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인디게임페스티벌 2017’ 브랜드 필름
대형 게임회사가 아닌 소규모 독립 개발자들이 만드는 ‘인디게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구글플레이가 시작한 ‘인디게임페스티벌’.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회째 맞는 행사를 앞두고 인디게임페스티벌 수상자 중 3팀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브랜드 필름’으로 제작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담당자가 직접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Interview
황영호│Art Director
박은주│Copywriter
서민정│AE
임한나│AE
Q. 인디게임이라는 분야가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는 것부터가 캠페인의 시작이었을 것 같아요.
서민정맞아요. 저희도 인디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했어요. 용어 자체도 생소했죠. 그래서 제일 먼저 작년 인디게임페스티벌 7팀의 수상자를 만나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분들을 직접 만나서 인디게임에 관한 정보와 작업 상황 이야기를 듣고, 제작팀과 모든 것을 공유했어요. 덕분에 제작팀에서도 ‘인디게임페스티벌 2017’ 브랜드 필름 캠페인 안에서도 부각하면 좋을 에피소드와 콘셉트를 잘 끌어 낼 수 있었어요.
황영호‘인디 Indie’라는 단어 자체가 독립적인 뜻을 담고 있잖아요. 자본주의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를 게임으로 만드는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이 가지고 있던 꿈과 생각, 혹은 어렸을 때의 기억을 ‘게임’을 통해 이뤄낸 사람이 많다는 것을요. 그런 걸 보면서 게임이라는 분야는 그저 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박은주인디게임이라는 분야 자체가 새롭잖아요. 캠페인의 접근 방식 자체도 기존 광고가 아닌 ‘브랜드 필름’이다 보니까, 허구적 이야기나 꾸며진 말보다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의견이 우세했어요.
서민정인디게임페스티벌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구글에서 하는 CSR적인 개념의 행사이기도 해요. 따라서 단순히 ‘인디게임과 인디게임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있어.’라고 알리는 개념을 넘어서 젊은 청년들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통해 ‘나 역시 희망을 품고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이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존의 브랜드 필름보다는 더 큰 개념의 캠페인인 것이죠.
Q. 브랜드 필름이라는 매체를 선정하기 전, 다양한 유형의 영상들을 가지고 브레인스토밍을 하셨다고요.
박은주선정된 브랜드 필름 형식을 비롯해 일반 방송 다큐멘터리나 3인의 성공담 등 몇 가지를 두고 논의를 했어요. 현재 방영 중이기도 한 ‘다큐 3일’과 같은 프로그램이 취하는 방식인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점과 다큐멘터리 특유의 생동감 있는 분위기는 가져가도 괜찮다는 결론이었죠. 결과물이 단편 영화 성격이 담긴 브랜드 필름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것 역시 그들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구성했기에 공통점이 있죠.
황영호작년 수상자의 게임 개발 스토리를 다루기에는 현재 진행형의 다큐멘터리 방식 보다는 단편 영화의 스토리 중심 접근 방식이 더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신 극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연기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과연 자연스럽게 재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인물의 대사 위주로 영상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 위에 나레이션을 덧입힌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Q. 많은 팀을 인터뷰하고 그중에서 세 팀을 선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였던 캠페인이 아닐 수 없네요.
임한나인터뷰하면 할 이야기가 참 많아요. (웃음)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을 파헤칠 수 있을까, 그들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까를 고심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게임에 대한 정보부터 개발자 분들이 했던 인터뷰 기사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찾은 후에 한 분씩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매일 세 팀씩 3일 만에 모든 개발자분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한 번 만났을 때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했었기 때문에 강행군일 수밖에 없었죠. 인터뷰 녹취량도 어마어마했고요. (웃음)
박은주인터뷰한 각 팀이 모두 개성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물론 모든 팀의 이야기를 브랜드 필름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콘텐츠로 만들었을 때 더 이슈가 될 만한, 혹은 이야깃거리가 확실한 세 팀을 선정했어요.
임한나선정되지 못한 팀 중 개인적으로 아까운 친구도 있었어요. 군대에서 4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의 소설을 썼던 분이 있었어요.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대단한 분이었죠. 아쉽게도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최종 선발이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임에는 틀림없어요.
서민정저희가 만드는 브랜드 필름이 영화 성격을 띠고 있더라도 엄연한 광고 영역에 속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마냥 슬프거나 안타까운 사연은 ‘다큐 3일’과 같은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이미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반대로 생각한 거죠. 왜 항상 좌절하고 슬픈 이야기에 초점을 두는 걸까? 하고요. 오히려 희망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Q. 선정된 세 팀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각각 개성이 뚜렷한 팀이 선정되었죠.
서민정‘샐리의 법칙’을 먼저 말씀드리면 개발자분 자체가 정말 인터뷰를 잘하게 생기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세 팀 중에서 가장 말씀을 잘해주셨어요. (웃음) 또 하나 재미있었던 건 게임을 만든 시초가 그분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그 회사 인턴의 이야기가 게임의 모토가 되었는데, 당시 그 인턴은 퇴사하고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인턴을 급하게 섭외해서 캠페인을 진행했었는데, 이런 과정들이 모두 영상에 다 담겼죠.
박은주맞아요. ‘샐리의 법칙’ 개발자분은 피티 발표도 자신 있게 해오시고, 무엇보다 자신이 말하고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계신 분이었죠. (웃음) 또, ‘샐리의 법칙’ 이야기는 동화책으로도 출간 되었어요. 게임에서 동화책으로 콘텐츠가 확장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임한나‘어비스리움’ 개발자 분은 ‘샐리의 법칙’과는 반대로 굉장히 시니컬한 분이셨어요.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단답형으로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라 인터뷰가 처음부터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분의 취향 때문이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은 ‘고래를 왜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예쁘잖아요. 저는 예쁜 것을 좋아해서 예쁜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게임에 들어가는 음악도 직접 만들었어요.’라는 답이었어요. 시니컬함 뒤에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실제로 게임의 색감이나 캐릭터, 분위기 모든 것이 그분의 말대로 예쁘답니다.
