는 자동차 드라이버의 정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NFL의 루키였던 조시 제이콥스는 이러한 정신을 나타내는 데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4명의 형제와 함께 자동차에서 지내며 자랐습니다. 노숙자에서 NFL 신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과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이야기는 여러 시대를 표방하는 이야기입니다. 기아자동차 또한 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광고 조회 수는 3천 만회가 넘는 수를 기록했고, 사이트 트래픽이 148,000%를 기록했지만, 가장 큰 성과는 거리에 사는 420만 명의 아이들을 위한 자선 단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아자동차는 앞으로도 청년 노숙자 문제에 주목할 것이며, 더욱 높은 목적을 향해 광고를 활용하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David Angelo, CEO
David&Goliath
COMMENTARY
음악·영상·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2020년 슈퍼볼에서 주목할 만한 광고들.
“구글의 로레타가 Loretta가 인상 깊었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우리 일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감성적으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광고를 통해 단지 편리한 인공지능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이미지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부르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고령화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어 현실적으로 더 와닿았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서는 특히 음악을 재미있게 쓴 광고들이 돋보였다. 견과류 브랜드 플랜터스 Planters 광고의 웨슬리 스나입스 Wesley Snipes는 밴드 커팅 크루 Cutting Crew의 80년대 히트곡 ‘(I Just) Died In Your Arms’를 따라 불렀고, 도리토스는 2019년 최고의 화제였던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의 틱톡 챌린지를 서부에서 재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로서는 피아노 앞에 앉은 MC 해머가 치토스 가루 범벅의 손가락을 들고는 “You Can’t Touch This”라고 말하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맙소사,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다.”
제네시스 ‘Going Away Party’
제네시스는 슈퍼볼 데뷔 영상에 고별 파티를 뜻하는 ‘Going Away Party’라는 제목을 붙였다. 데뷔 영상에 붙였다고 하기엔 뜻밖의 타이틀이지만, 내용을 보면 금세 수긍할 만하다.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 John Legend와 모델 겸 배우, 크리스틴 타이겐 Christine Teigen 부부가 고별 파티에 참석한다. 이 둘은 파티에서 낡은 럭셔리 Old Luxury 에게 이별을 고하고, 젊은 럭셔리 Young Luxury를 소개한다. 곧이어 젊은 럭셔리로 소개된 제네시스 GV80이 등장하는 흐름이다. ‘역동적인 우아함’, ‘혁신적인 럭셔리’라는 가치를 담은 GV80이 기존 SUV 시장에 대적할 만한 젊은 모델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제네시스는 광고 직후 GV80을 미국에 공개하며, 슈퍼볼 광고로 인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제네시스는 타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타 브랜드와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뜨거운 기대를 안고 출발한 SUV인 만큼, GV80을 선두로 럭셔리 시장에 진출했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슈퍼볼 광고는 이러한 지지에 힘입어 ‘Young Luxury’의 정의를 구체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럭셔리에 정체성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SUV 및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Bob Rayburn, Genesis ECD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ATEGORY ③ 푸드 브랜드에 등장한 셀레브리티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기용해 광고 효과를 높이는 스타 마케팅은 광고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단이다. 2020년 슈퍼볼 광고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유독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분야는 따로 있다. F&B 분야에서 세계적인 스타들이 등장해 브랜드의 색깔에 맞게 소비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 나초 스낵 브랜드인 도리토스 Doritos는 지금 가장 핫한 래퍼로 손꼽히는 릴 나스 엑스 Lil Nas X와 고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undance Kid>로 데뷔해 할리우드 서부극의 전설로 불리는 배우 샘 엘리엇 Sam Elliott을 모델로 선정했다. 서부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정면으로 마주한 채 댄스 배틀을 벌이며 달아올랐던 긴장감을 유머로 무너뜨렸다.
한편 청량음료 브랜드인 마운틴듀 Mountain Dew는 미국의 배우이자 성우, 감독으로 활동하는 브라이언 크랜스턴 Bryan Cranston을 투입해 영화 <샤이닝 The Shining><t샤이닝, The Shining>의 ‘Here’s Johnny’ 장면을 패러디했다. 도끼로 화장실 문을 부순 다음, 그 틈으로 얼굴을 내민 브라이언 크랜스던이 원작 “Here’s Johnny! (쟈니가 왔다!)”라는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하여 “Here’s MTN DEW Zero! (여기 마운틴듀 제로다!)”라는 대사를 외친다. 호텔 복도로 피가 쏟아지는 장면은 연두색 마운틴듀가 쏟아지는 장면으로 대체했다. 원작만큼 섬뜩하면서도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였다. 이 외에도 펩시, 버드 라이트, 치토스 등 식음료 브랜드는 각각 미시 엘리엇 Missy Elliott, 포스트 말론 Post Malone, MC 해머 MC Hammer 등 최근 가장 인기있는 스타부터 추억의 스타들을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 슈퍼볼 광고는 한마디로 ‘Old is the new hip’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흘러간 스타들과 감독까지 소환하면서 극성이다. 치토스 광고에 깜짝 등장한 MC 해머가 대표적이다. 30년 전 추억의 MC 해머를 소환했는데, 비주얼마저 로우테크다. 래퍼 미시 엘리엇 Missy Elliott과 최근 떠오르는 가수 H.E.R이 롤링스톤스 The Rolling Stones의 대표곡 ‘Paint It Black’을 리메이크한 펩시도 MTV 뮤비 스타일의 복고풍 영상을 제작했다. 특정 계층에게만 소구하는 스타가 아니라, 신구 세대 모두를 염두에 둔 스타와 음악, 영화를 내세운 지점이 눈에 띈다.”
“올해 슈퍼볼에 등장한 버드 라이트 Bud Light 광고에는 맥주 광고하면 늘 떠오르는, 뻔한 샷이 없다. 맥주잔 가득 시원하게 거품이 올라오는 장면도, 포스트 말론이 버드 라이트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모습도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대신 감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목적을 달성하는 세련미를 갖췄다. 포스트 말론이 버드 라이트 셀처를 들이켰을 때 흠뻑 젖어 환호하는 마음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감각을 자극하는 정답 샷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친숙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을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그 목표를 제대로 이뤄낸 것. 이것이 바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