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e
모터스포츠로 하나 되다
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FESTIVAL
서로 다른 기업의 차량이 함께하는 장면을 본 적 있는가?
아마 서로 경쟁하는 레이싱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는 경쟁이 없다.
1등을 해야 하는 목표도 없다. ‘페스티벌’의 의미에 맞게
서로 즐기는 자리에 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함께했다.
낯설지만 그만큼 흥미로웠던 페스티벌의 현장을 전해본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협업 소식에 카 마니아들은 들썩였다. 2024년 10월 27일 열린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은 두 기업이 협업한 전례 없는 행사로, 국내 고성능 차량과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야말로 두 기업의 모터스포츠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진짜 축제였다.
세계적인 두 기업이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경쟁을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웠다. 세계 정상급 프로 드라이버들이 선보인 화려한 드리프트 쇼와 짐카나는 관객들을 압도했고,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은 축제 열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서킷에서는 N 및 GR 오너들을 위한 트랙 체험과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차량 70여 대가 함께 줄지어 달리는 퍼레이드 랩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었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두 기업이 빛나는 순간이자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브랜드 존에서는 대표 차량 전시와 N 포토부스, 셔플보드 게임, 굿즈 ‘N Collection’을 마련해 다양한 체험을 제공했다. 양사의 최고 경영층이 함께한 쇼런은 화합의 순간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쇼앤샤인, 사인회, 시뮬레이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며,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선수와 관람객 모두가 모터스포츠를 향한 열정 아래 하나가 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Interview
Team N
김대길 팀장·황재진 매니저·임소담 매니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Team N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에셋(영상, 키비주얼 등) 제작과 행사 기획 운영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차량의 월드 프리미어 영상과 키비주얼을 제작,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TCR 월드투어(투어링카 레이스) 등 현대 N이 참여하는 글로벌 모터스포츠 관련 캠페인도 담당하고 있다.
Q. 경쟁사라고도 볼 수 있는 토요타와의 협업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핵심으로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동종 업계이기 때문에 양사 간 경쟁 및 비교 우위를 홍보하는 구도는 지양하고, 누구나 자동차를 즐기며 좋아할 수 있는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이를 위해 전 과정에서 모터스포츠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순수하게 자동차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구상했죠.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개성이 뚜렷한 두 브랜드가 만나 하나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어려웠던 점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지향점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키 컬러의 경우, 현대자동차 혹은 N 브랜드가 연상되는 파랑 계열의 색상이 너무 많으면 토요타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고, 반대로 토요타 및 가주 레이싱의 색상인 빨간색과 검은색은 현대자동차 측에서 가급적 지양하고자 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상은 최대한 배제하되, 디자인 가이드를 준수하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통 BI(Brand Identity)를 완성했어요.
Q. 이번 캠페인은 모터스포츠의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공감하도록 어떤 장치를 두었나요?
현대자동차가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TCR 월드투어 등 여러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유서 깊은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는 등 활약을 하면서 국내에도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늘었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국내 대중에게는 모터스포츠가 진입 장벽이 있는 분야라고 느껴져요. 이번 행사에선 모터스포츠 팬들을 위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곳곳에 마련했어요. 누구나 함께 즐기는 행사가 되었으면 했거든요. 모터스포츠의 ‘찐팬’들을 위해서는 서비스 파크에서 쇼런 차량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고, 경기를 처음 접하는 관람객들을 위해서는 시뮬레이터 존의 모터스포츠 게임 같은 체험을 준비했어요.