박은주‘붉은두건용병단’ 개발자분들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의 느낌이 강했어요. 귀엽고 순수한 동생 같다고나 할까요? (웃음)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었어요. 끊임 없이 연구하고 계속 만들고 고치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황영호덧붙이자면 두 친구는 군대에서 선임과 후임으로 만났다고 해요. 선임 친구가 먼저 제대하면서 게임 기획을 시작했을 때, 후임 친구를 반드시 데려가서 함께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사실 모든 청년이 다 그렇겠지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힘들 거예요. 그런데도 이 친구들은 힘들거나 괴로워하는 모습보다는 늘 즐거워 보였고, 항상 밝았어요.
박은주그 친구들에겐 ‘우직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아요. 힘들어도 언제나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Q. 제작 과정에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박은주저는 카피라이터이다 보니까 녹음실에서의 일이 기억에 남아요. 3분 가까이 되는 나레이션을 성우도 아닌 개발자분들이 직접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편별로 연극배우까지 섭외해서 가이드녹음을 했죠. 주말에 반나절 정도 사전 가이드 녹음을 하고, 다음날 연극배우와 개발자가 함께 모여 실제 녹음을 진행했어요. 처음엔 어색해하시던 분들도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아무래도 내 이야기다 보니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욕심이 내심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개발자들의 실제 나레이션이 톤, 감정 모두 좋아서 결과물에도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어요.
황영호영상 촬영장도 마찬가지예요. 마지막에는 모두 열정을 불태우면서 했었죠. 처음에는 무척 경직되어 있고, 바들바들 떨던 모습만 보이다가 촬영 막바지에 다다라선 서로 연기 코치를 해주더라고요. (웃음)
Q.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나요?
임한나‘어비스리움’은 아쿠아리움이 중요한 배경이어서 주로 거기서 촬영을 했었어요. 사실 그때 저희가 계획했던 건 수중촬영이었어요. 물 안에서 대형 수조를 바라보는 개발자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촬영 감독님이 대형 수족관 안에 몇 번을 들어가셨는데, 안타깝게도 만족스러운 영상이 담기지 않아 결국 개발자분의 뒷모습을 찍는 것으로 대체했었죠.
박은주저도 영상에 실리지 않은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냐는 질문에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답하시던 ‘붉은두건용병단’ 개발자분과 ‘샐리의 법칙’ 개발자분 모두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 순간, 왠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가깝게 다가간 느낌을 받았어요.
황영호이렇게까지 긴 분량의 영상을 찍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편집했을 땐 거의 5분 분량의 길이가 나오더라고요. 촬영해 놓은 소스는 매우 많은데, 이걸 2분 분량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편집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움이에요. 영화 같은 톤을 만드는데도 촬영 감독님과 PD님, CD님까지 모두 의견이 달라 한 목소리로 조율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죠. 편집실 안에서 매일 수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서민정편집실에서 처음 영상을 보고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을 흘렸어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말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니까 이야기에 관한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지더라고요. 게임을 만들어내기까지 청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난 너무 나태하게 사는 건 아닐까?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Q. ‘1,000만 뷰’ 달성이라는 성과를 얻었어요.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서민정처음 내부 목표는 500만 뷰였어요. (웃음) 연예인을 쓰지 않고, 천만 뷰를 달성한 광고 캠페인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과연 500만 뷰를 달성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 천만 뷰를 달성할 수 있었어요. 당시 광고주가 커다란 케이크 위에 ‘1,000’ 이라는 초를 꽂아 직접 축하해 주시기도 했고, 캠페인을 총괄하셨던 김정아 상무님께서도 뒤풀이를 해주시기도 했어요. (웃음) 광고주와의 목표 달성에서도 굉장한 의미가 있는 캠페인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인디게임이라는 분야와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 뿌듯한 작업이 된 것 같습니다.
임한나인터뷰부터 개발자분들과 함께 했던 지라, 모든 영상이 온에어가 되고 난 후 개발자분들께 메일을 보냈어요. 최종 영상을 보내드리면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훈훈한 내용의 메일을 쓰는데, 제 자신도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영상이 그들에게 얼마나 기억에 남을까? 하는 생각부터 자신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조명해 영상이라는 기록을 남겨두는 게 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거든요. 사실 광고 일을 하면서 좋은 일 했다는 느낌을 받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이 콘텐츠만은 그런 감정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었어요.
황영호저는 원래 일반 TVC가 공개되고 ‘TV CF’라는 곳에 영상이 올라가면 한 번 보고 마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어느 순간 유튜브를 켜서 조회 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오늘은 무슨 댓글이 달렸지? 하면서 말이죠. (웃음) 댓글 역시 보통 광고 3~5초만 보고 끄거나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상은 몰입도가 좋아서 재미있게, 끝까지 다 봤다는 의견이 있어서 정말 뿌듯했어요.
박은주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광고주측에서 ‘Get Inspired’라는 표현을 했어요. 이 브랜드 필름이 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가이드 라인을 주셨는데, 마지막에는 저희가 되려 캠페인을 통해 영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 정말 열정적이고 순수하게 자신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죠. 저도 그렇게 광고를 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개인적으로나 성과적으로나 너무나 재미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임한나맞아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 의미가 있었고,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와 같이 동기부여를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영상을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각 팀의 브랜드 필름은 구글 코리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