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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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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

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 이미지

 

무심코 버린 약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의 순환에 따라 버려진 약은 우리 몸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노션은 캠페인을 기획했다. 광고주도, 예산도 없다.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캠페인은 시작되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폐의약품 이야기

 

국제 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강의 약물 누적 농도는 세계 상위 30%다. 어린이 중독 사고의 38%도 방치된 의약품 때문이다. 수돗물과 어류에서는 의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이는 ‘넥스트 팬데믹’이 도래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약을 제대로 먹는 법에는 관심을 두면서, 버리는 법에 대해서는 모른다. 버리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약을 버리는 방법은 따로 있다. 약국에 다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을 모른 채 개수대에 버리거나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로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폐의약품은 돌고 돌아 다시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약국에 돌려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일처럼 느껴진다. 쓰레기를 처리해 달라고 약국에 들르는 것이 어쩐지 민폐를 끼치는 것만 같다. 문제가 있는데 해결 방안은 불분명하다. 이 사안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이야기해야 했다. 이노션은 폐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고자 팀을 모았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던 일 

 

이번 캠페인을 위해 모인 이노시안은 하나같이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말한다. 광고주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광고주를 역으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이 정보를 올바르게 인지하고 실제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캠페인의 목표다.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우편’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에 이노션은 우정사업본부와 협업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문은 열렸다. 우정사업본부뿐만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단체 6곳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다. 환경을 위한 일이니, 캠페인이 환경에 해가 되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경부와 점검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후, 세종시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시민들이 다니는 곳곳에 캠페인 포스터와 영상을 내보냈다.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학교에서는 카드뉴스를 활용하여 교육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광고는 흔히 상업적이라고 말한다. 판매 촉진을 목표로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의 순기능은 따로 있다.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관점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처럼 광고를 통해 인식을 심어주고 행동하도록 만들 수있다. 광고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에 널리 알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번 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은 시민들의 인식 전환뿐만 아니라, 많은 광고인들에게 광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Step1

약의 포장재를 최대한 제거한 뒤 물약을 제외하고 폐의약품 회수용 봉투에 넣는다. 전용 회수용 봉투가 없을 경우, 일반 우편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기재하면 된다.

Step2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우체통에 배출한다.

Step3

우정사업본부에서 약국과 보건소, 주민센터, 우체통 등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하여 소각장으로 전달한다. 이후 시에서 폐의약품 처리 및 소각을 진행하여 안전하게 폐의약품을 배출할 수 있다.


 

Interview

임상현 CD, 전혜린 아트디렉터, 원청향 아트디렉터, 승해건 카피라이터, 박민지 카피라이터

민선정 팀장, 유빛나와 캠페인플래너, 한창기 캠페인플래너

Q. 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은 이노션의 사회 공헌 캠페인 일환이예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민선정광고 회사 업무상 클라이언트의 마케팅 솔루션을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죠. 광고인이라면 커머셜 광고 외에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도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노션에 사회 공헌 캠페인을 운영하는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크루를 모집해요. 이후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맨땅에 헤딩’을 시작하죠.

임상현매번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던 우리가 사람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방식의 업무 형태, 해보지 않은 일이라 재미있어 보였어요. 실제로 해보니 우리의 생각 하나가 많은 것들을 바꾸는 과정을 보며 굉장히 보람찼어요.

승해건광고의 역할이란 게 비단 마케팅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에요. 때로는 광고 캠페인이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죠. 이번 캠페인 역시 광고가 하는 전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어요.

Q. 그렇다면 캠페인의 주제로 ‘폐의약품’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민지1~2년 전쯤 한강에서 비아그라 약물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충격을 받고 기사를 더 찾아보니, 항생제 등 정수 처리로 걸러지지 않는 여러 약물이 우리 식수를 오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전혜린민지 카피라이터가 가져온 폐의약품 문제에 모두 공감했어요. 저도 코로나 상황에 대비하느라 상비약이 많았는데, 처리 방법을 고민한 적이 있었죠.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풀어보고 싶었어요.