Q. “생전에 이 조합을 보다니…”라는 댓글 반응이 있었어요. 그 만큼 많은 기대가 있었을 텐데요. 현장 분위기와 반응이 궁금해요.
티켓이 오픈된 지 단 하루 만에 매진되는 순간을 보며 많은 모터스포츠 팬이 이번 페스티벌에 얼마나 큰 관심과 기대를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동시에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점점 커졌어요. 하지만 모든 팀원이 하나가 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 결과 현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졌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WRC 프로 드라이버 사인회였어요.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들로 오픈과 동시에 선착순 100명이 순식간에 마감되어 버렸거든요. 티에리 누빌(Thierry Jean Neuville) 선수의 한 여성 팬은 100명에 들지 못해 사인은 못 받아도 괜찮으니, 본인이 준비한 선물만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음 스케줄 때문에 사인회 종료 후 바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를 들은 현장 관계자와 선수 모두 흔쾌히 수락했죠. 사인회가 끝난 후 짧은 시간이지만, 티에리 누빌 선수와 함께 사진도 촬영하고 선물도 전달할 수 있었어요. 팬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해지더라고요.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모터스포츠 팬들의 열정을 직접 느끼게 된 순간이었어요.
Q.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야외 행사의 가장 큰 변수는 언제나 ‘날씨’예요. 우천에 대비한 기본 준비는 했지만, 바로 전날까지도 일기예보에서 강수 확률이 매우 낮았던 터라 날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행사 당일 퍼포먼스 그라운드에서 쇼런이 끝난 직후 갑자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찔했던 기억이 나요. 우천 때문에 일부 프로그램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사전 우의 배포 등 기본적인 대비를 해두었기에 다행히 큰 차질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죠.
Q. 인터뷰하고 있는 오늘, 페스티벌이 끝난 지 딱 한 달이 되었어요. 페스티벌을 끝낸 심정이 어떤가요?
이노션에서 크고 작은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해왔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부담이 매우 컸어요. 셋업부터 연출,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긴장의 연속이었죠. 작은 사고라도 날까 봐 노심초사 했어요. 그럼에도 든든한 팀원들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서로 힘이 되어 주었기에 큰 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힘들었던 지난 3개월은 이제 묻어두고, 얼른 휴가를 떠나고 싶어요. 잊지 말자 NGR!
Interview
방현석 CD
페스티벌을 약 2주 앞두고 사전 홍보 영상이 공개됐다.
모터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장면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은 CR2센터 방현석 CD에게 들었다.
Q.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두 차량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두 차가 마주 보는 장면은 대대적인 CG 작업을 통해 완성했습니다. 시선을 두 차에 집중시키기 위해 배경의 건물과 바닥의 주차선을 지웠죠. 처음에는 시간에 맞춰 타협하려 했지만, 디테일을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끝까지 고집했습니다. 덕분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어요.
Q. 앤드 디바이스(통합BI)가 기존 영상에서 쓰이던 것과 달랐는데요, 의도적으로 영상에 맞게 변형한 것일까요?
토요타 GR과 현대 N의 엔드 디바이스 규정을 동시에 지키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Team N에서 다양한 통합 BI 버전을 제안하고 설득하며 해결했죠.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엔드 디바이스도 제작 과정은 결코 간단 하지 않았습니다. 행사 준비로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어요.
Q. ‘Beyond Competition, United by passion’이라는 영상 속 카피가 마음을 울릴 정도로 좋았어요.
단순히 하루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를 위한 카피가 아닌,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본 두 자동차 브랜드의 정신까지 담고 싶었어요. 더 멋지고 힙한 느낌이나 미사여구로 힘준 카피도 시도해 봤지만, 결국 진심을 전달하는데는 직관적이고 담백한 카피가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더라고요. 사실 ‘열정’이라는 단어는 많이 쓰이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어 최대한 피하려 했어요. 하지만 열정(passion)을 대체할 만한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경쟁을 넘어 열정으로 하나 될 수 있다는 메시 지는, 두 브랜드 모터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가능한 카피였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Q. 영상 댓글을 보면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사람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네, 봤어요! 글로벌 채널이라 각국의 외국인 댓글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두 브랜드의 만남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모습에 제가 더 놀라웠어요. 댓글이 칭찬 일색 이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왓더…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라는 댓글이 놀라움을 유쾌하게 표현한 반응이라 특히 기억에 남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