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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건설 스위첸 '내일을 키워가는 집'
멀리서 보이는 놀이터. 조용히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 이내 나타나는 카피, ‘ 아이들은 조용히 클 수 없다’. 잔잔하면서도 더 집중하게 만드는 KCC건설 스위첸 ‘내일을 키워가는 집’의 광고다. 색다른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위첸의 이번 광고 역시 많은 이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집’을 다시 생각하다
KCC건설 스위첸의 광고는 유독 튄다. 아파트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지 조건이나 시설을 자랑하지 않는다. 대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줌인한다. ‘엄마의 빈방’ 편에서는 딸이 떠난 방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을, ‘문명의 충돌’ 편에서는 가족이 되어가는 부부의 일상을 보여준다. ‘등대 프로젝트’ 편에서는 아예 주거 공간에서 나와 꼭 필요하지만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경비실을 담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가치를 조명한다. 아파트에 살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스위첸 광고에는 ‘아파트 광고 같지 않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아파트를 대놓고 보여주지 않아도, 프리미엄을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 역시 깊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노션 역시, 사고 싶은 집보다는 살고 싶은 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집이라는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하자는 목표로 따듯하면서도 진실된 광고를 제작한다.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등대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경비실 같은 외부 공간도 다루며, 캠페인의 메시지는 더욱 명료해졌다. 꾸준하게,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준 이노션은 세계 주요 광고제와 대한민국광고대상 등에서 수상하며 캠페인의 가치를 더했다.
놀이터를 ‘놀멍’과 ‘모험’의 공간으로
어린이날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스위첸이 선보인 ‘내일을 키워가는 집’ 캠페인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단연 놀이터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놀이터 대신 주차장을 만들기도 하고, 어른 관점에서 보기 좋은 놀이터를 짓는다. 심지어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정작 놀이터의 주인인 아이들은 놀이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키즈존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에 대해 이노션은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이노션은 아이들 소리와 뛰어노는 풍경이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 아닌, 힐링과 편안함이 되도록 별도의 소리나 영상을 더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소리를 영상에 담고 여기에 스위첸의 메시지를 더했다. ‘아이들은 조용히 클 수 없다’라는 임팩트 있는 카피 한 줄. 아이들의 상황을 변명처럼 늘어놓기보다는 당연한 것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스위첸이 생각하는 집의 가치를 전달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이노션 담당자들은 모든 것이 모험이었다고 말한다. 기존과 다른 광고 촬영 방식과 어떠한 음악도 들어가지 않는 영상을 만들기로 한 뒤, 놀이터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담기 위해 아이들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통해 이노션은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모험 가득한 놀이터를 원한다는 점이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의 대표 공간인 놀이터를 담기 위해 많은 미사여구는 필요 없었던 것. 그저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 웃고 떠드는 소리면 충분했다. 대신 사람들에게 어린이와 놀이터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를 끄집어냈다. 아이들의 모험을 담아내는 만큼, 이노션 담당자들 역시 위험을 감수하며 완성한 영상은 실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 역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주거 공간 이상의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캠페인을 지속하게 하는 힘
스위첸 캠페인 담당자들은 업무 영역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팀 개념으로 매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고, 캠페인으로 만든다. 계속해서 함께해 온 팀원도, 새로 합류한 팀원도 모두 같은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을 짜고 크리에이티브를 더한다. 여기에 “더 용기 내서 과감하게, 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뭐든 가져와도 좋다”고 말하며 지지해 주는 광고주가 있어 스위첸의 광고는 남다른 캠페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모두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첸 캠페인의 목표는 단순 명료하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시대의 이슈에 주목하는 것. 앞으로도 아파트 대신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지, 스위첸의 다음 캠페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INTERVIEW
김세희 CD, 전혜린 아트디렉터, 이준규 카피라이터, 주연수 아트디렉터
민선정 팀장, 유빛나와 캠페인플래너. 박윤수 캠페인플래너. 한창기 캠페인플래너
Q. ‘내일을 키워가는 집’ 캠페인은 아이들과 놀이터에 주목하여 제작되었어요.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민선정스위첸 캠페인은 여러 시안에서 점점 좁혀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 불현듯 나온 아이디어가 캠페인의 단초가 될 때가 많아요. 올해 캠페인은 특히 그랬어요. 놀이터란 곳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했죠.‘ 나 어렸을 때는 놀이터가 세상의 전부인 듯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유빛나와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기획 초반부터 아이들을 주제로 선정했어요. 어린이날은 100년 전 아이들을 미생으로 보던 시절, 그들을 대한민국을 키워갈 미래 동력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움직임(Movement)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요즘의 인식도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아요. 우리 모두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보듬어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설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났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 같아 이를 상기시키고 싶었죠.
주연수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데, 어른들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되고 있는 요즘의 놀이터를 따끔하게 이야기할 시점이기도 했고요.