임상현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펼쳐놓고 봤어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을 고민하다 폐의약품이라는 소재가 눈에 들어왔죠.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이슈였고 생각보다 굉장히 무지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죠.

Q. 많은 아이디어 중 ‘약 봉투 재활용’으로 결정되었네요.

임상현기존에도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박스에 모으는 캠페인은 있었어요. 하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죠. 사람들이 약국에 폐의약품을 버리는 걸 어렵게 생각하더라고요. 주변에 폐의약품을 버릴 곳은 없고요. 가장 번거롭지 않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폐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건드려 볼 순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손에 쥐고 있던 약 봉투가 눈에 들어왔죠. 이걸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약을 사면 누구나 다 약 봉투를 받으니까요.

폐의약품 안심봉투 캠페인 이미지

Q. 폐의약품을 봉투에 담아 버리면, 우체국에서 이를 수거하여 소각장에 전달하는 방식이에요. 처음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우정사업본부에 연락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박민지아이디어 실행 가능성을 따져 보기 위해 무작정 집배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문의했어요. 낯설고 엉뚱한 질문들에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어디에 뭘 버린다고요?”였죠. 그 후에 정식으로 우정사업본부를 방문해서 제대 로 아이디어를 설명해 드리니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적극 지지해 주셨어요.

원청향요즘 우체국에서 택배 외에 편지는 잘 안 보내잖아요. 폐의약품 봉투는 쓰레기봉투가 아닌 목적지로 잘 도착해야 하는 각자의 편지라고 말씀드렸죠. 처음에는 당황하시더니 나중에는 저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더라고요.

Q.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을 했어요. 세종시와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유빛나와핵심 아이디어가 나오고 함께할 곳을 찾기 위해 이노션과 우정사업본부에서 많은 지자체와 미팅을 진행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여러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여주었지만 내부적인 사정 때문에 결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세종시는 정부 청사와 여러 기관이 있는 지자체이다 보니, 다른 곳보다 먼저 진행을 확정해 주었죠.

승해건캠페인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도시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캠페인이 도시 전역으로 확대되기에도 알맞은 규모이고, 행정도시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Q. 캠페인의 목적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하고 실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을 텐데요. 캠페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박민지남녀노소 누구나 캠페인 취지와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어려운 용어나 자료들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려고 많이 애썼어요. 초등학생에게도 알리기 위해 어린이용 카드뉴스를 제작하기도 했죠. 모두가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약을 방치하게 되는 상황을 많이 찾아보며 고민했어요.

유빛나와약 봉투는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아이디어 툴이었어요. 궁극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폐의약품을 무분별한 방법으로 버리게 되면 자연과 사람들에게 해로운 결과가 발생하게 되는 점을 인지하게 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버리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두었죠.

Q. 영상에서는 일상적인 모습과 함께 폐의약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호하게 보여줘요. 이러한 스토리로 구성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원청향생태계가 끔찍하게 파괴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대수롭지 않게 약을 버리고 있는 우리의 행동이었음을 명확히 알리고 싶었어요. 저 역시 몰랐기에 약을 종량제 봉투에 그냥 버렸거든요.

박민지기획 초반엔 많은 사람들이 쉽고 가볍게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밌고 유쾌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고민이 깊어질수록, 이건 유쾌하면 안 되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졌어요. 우리 코앞에 닥친 문제를 모두가 직시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과장이나 미사여구 없이 단호하게 현실을 알려주기로 결정했어요.

Q. 이번 캠페인은 영상, 카드뉴스, 홍보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였어요. 매체 전략 또한 아이디어만큼 중요했을 텐데 매체를 선정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한창기모든 캠페인이 그렇지만,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안심봉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영상 광고 외에도 세종 시민분들이 생활 속에서 저희 캠페인을 보고 아는 것이 필요했죠. 그래서 세종시 지역 약국에 포스터를 배포하고, 극장에서도 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했어요. 4월에는 세종시 지역 초등학교에서 저희 카드뉴스를 활용해 폐의약품 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고요.

Q. 캠페인을 준비하고 제작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박민지'맨땅에 헤딩’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처음에 여러 단체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우리가 누군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설득하던 기억이 나요. 이 캠페인이 실행되어야 할 이유는 간단한데, 실행할 수 없는 이유는 100가지는 더 있었죠. 참 막막했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니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승해건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세종시 약국에 배포할 포스터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장하던 날이에요. 작업한 포스터를 실제로 손으로 만지는 순간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어쩐지 뿌듯하기도 했고요.

Q. 그동안 어떻게 약을 버려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하루빨리 전국에 도입이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캠페인 계획이 궁금해요.

민선정대한민국은 쓰레기의 일부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폐의약품은 반드시 분리수거를 통해 소각해야만 해요.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이 건전지 분리수거만큼 폐의약품 분리수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어요. 폐의약품의 잘못된 폐기는 환경은 물론 인간에게도 큰 위협이 되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캠페인을 알리고 참여를 확산시켜야 하죠. 이번 캠페인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오면 서울시를 비롯해 다른 지자체에도 다시 한번 참여를 요청해 볼 예정인데요,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Q. 이번 캠페인은 공익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기업 광고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승해건마음가짐이 달랐어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감각. 어쩌면 광고 일을 하면서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마음일 수도 있는데, 이번 캠페인을 하면서 느끼게 됐죠.

민선정기업이 없기 때문에 예산이 없다는 엄청난 다른 점이 있죠. 캠페인은 보통 클라이언트의 예산으로 캠페인에 필요한 콘텐츠 제작과 매체 운영을 하게 되는데요. 해당 캠페인처럼 클라이언트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할 경우 사실상 예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곳에 도움을 요청하러 다녔어요. 제약사는 물론 연락한 지자체만도 엄청나요. 아이디어 실행의 메인 주체인 우정사업본부와 세종시가 정말 큰 역할을 해주셨어요.

Q. 마지막으로 캠페인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들려주세요.

민선정“좋은 캠페인 한번 해보자!”라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모인 스태프들이 1년이란 긴 시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결과예요. 현업으로 정말 바쁜 상황에서 개인 시간을 쪼개고 쪼개 프로젝트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워요. 녹록지 않은 진행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기도 했을 텐데, 끝까지 서로를 믿고 달려온 이 순간이 우리 광고 인생에서 의미 있게 남을 거라 믿어요.

유빛나와광고주 요청으로 제안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함께할 지자체와 광고주, 협력사들을 역으로 찾는 캠페인이다 보니 중간중간 난항이 많았어요. ‘이러다 엎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었죠.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가 바로 이 캠페인 그 자체였어요. 쉽지 않았던 만큼 큰 보람이 되고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한창기보통의 광고 캠페인과는 달라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 도움되는 일이라 즐거웠어요. 함께한 제작팀, 매체팀, 워크스마트지원팀 모두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좋은 아이디어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을 하고 싶어요.

전혜린1년 반 동안 열심히 매진했던 프로젝트의 마무리가 보여서 뿌듯하네요. 폐의약품 안전하게 수거합시다!

박민지경험해 본 프로젝트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또 가장 추억이 많고 애착이 많은 프로젝트기도 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CD님이 하신 말씀대로 폐의약품 안심봉투가 작지만 좋은 영향을 세상에 꼭 남겼으면 좋겠어요.

승해건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보람된 순간이 더 많은 캠페인이었어요. 앞으로 이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폐의약품 문제 해결에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요.

원청향2021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2023년이 되었어요. 고민을 오래 한 만큼, 캠페인이 단기로 끝나지 않고 오래 잘 시행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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