Q. 특히 ‘놀멍’이라는 단어와 함께 BGM 없이 아이들이 노는 소리만 삽입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의도가 담긴 건지 궁금해요
김세희놀멍은 놀이터멍의 줄임말로 만들어본 단어예요. 요즘 ‘불멍’, ‘물멍’이 트렌드인데 그와 같은 힐링 컨텐츠가 되었으면 하는 의도였죠. 집 근처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멍 때리고 바라보다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저에게 위안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해 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아이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혜린놀이터를 가지고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냈어요. 놀이기구마다 의미를 담기도 하고, 아이들 표정을 자세하게 담기도 하고, 스토리도 붙여봤어요. 그런데 김세희 CD님께서 이렇게 꾸며진 이야기는 스위첸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힐링이었다는 본인의 경험을 말해 주셨죠. 화려한 이미지나 멋진 이야기보다 아파트에서 실제로 듣는 소리들이 더 공감될 거라는 의견을 나눴어요.
유빛나와모두가 화려하고 풍성하게 영상을 채워 나갈 때 저희는 힘을 빼고 편안함을 주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어요. 불어오는 바람과 초록 나뭇잎의 흔들림과 아이들의 귀여운 소리들이 집에서 쉴 때 바라보는 풍경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담아내고자 했어요.
Q. “아이들은 조용히 클 수 없다”는 카피가 돋보입니다. ‘조용한 집’에 집중하는 아파트 광고를 생각하면, 리스크를 감수하며 만든 카피였을 것 같아요.
이준규구구절절 설명할수록 아이들의 상황을 변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자라는 건데 카피로 굳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죠.
김세희이번엔 유독 카피작업에 애를 먹었어요. 카피라이터가 고생을 많이 했죠.(지금도 고맙고 미안하네요.) 여러 방향성을 두고 다양하게 작업했는데요. 영상의 의도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지금의 문장이 잘 붙는다고 판단했어요. 리스크에 대한 부분은 광고주와 사전에 논의하며, ‘감수하자’를 넘어 ‘일침을 가하자’로 용감한 결정이 이루어졌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감한 광고주가 있다면 단연, 스위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Q. 이번 캠페인은 다른 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나요?
주연수8년 동안 광고대행사를 다니면서 이런 실험적인 광고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불안하면서도 주변 반응이 너무도 궁금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전혜린최종 편집 버전만 열두 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각자 자기의 최애 버전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이유가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었죠. ‘바람이 더 불어요, 아이가 중간에 실내화 가방을 돌려요’와 같은 부분에 모두 긍정의 끄덕임을 보여주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요.
김세희이번 영상은 모든 게 모험이었죠. 인위적 연출을 모두 배제하고 카메라를 숨기고 모든 스태프도 숨어서 마치 몰래 카메라나 다큐멘터리처럼 진행했어요. 의도된 연출 하나 없이 좋은 결과물을 건져야 했죠. 결과물만 보면 ‘뭐, 이런 건 껌이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노력들이 어마어마했어요.
Q. KCC건설 스위첸 광고는 공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 왔어요. 그에 대한 반응은 어땠는지, 그리고 개인의 감상도 들려주세요.
민선정사실 올해는 온에어할 때 살짝 긴장이 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이번 주제가 어떻게 보일까, 우리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진 않을까, 혹은 무관심하려나…? 그런데 캠페인이 나오고 사람들의 응원과 공감에 마음이 정말 따뜻했어요. 물론 이 광고를 기획한 기획자가 층간소음에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는 댓글도 있었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자면 담당 기획자는 현재 주변에 초딩 남매와 꼬꼬마 형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독거 중임을 밝히며, 주말 아침 우당탕탕 소리에 잠을 깨면서 저 역시 주문을 외워요. “아이들은 조용히 클 수 없다!”
유빛나와광고 온에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온에어 다음날 엄마 이름을 유튜브 댓글에서 보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한 공간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의 따듯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나는 어떤 딸인가,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한테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생각하게 되었죠.
전혜린스위첸 광고는 저희가 생각한 이야기에 사람들의 답 장을 들을 수 있었던 프로젝트여서 참 행복했어요.
주연수‘어느새 광고 맛집이 되어버린 KCC’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스위첸이 고민한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었다는 거니까요.
김세희스위첸 캠페인은 축적의 힘이 쌓여가고 있어요. 초지일관 브랜드의 철학을 끌고 갈 수 있는 캠페인은 힘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죠.
한창기스위첸 팀에서 함께한 첫 캠페인인데 ‘역시 스위첸 광고는 다르다, 역시 좋다’는 반응이 뿌듯했어요. 이번 캠페인은 굉장히 용감한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꾸준하게 진정성을 담아 표현하면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스위첸을 담당하면서 좋은 캠페인에 많이 참여하고 싶어요.